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년 내내 캐롤을 듣는다.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좋다.
이미 크리스마스는 본연의 의미를 넘어섰다. 그리스도의 탄생기념일을 축하하기 보다, 겨울의 절정 한 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여 따듯하게 몸을 녹일 것을 권유하는 겨울 나름의 위로가 현대의 크리스마스이지 않나. 오죽하면 기독교 혹은 카톨릭 국가가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겠는가?(우리나라를 말하는 거다.)
반면, 캐롤만큼 고전이 제일 잘 통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독 리메이크 곡도 많다. 눈 오는 날, 난로 앞의 흔들의자에 담요를 덮고 앉아, 따뜻한 차나 와인 한 잔 하면서 듣기 좋은 노래들, 다양한 목소리를 곁들여 소개하고자 한다.
Winter Wonderland: 동화같은 겨울 나라에서 주는위로
- Jason mraz
‘Winter Wonderland’라는 곡을 떠올릴 때 대부분 제이슨 므라즈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통통 튀는 목소리와 리듬이 겨울 동화 속을 내가 직접 걷는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진다.
- 새벽공방
수줍어서 속삭이는 노래가 내 겨울을 지배한다. 싸라기눈이 내 손바닥에 앉아 사르르 녹을 때, 눈이 오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게 되는 기분을 주는 노래.
- Michael Buble
재즈에 빠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초기에 듣게 되는 재즈의 마술, 마이클 부블레. 편안한 목소리로 침대 옆에서 읽어주는 동화.
- 제이래빗: 곡의 간주 사이에서 휘파람 소리, 보컬의 상큼하면서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목소리가 나를 동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 Ashanti: 재지한 보컬과 풍부한 코러스로 곡을 채웠으며, 곡 전반에 거의 하이햇 (Hi Hats)과 스네어 드럼(Snare Drum)만을 이용한 최소한의 드럼과 피아노, 실로폰이 자리한다.
- Tony bennett, Lady gaga: 레이디 가가의 깊고 변주하는 목소리가 깊이를 더해준다. 깊은 브라스가 많아 진한 크리스마스를 준다. 두사람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테이블 위의 와인과 치즈.
- Chet baker: 겨울 이태원에, 눈에 보이는 펍이나 바에 들어가보자. 혹시 브라스밴드가 마련된 곳이라면, 꼭 나올 곡이다. 몸을 가만히 둘 수 없는 쳇 베이커의 트럼펫 소리. 즉흥곡의 대가 쳇 베이커는, 녹음을 마친 이 곡에서도 매 순간 다른 겨울을 선사한다.
- 성시경: 깔끔하고 담백한 캐롤의 정석.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리는 광장 한 가운데에 서 있다면 내 귀를 멤돌고 있을 노래.
My favorite things: 문득 쓸쓸하고 슬프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세요!
- Sounds of music (Julie Andrews)
뮤지컬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Sound of Music(1965), 196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비롯해 5개의 상을 받은 영화답게, OST 하나하나 버릴 수 없다. 특히나 이 곡은 영화 속 마리아가 “우울하고 무서울 때 부르는 노래”라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곡이기도 하다. 캐롤로 발매된 곡은 아니지만 이후 수많은 리메이크를 거치면서 겨울에 꼭 들어야 하는 대표 캐롤이 되었다.
곡을 재생하자 마자 나오는 피아노의 선명한 멜로디 라인이 나를 몰입하게 한다. "보컬아 나와라-" 에원해도 코러스 15초 가량이 전부. 곡의 반절이 지났을 때나 되어서야, 피아노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카펜더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봤을 “Every sha-la-la-la-, Every wo-o-wo-o-”의 후렴구를 가진 ‘Yesterday Once More’과 ‘Close to you’, ‘Top of the World’를 부른 멜로우하면서도 굵은 바이브레이션을 가진 보컬과 차근차근 견고하게 쌓은 화음탑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곡에서만큼은, 원체 강렬한 곡의 멜로디라인을 존중한 카펜더스. 크리스마스에 혼자면 어떻단 말인가?
내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꼴을 결국 꼭 봐야겠다고 나를 꼬신다. 한숨을 섞은 듯한 호흡 사이로 나오는 맑은 목소리가 나를 자극한다.
- Leslie Odom, Jr: 뮤지컬의 넘버 같은 곡. 가로등이 아주 최소한으로 켜져 있는 차도 다니지 않는 어두운 거리에 내 고독을 함께 외쳐주는 노래. '어린 왕자'의 가로등지기의 기분이 이랬을까.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 걱정과 고민들을 지금 이 시간만은 떨쳐내세요! 가장 빛나는 별이 함께할 거에요!
배우 서현진이 가수를 준비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곡은, 노래를 잘한다고 대강 알고 있던 것들이 확신으로 변모한다. 마지막 음절마다, 마다, 샹송스러운 바이브레이션 톤을 구사하는 이 노래에서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 한 잔을 더 기울이고 싶을 것이다.
제프 버넷의 음악들이 가지고 있는 색들이 뭉쳐져 캐롤을 연주한다면 어떨까? 이 노래는 캐롤이라는 느낌보다, 나 “제프버넷이야!” 라는 듯한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다.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은데 ‘캐롤은 너무 느끼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곡. 제프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듣자 마자, 음원 사이트에 제프 버넷을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 브라운 아이즈 소울: 우리나라 소울 음악의 1세대, 브라운 아이즈 소울. 익숙한 목소리가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아직 예매하지 못한 우리를 다독여준다. 완벽한 하모니와 목소리로. 무엇을 하든, 오늘은 당신의 크리스마스다!
- Eric Clapton: 정박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하는 에릭 클랩튼, 이런 밀당하는 캐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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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리메이크 캐롤으로 사랑받는 노래는 This is the season, This Christmas, What Christmas means to me, White Christmas, the Christmas song 등이 있다. 한 곡 한 곡 찾아보기 귀찮다면, 아티스트 한 명을 정한 다음, 크리스마스 앨범 전곡을 듣는 것도 좋다(개인적으로 Pentatonix를 추천한다. 모름지기 캐롤은 신나야 제 맛이니까! 정석적인 코러스와 함께 하는 리듬감!).
사랑이 넘치는 크리스마스에 나 혼자 외롭다면, 계피를 잔뜩 넣고 뱅쇼를 끓여서 몸을 따뜻하게 녹여보자. 크리스마스 캐롤이 많은 사람들과 악기들을 거쳐 변주하듯, 나의 크리스마스도 왁자지껄한 길거리와 다를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특선영화를 위해 TV를 켜기 전에, 지금, 무드등을 켜고(핸드폰 플래시 위에 사이다 병을 얹어 놓아도 충분하다.), 한 곡-다른 매력을 느끼면서 본인의 숨소리에 집중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