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탄생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하여 - 공연 "우리별"

글 입력 2019.11.2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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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초의 마법이 이뤄지는 공연


 

"공연 중 쉬는 시간은 4초입니다. 4초 후 공연이 시작됩니다."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4초의 마법에 빠지게 된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DJ의 인삿말과 함께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4초를 세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4초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한다.

 

"4, 3, 2, 1, 삐-"

 
4초를 알리는 알림음이 지나고 해맑고도 해사한 얼굴의 배우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맑은 얼굴들이 더 해맑은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죽었을 때 얘기야? 내가 태어났을 때 얘기야? "살아있는 내가 보고 있는거야? 보고있는 내가 살아있는거야?"와 같은 알 수 없는 말들을 시작하더니 동그라미를 중심으로 돌고 뛰다가 생일과 죽음을 축하하기도 하고 갑자기 전국을 찍고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지하철을 타는가 하면 우리네 삶과 함께하는 작은 것들을 말하기도 하고, 정말이지 다음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대사와 노래들의 향연이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라이브 DJ와 랩으로 이루어진 형식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과연 내가 이 연극을 끝까지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이 연극을 이해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4초의 마법은 나의 걱정을 저 멀리 보내버리고 머릿속을 4초로 가득채움과 동시의 나를 연극으로 더욱 빠져들게 했다. 반복되는 리듬과 비트는 어느새 나의 입가에 맴돌았고, 진정으로 연극을 즐기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긍정적인 기운은 나를 따스하게 했다. 마치 스스로가 진짜 지구이듯, 엄마이듯, 언니이듯, 달님이자 친구이듯 배우들 모두가 연극과 배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임한다는 것이 느껴져 연극이 끝을 향해 갈 수록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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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삶과 인간의 삶




밤하늘에 별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 나는 그 별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그 아름다운 빛이 우리에게 닿는데 걸린 1만 광년이란 시간동안 어쩌면 그 별이 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곁에 있다는 이유로 당연히 존재할 거라 믿었던 많은 것들은, 왜 사라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일까? 밤하늘의 별빛, 어릴 적 살던 콘크리트 아파트, 학교 앞 작은 구멍가게, 친한 동네 친구, 그리고 가족. 이 극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너무나 소중하지만 한눈을 팔다가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를 것들에 대한 이야기.

 

- 연출의 글

 

 

연극의 주된 배경은 가족들이 모여있는 거실이다. 그리고 그 거실에서 가족들은 지구의 생일을 축하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90년대를 살고 있는 가족이 떠오르지만 지구가 생일선물로 받은 망원경을 통해 본 세상은 그보다도 더 오래 전이다.

 

지구가 망원경을 통해 본 세상은 자신의 내면이었다. 그 속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보며 전쟁으로 인해 아파하기도 하고, 새로 등장한 종들로 인해 신기해하기도 하며 새로운 산업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인간가족 같지만 사실 그들은 코스모스에 살고 있는 행성으로 연극을 통해 배역 사이의 연결성과 관계성을 알아가는 재미가 함께했다.

 

태어나서 6억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보낸 그런 지구에게 달님이라는 친구가 생기게 되는데, 그들은 절친한 친구가 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이는 과학적으로 지구와 달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뜻하는데, 이러한 사실을 인간의 삶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이 됐던 장면이기도 했는데, 어려서부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친하게 지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이 달라지고, 학교가 달라지고, 전공이 달라지고, 직업이 달라지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으로 이를 표현한 것이다. 아주 평범하지만 그 평범한 이야기가 우리의 인생을 담고 있다. 가늠조차 안되는 광활하고 큰 우주의 탄생과 멸망을 인간의 이야기에 빗대어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을 보며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한다.

 

연극에는 '죽음'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죽음이 부정적이고 어둡게 표현되지 않는다. 그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여진다. 연극 초반부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어 지구에게 죽음에 대해 말할때도(지구가 시간을 돌려 할머니를 다시 살리지만), 후반부에 지구를 포함한 가족들(행성들)이 죽음에 가까워 졌을 때도 그들은 그저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처럼 편안히 받아들인다. 탄생을 했으니 당연히 죽음도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죽음이 나오는 대목에서 문득 초등학교 수련회가 떠올랐다. 캠프파이어때면 단골소재로 등장했던 부모님의 이야기에 항상 눈물 지으며 부모님이 없는 삶을 생각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항상 나와 함께해 매년 다가오는 생일처럼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헤어짐의 순간은 다가온다.

 

하늘에 선명하게 반짝이며 내 눈에 보이는 별이 실은 오랜 거리와 시간을 거쳐 우리의 눈에 도달하여 이미 소멸했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이 연극의 결말은 너무나 소중하지만 너무나 가까워 항상 함께일 거라는 착각에 빠져사는 내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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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작성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초의 비트와 지구가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이 생생히 그려진다. DJ와 랩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다가온 '우리별'. 너무도 매력적인 이 연극을 나의 글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든다. 어떠한 말을 사용하든지 아마 이 연극의 매력은 글로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기회가 되거든 꼭 공연장을 방문하여 두 눈과 귀로 '우리별'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이 지구가 있는 코스모스를 넘어 이를 이루는 가장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느끼게 될 것이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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