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메이크 캐롤 결산! [음악]

악보가 같다고 다 같은 곡이 아니에요
글 입력 2019.12.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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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년 내내 캐롤을 듣는다.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좋다.


이미 크리스마스는 본연의 의미를 넘어섰다. 그리스도의 탄생기념일을 축하하기 보다, 겨울의 절정 한 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여 따듯하게 몸을 녹일 것을 권유하는 겨울 나름의 위로가 현대의 크리스마스이지 않나. 오죽하면 기독교 혹은 카톨릭 국가가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겠는가?(우리나라를 말하는 거다.)


반면, 캐롤만큼 고전이 제일 잘 통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독 리메이크 곡도 많다. 눈 오는 날, 난로 앞의 흔들의자에 담요를 덮고 앉아, 따뜻한 차나 와인 한 잔 하면서 듣기 좋은 노래들, 다양한 목소리를 곁들여 소개하고자 한다.


 

700 Lough Erne Resort.jpg

 


 

Winter Wonderland: 동화같은 겨울 나라에서 주는위로


 

Jason mraz

‘Winter Wonderland’라는 곡을 떠올릴 때 대부분 제이슨 므라즈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통통 튀는 목소리와 리듬이 겨울 동화 속을 내가 직접 걷는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진다.


 


 

새벽공방
수줍어서 속삭이는 노래가 내 겨울을 지배한다. 싸라기눈이 내 손바닥에 앉아 사르르 녹을 때, 눈이 오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게 되는 기분을 주는 노래.





Michael Buble
재즈에 빠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초기에 듣게 되는 재즈의 마술, 마이클 부블레. 편안한 목소리로 침대 옆에서 읽어주는 동화.


 




제이래빗: 곡의 간주 사이에서 휘파람 소리, 보컬의 상큼하면서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목소리가 나를 동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Ashanti: 재지한 보컬과 풍부한 코러스로 곡을 채웠으며, 곡 전반에 거의 하이햇 (Hi Hats)과 스네어 드럼(Snare Drum)만을 이용한 최소한의 드럼과 피아노, 실로폰이 자리한다.


Tony bennett, Lady gaga: 레이디 가가의 깊고 변주하는 목소리가 깊이를 더해준다. 깊은 브라스가 많아 진한 크리스마스를 준다. 두사람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테이블 위의 와인과 치즈.


Chet baker: 겨울 이태원에, 눈에 보이는 펍이나 바에 들어가보자. 혹시 브라스밴드가 마련된 곳이라면, 꼭 나올 곡이다. 몸을 가만히 둘 수 없는 쳇 베이커의 트럼펫 소리. 즉흥곡의 대가 쳇 베이커는, 녹음을 마친 이 곡에서도 매 순간 다른 겨울을 선사한다.


성시경: 깔끔하고 담백한 캐롤의 정석.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리는 광장 한 가운데에 서 있다면 내 귀를 멤돌고 있을 노래.

 


 

My favorite things: 문득 쓸쓸하고 슬프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세요!



Sounds of music (Julie Andrews)

뮤지컬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Sound of Music(1965), 196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비롯해 5개의 상을 받은 영화답게, OST 하나하나 버릴 수 없다. 특히나 이 곡은 영화 속 마리아가 “우울하고 무서울 때 부르는 노래”라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곡이기도 하다. 캐롤로 발매된 곡은 아니지만 이후 수많은 리메이크를 거치면서 겨울에 꼭 들어야 하는 대표 캐롤이 되었다.


 




- The Carpenters
곡을 재생하자 마자 나오는 피아노의 선명한 멜로디 라인이 나를 몰입하게 한다. "보컬아 나와라-" 에원해도 코러스 15초 가량이 전부. 곡의 반절이 지났을 때나 되어서야, 피아노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카펜더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봤을 “Every sha-la-la-la-, Every wo-o-wo-o-”의 후렴구를 가진 ‘Yesterday Once More’과 ‘Close to you’, ‘Top of the World’를 부른 멜로우하면서도 굵은 바이브레이션을 가진 보컬과 차근차근 견고하게 쌓은 화음탑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곡에서만큼은, 원체 강렬한 곡의 멜로디라인을 존중한 카펜더스. 크리스마스에 혼자면 어떻단 말인가?

 



Olivia ong
내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꼴을 결국 꼭 봐야겠다고 나를 꼬신다. 한숨을 섞은 듯한 호흡 사이로 나오는 맑은 목소리가 나를 자극한다.

