[Preview] 가족끼리 사막으로 여행갑니다 - 연극 "듀랑고"

글 입력 2019.12.2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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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Arizona) 주에는 어느 한국계 가족이 살고 있다. 한국계 이민자 아버지 이부승(56),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첫째 아들 아이삭 리(21), 전국 수영 챔피언인 둘째 아들 지미 리(13). 이들에게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부승 아내의 빈 자리는 여전히 크다. 어느 날, 아들들을 위해 20년 넘게 성실히 일해 온 부승이 은퇴를 4년 앞두고 정리 해고된다. 마치 교통 사고를 당한 것처럼 혼란스럽다. 모든 게 막막하기만 한 부승은 아들들에게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한다. 목적지는 콜로라도(Colorado)의 듀랑고(Durango). 어쩌면 이 여행이 부승의, 가족의 상처를 치유해 줄 지 모른다. 각자의 아픔을 숨긴 채 이들은 차를 타고 길을 떠난다.

 

듀랑고로 가는 길 위에서 부승은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아이삭과 지미는 이에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공감도 잠시, 집을 떠나 온 거리만큼 이들 사이의 거리도 점점 멀어져 간다. 서로 가까워지려 하는 모든 노력은 길을 헤매게 만들 뿐이다. 사막을 넘고 주 경계선을 넘어 마침내 도착한 기차역에는, 듀랑고로 가는 표가 없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도 갈 수 없어 부승은 망연해지고, 화가 난 아이삭은 자신과 지미의 비밀을 폭로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들에게는 비밀이 있었고, 가족 관계를 지탱해 줬던 아내는 이제 없다. 부승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 모른다. 집에 돌아 온 부승 가족은 말없이 앉아 있다. 하지만 곧 아이삭과 지미는 부승을 위로하며 다시 가족의 일상을 회복하려 한다. 방황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끝내 흩어지지 않는 가족의 사랑이 드러난다.


 

 

사막에서 펼쳐질 갈등과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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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로드 영화를 볼 때면 종종 서부의 사막이 나오곤 한다. 사막에서 등장인물들은 그 안의 정적을 느끼고 자신의 번뇌를 정리하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곳, 건조한 모래바람만 날아다니는 곳에서 곧 무엇인가 터질 것 같은 긴장감 또한 감돌기도 한다.

 

처음 연극의 제목인 <듀랑고>를 보았을 때 어떤 곳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가족들 간의 단절감과 사막으로의 여행에서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필자는 미국인이 아니며 미국에서 산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 ‘대체 듀랑고가 어디길래 작가가 제목을 설정하기까지 했던 것일까?’ 듀랑고의 풍경 사진을 보는 순간, 왜 작가가 듀랑고와 사막으로 설정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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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만 본 듀랑고는 사막 뿐만 아니라 묘하게 과거에서 머무른 것 같은 시간대에서 느껴지는 편안하면서 긴장되는 단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관광 상품으로만 운영되는 옛 증기기관차지만 만약 가족들이 저것을 타고 (혹은 아니더라도) 사막을 지나간다면 어떤 느낌일까?


오로지 정적과 증기 기관차의 소음 속에서 일련의 인생이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극 중에서 세 가족이 어떻게 갈등을 풀어나갈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이곳에서 자신의 아픔과 힘들었던 점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임에는 틀림없었다.

 


 

이민자 2세대가 바라보는 한국계 미국인


 

재미 교포 2세대 작가, 줄리아 조는 <상실의 건축>, [BFE]에 이어 사막 3부작의 마지막인 <듀랑고>까지 이어지게 했다. 사막 3부작은 모두 작가의 성장 경험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적 애리조나에서 성장했고 사막에는 위험한 매력과 고독이 서려 있는 공간이라고 회상했다. 고독을 가장 잘 표현하는 공간 중 하나가 사막이라고 밝힌 그는 극에서 또한 가족과 그 안의 단절, 고독에 대해 다룰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그는 이민자 2세대의 시선으로 다룬다. 특히 동서 문화의 경계에 선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고뇌가 잘 드러난다고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7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가지>는 음식을 소재로 하여 한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의미를 가진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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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사진

 

 

<듀랑고>에서는 <가지>처럼 음식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줄리아 조는 어렸을 적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근원에 대해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 입맛은 그 어떤 기관들보다 보수적인 곳이기도 한다. 즉, 가장 바뀌기 힘든 입맛은 한 사람의 근원을 찾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지구에게 근원의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막이 아닐까? 나무와 물이 모두 사라졌을 때 사막이 된다. 가장 삭막하고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 지구의 벌거벗은 모습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황하고 있는 가족들이 근원의 모습을 가진 사막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아직 극을 보지 않은 프리뷰이기에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어떤 소재가 어떤 상징이 될지 알지 못한다. 그저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가족 간의 단절을 보여주고, 애리조나의 사막의 모습을 알지 못할 관객들에게 어떻게 그 표현 방식을 전달해줄지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음식과 사막 모두 어떤 것의 근원을 보여준다면, 줄리아 조는 근원을 찾기 위한 자신의 끊임없는 성찰과 가족에 대한 뿌리를 극을 통해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공연 개요

 

일시

2020.1.9~ 2020.1.19

평일 8시/ 주말 3시/ 월요일 휴무

 

장소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관람료

전석 30,000원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중학생 이상 관람)

 

러닝타임

100분 (인터미션 없음)

 

원작

줄리아 조

 

연출

정승현

 

출연

김재건, 이대연, 박상훈, 허진, 최지혜

 

제작

TEAM 돌

 

후원

서울문화재단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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