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장 분석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문장의 일"

글 입력 2019.12.0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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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일_표1 띠지 최종.jpg

 

 

처음 글을 쓸 때가 떠오른다. 남들처럼 논리적이며 긴 글, 지식인의 향기가 진동하는 글을 쓰겠다고 무작정 덤벼들었다. 얄팍하기 짝이 없는 견문으로는 어림도 없는 욕심이었다. A4 용지 한 장을 간신히 채우기도 바빴다. 단어 선정부터 막혀서 이삼일을 끙끙대다 글 한 편을 완성했다.

 

글의 깊이가 얕은 것은 둘째치고, 글을 구성하는 방식조차 몰라 더 어려운 글쓰기였다. 그만큼 아는 게 없었다. 지금도 글쓰기가 편해졌다거나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절뚝거리는 곳이 많다. 그러나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하고 싶은 말을 나름대로 기승전결에 맞춰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달라진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전에는 글이 한 덩어리로 보였다. 이제는 그 속에 든 문장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이를테면 문장의 길이가 단문인지 장문인지, 문단은 어디서 나누는지, 건조한 문체인지 친근한 문체인지 화려한 문체인지, 주술 호응은 잘 되어 있는지. 글을 쓸 때도 신경 쓰고 글을 볼 때도 눈여겨본다. 책을 읽다가도 탄성이 나오는 문장을 발견할 땐 재빨리 나만의 문장 노트에 옮겨 적는다. 적절한 비유나 풍부한 어휘로 이루어진 문장을 보면 질투와 동시에 의기소침해진다.


문장이 보이면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도 점점 쌓여간다. 그런데 문장이 좋은 이유를 설명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어떤 부분이 특히 좋았는지 자문하다 보면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



"문장을 만드는 일은

문장을 이해하는 일이고

이는 다시 문장을 감식하는 일이다."

 

- 문장의 일 p.25

 


이런 경우, 필요한 책이 바로 <문장의 일>이다. 저자인 스탠리 피시는 문장을 보고 감탄한 이유를 분석함으로써 문장의 메커니즘을 알면 비슷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좋은 글은 읽기만 한다고 탄생하지 않는다. 쓰기만 한다고 탄생하는 것도 아니다. 읽기에서 멈추지 말고 뛰어난 문장을 식별하고 면밀히 관찰하는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는 버지니아 울프, 거트루드 스타인, 헤밍웨이, 허먼 멜빌 등 저명한 작가들의 글을 세밀하게 해석한다. 책 제목에 걸맞게 한 문장마다 깊이 있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문장을 모방하여 형식과 문체를 연습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스탠리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의 내용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생각한 바를 잘 전달하기 위해 형식을 별도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형식도 내용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형식이란 행위자-행위 대상-행위 간의 관계를 다루는 논증 구조다. 문체에 속하는 형식은 종속 형식, 병렬 형식, 풍자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책에선 "한 문장엔 하나의 생각만 담으세요", "접속사와 '것'을 남용하지 마세요", "간소하게 쓰세요"처럼 여느 글쓰기 저서에 등장하는 규칙을 알려주지 않는다. 일부분에서는 효용이 있을지 몰라도, 글쓰기 전체로 봤을 땐 힘이 부족한 조언이라고 비판한다. 그 외에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쓰는 법도 제시하지만, 어쩐지 읽을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 들지 모른다. 문장을 읽고, 분석하고 내 것으로 체화하는 일은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역시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꾸준한 글쓰기와 독서라는 실천만이 더 나은 글쓰기로 이끌어준다. 앞으로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보자. 문장을 감별하기. 그렇게 부단히 보고, 해석하고, 생각을 다듬고, 쓰다 보면 언젠가는 만족스러운 글이 나오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다시 책을 펼쳐본다.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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