 



Kelly Clarkson: 켈리 클락슨의 화난 크리스마스라고 표현하고 싶다. ”감히 이 크리스마스에 잠이 오냐?”라고 윽박지르는 듯하다. 혹은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하나도 없는 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라는 것이냐”. 모두에게 따뜻한 날이, 나에게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Luther Vandross: 한 문장을 끝낸 뒤, 한 문장을 쉬어가는 루더 반드로스, 사랑하는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하루종일 돌아다닌 나의 심정이 이런 것이 아닐까. 그들이 좋아할 것을 알지만, 지금 당장 나는 힘들다. 가히 루더 반드로스 특유의 음악색이 짙은 곡.

Kenny G: 케니지의 색소폰을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케니지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전곡재생 해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을 두 시간 이상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마음도 따숩게, 내 두 손도 포근하게.

Leslie Odom, Jr: 뮤지컬의 넘버 같은 곡. 가로등이 아주 최소한으로 켜져 있는 차도 다니지 않는 어두운 거리에 내 고독을 함께 외쳐주는 노래. '어린 왕자'의 가로등지기의 기분이 이랬을까.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 걱정과 고민들을 지금 이 시간만은 떨쳐내세요! 가장 빛나는 별이 함께할 거에요!



Sam smith
2014년 샘 스미스의 캐롤 앨범이며, 단 하나의 곡만 수록되어 있다. 샘은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태어난 목소리가 아닐까. ‘I’m not the only one’을 처음 들었을 때, ‘아- 이 사람은 천재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샘의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는 다시 한 번 그 생각을 들게 했다. 침착한, 아주 느린 두드림이 내 심장을 울린다. 당장 향초 하나를 켜야 한다.




서현진
배우 서현진이 가수를 준비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곡은, 노래를 잘한다고 대강 알고 있던 것들이 확신으로 변모한다. 마지막 음절마다, 마다, 샹송스러운 바이브레이션 톤을 구사하는 이 노래에서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 한 잔을 더 기울이고 싶을 것이다.

 


Jeff Bernet
제프 버넷의 음악들이 가지고 있는 색들이 뭉쳐져 캐롤을 연주한다면 어떨까? 이 노래는 캐롤이라는 느낌보다, 나 “제프버넷이야!” 라는 듯한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다.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은데 ‘캐롤은 너무 느끼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곡. 제프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듣자 마자, 음원 사이트에 제프 버넷을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Ella fitzgerald: 경쾌하다. 짧으면서도 긴 호흡을 가진 노래. 겨울, 눈 내리는 길 위로 말발굽이 다그닥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가장 완벽한 재즈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가 선사하는 창 밖의 눈 덮힌 도로. 흩날리는 눈발에 신난 강아지가 발자국을 남기더라도, 순식간에 발자국을 매워줄 눈같은 노래.
 
브라운 아이즈 소울: 우리나라 소울 음악의 1세대, 브라운 아이즈 소울. 익숙한 목소리가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아직 예매하지 못한 우리를 다독여준다. 완벽한 하모니와 목소리로. 무엇을 하든, 오늘은 당신의 크리스마스다!

Christina Aguilera: 처음부터 끝까지 R&B로 꽉 들어차 있다. 외로움이 느껴진다면, 약 4분 가량 끊기지 않을 아길레라의 목소리와 함께하는 것을 추천한다.

Diana krall: 의자의 등받이를 점점 뒤로 천천히 젖혀 두게 된다. ‘Hang a shining star’이라는 가사가 들릴 떄에는 어느 새 반 이상 젖혀져, 천장을 보고 있는 내 두 눈 앞에 별무리가 보인다.
 
Eric Clapton: 정박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하는 에릭 클랩튼, 이런 밀당하는 캐롤 같으니라고!

 

*

 

이 외에도 리메이크 캐롤으로 사랑받는 노래는 This is the season, This Christmas, What Christmas means to me, White Christmas, the Christmas song 등이 있다. 한 곡 한 곡 찾아보기 귀찮다면, 아티스트 한 명을 정한 다음, 크리스마스 앨범 전곡을 듣는 것도 좋다(개인적으로 Pentatonix를 추천한다. 모름지기 캐롤은 신나야 제 맛이니까! 정석적인 코러스와 함께 하는 리듬감!).


사랑이 넘치는 크리스마스에 나 혼자 외롭다면, 계피를 잔뜩 넣고 뱅쇼를 끓여서 몸을 따뜻하게 녹여보자. 크리스마스 캐롤이 많은 사람들과 악기들을 거쳐 변주하듯, 나의 크리스마스도 왁자지껄한 길거리와 다를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특선영화를 위해 TV를 켜기 전에, 지금, 무드등을 켜고(핸드폰 플래시 위에 사이다 병을 얹어 놓아도 충분하다.), 한 곡-다른 매력을 느끼면서 본인의 숨소리에 집중해보라.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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