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예술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감상하는 것과 모르고 감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그 예술가의 삶과 감정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관람하는 이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술가의 개인적인 스토리는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작품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치유미술관>에는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의 구성이 매우 특이한데, 다양한예술가들이 ‘소울마음연구소’를 찾아와 ‘닥터 소울’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유명한 예술가들, 그러니까 르누아르나 모네, 젠틸레스키, 프리다 칼로 등과 같은 사람들이 연구소를 찾는다. 닥터 소울은 그림을 통한 심리 치료의 형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치유 상담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엔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려워한다. 몇 번이고 다시 연구소를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며, 슬픔이나 기쁨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림에 드러내기도 한다.
전체적인 텍스트를 통해서 차갑고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따스한 분위기에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아주 오래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 편안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구어체 그대로 쓰여진 문장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닥터 소울과 상담했던 많은 예술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프리다 칼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 상처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재능을 빼앗아 가지는 못했다.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그들의 의지를 화폭에 담아내는 계기가 됐다.
이들이 내가 있는 이 공간에서 직접 이야기하는 듯한 연출 덕분인지, 예술에 대한 그들의 타오르는 열정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후대 여성 작가들에게 아주 큰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두 작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이 어떠한 배경 속에서 창작 활동을 해 나갔는지 알게 되니, 그림을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느꼈던 삶의 고통이 그림에 어느 정도 녹아들어가 있다는 것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며 작품을 보니··· 이미 알고 있던 작품들도 새롭게 보이는 듯 했다.
이 책은 어떤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고, 그 작품의 조형적 특징과 그 시대의 화풍 등을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작가의 삶을, 그리고 더 나아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책을 덮고 나니, 미술관에서만 만났던 이름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앉아 따뜻한 티타임을 즐긴 것 같은 기분이다. 아픔이 어떻게 명화가 되었는지, 그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이제는 조금이나마 그 마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