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다르지만 같은 가족 이야기 - 연극 '듀랑고'

연극 '듀랑고' 프리뷰
글 입력 2019.12.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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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가족'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아마 대부분이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막상 가족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가족을 들여다보면 같은 모습의 가족은 하나도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개개인이 모두 다르듯, 그런 개인들이 만나서 이룬 가족도 제각각이다. 모든 가족에게는 저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모든 가족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내가 등장하는 최초의 이야기 역시 우리 가족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듀랑고의 포스터를 보며 이 가족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포스터 속 다섯 사람은 멀리서 힐끗 봤을 때는 흔하디 흔한 가족의 모습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활짝 웃고 있는 반면 나머지 두 사람은 입꼬리를 내린 채 기묘한 표정을 하고 있다. 감동코드가 짙은 전형적인 가족영화 포스터의 형식을 비튼 모양새다.


이 묘한 위화감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현실 속 가족의 모습을 잘 담아낸 게 아닐까. 사랑하지만 때로 증오하고, 머물고 싶다가도 떠나고 싶어지며, 가장 가깝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남보다도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 존재. 어느 극단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양 극단을 오가는 그런 모순적인 존재가 가족이다.

 

이 이상한 가족이 등장하는 연극 <듀랑고>는 어떤 내용인가.

 


시놉시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Arizona) 주에는 어느 한국계 가족이 살고 있다. 한국계 이민자 아버지 이부승(56),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첫째 아들 아이삭 리(21), 전국 수영 챔피언인 둘째 아들 지미 리(13). 이들에게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부승 아내의 빈 자리는 여전히 크다. 어느 날, 아들들을 위해 20년 넘게 성실히 일해 온 부승이 은퇴를 4년 앞두고 정리 해고된다. 모든 게 막막하기만 한 부승은 아들들에게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한다. 목적지는 콜로라도(Colorado)의 듀랑고(Durango). 어쩌면 이 여행이 부승의, 가족의 상처를 치유해 줄 지 모른다. 각자의 아픔을 숨긴 채 이들은 차를 타고 길을 떠난다.


그러나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그들에게는 듀랑고로 가는 표가 없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들에게는 비밀이 있었고, 가족 관계를 지탱해 줬던 아내는 이제 없다. 부승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 모른다. 집에 돌아 온 부승 가족은 말없이 앉아 있다. 하지만 곧 아이삭과 지미는 부승을 위로하며 다시 가족의 일상을 회복하려 한다. 방황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끝내 흩어지지 않는 가족의 사랑이 드러난다.


 

시놉시스는 낯설지 않다. 모든 가족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은 우리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드러나곤 한다. 폭로되는 비밀과,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 그럼에도 그들은 가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친숙한 시놉시스에 비해, '줄리아 조'라는 작가의 이름은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다. 지난 2017년 국립극단 디아스포라 전에서 많은 호응을 받아 재공연되고,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은 <가지(Aubergine)>의 작가로 소개하는 게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듀랑고>는 그의 사막 3부작(Desert Trilogy) 중 마지막 작품으로, 한국에서 소개되는 건 처음이다.


익숙한 이야기에 또 한가지 이질적인 게 있다면 배경일 것이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국계 미국인들이 주인공인 연극 <듀랑고>는 실제 재미교포 2세인 작가 줄리아 조의 정체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질적인 집단 안에서 가족은 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나에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족은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우리가 '가족'이라고 정의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공통된 정서를 가지고 있다. 가족이 나오는 이야기를 접할 때면 그 가족의 모습이나 처해 있는 상황이 자신과 조금씩 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내겐 <듀랑고>도 그런 작품이 될 것 같다. 새해에 첫 번째로 만나게 될 이 연극이 기대된다.

 

 


 


듀랑고

- Durango -

 


일자

2020.01.09 ~ 2020.01.19


시간

평일 8시/주말 3시/월 공연 없음


장소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공연 시간

100분

 

제작

TEAM 돌


후원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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