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 편히 읽으면 좋을 책 "독서 주방"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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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은 단순히 말하자면 요리 분야 책을 소개하는 사설, 칼럼 모음집이다. 작가가 거쳐왔던 인생과 철학을 담은 이야기다. 당연히 27년 동안 요리에 인생을 바친 만큼 독자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가 요리와 주방이다. 주방과 요리에 대해서 풀어낼 것임을 대강 짐작했지만, 작가가 다독가라 과장 좀 보태서 사회 전반을 읽은 책들로 풀어냈다.
첫 챕터부터 깔끔한 묘사로 분위기를 미식으로 세팅해서 <독서주방>만의 분위기를 세팅했다. "접시 위의 음식을 나이프로 잘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내 모든 감각을 놀란 고양이의 털처럼 바짝 세운다."(19p) 마치 우리가 식당 한가운데서 음식을 맛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쉽지만 몰입되게 묘사한다. 첫 챕터에 초입 부분으로 볼 때, <독서주방>이라는 책을 서두에서 이끌어가는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런 문장으로 책 전체를 이끌어간다. 읽기 쉬운 문장이지만 가슴에 와닿는 따뜻한 문장이기도 하다. 덤으로 인생 내내 맛 표현을 해야 하는 요리사라 그런 지 묘사력이 뛰어나다. 턱 걸리는 느낌 없이 죽 읽어나가는 데 무리 없을 만큼 편하게 읽었다.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리틀 포레스트의 번외 버전 같기도 하다. 음식으로써 인생의 철학을 녹여내고 우리를 위로해준다는 점 또한 비슷하다.
책을 읽다 보면, 따뜻한 겸손이 뭉근히 풍겨 나온다. 저자의 실패와 깨달음이 담긴 경험을 포장 없이, 과감 없이 내보인다. "된 사람" 같다. 인간인 이상 완벽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당장 나조차도 매우 부족한 사람인 걸 스스로 인정하기가 어려운데 저자는 굉장히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자존감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함을 인지하고 계속해서 정진하는 모습을 겸허하게 보여주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생이 담긴 책이다.
- 20 p
음식의 맛을 추측해내는 과정에서 저자는 스리라차 고추임을 확인하고 좋아한다. 고추는 야생종, 재배종 모두가 이용되는 흔치 않은 작물이라며 "계영배"-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버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이 있는 계영배는 과욕을 하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를 연상한다. 과유불급이라며 고추도 결국 음식에 과하게 쓰면 안 되는 걸 말한다. 맛의 밸런스를 단숨에 깬다며 말이다. 인생도 그렇다고, 지나친 건 부족함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훌륭한 인생이란 균형과 조화다.
저자는 '순례'라는 키워드를 이어 <페퍼로드>의 책을 설명한다. 핵심 단어가 이어지는 군더더기 없는 흐름이다. '순례'에서 페퍼'로드'로, 다시 '계영배'로, 궁극적으로 과유불급이라는 교훈까지 이끌어낸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 내용을 풀어내며 다시 깨달음으로 매듭짓는다.
다독해서 그런 지 풀어내는 글솜씨도 유려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지식 또한 풍부하다. '넛지 효과', '식당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얽힌 역사', '여성 요리사', '전쟁과 기아', '식량 문제와 노쇼', 설탕세' 등 매 챕터마다 흥미로운 주제로 글을 이어간다. 물론 원서인 책이 따로 존재하지만 이렇게 책 하나하나 깊게 생각해서 경험과 엮어냈다는 것에 저자에게 존경을 보내고 싶다. 처음부터 끌까지, 해학적이고 어려운 단어가 없었으며 쉽게 읽히는데 감동적이다. 잘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독서 주방- 불과 칼 사이에서 따뜻한 책읽기 -
지은이 : 유재덕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에세이
규격신국판(148*210)
쪽 수 : 252쪽
발행일2019년 9월 20일
정가 : 14,000원
ISBN979-11-86536-65-0 (03810)
[오세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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