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 편히 읽으면 좋을 책 "독서 주방" [도서]

글 입력 2019.10.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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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발전소-독서주방_평면표지(띠지유).jpg

 

 

책 내용은 단순히 말하자면 요리 분야 책을 소개하는 사설, 칼럼 모음집이다. 작가가 거쳐왔던 인생과 철학을 담은 이야기다. 당연히 27년 동안 요리에 인생을 바친 만큼 독자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가 요리와 주방이다. 주방과 요리에 대해서 풀어낼 것임을 대강 짐작했지만, 작가가 다독가라 과장 좀 보태서 사회 전반을 읽은 책들로 풀어냈다.

 

첫 챕터부터 깔끔한 묘사로 분위기를 미식으로 세팅해서 <독서주방>만의 분위기를 세팅했다. "접시 위의 음식을 나이프로 잘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내 모든 감각을 놀란 고양이의 털처럼 바짝 세운다."(19p) 마치 우리가 식당 한가운데서 음식을 맛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쉽지만 몰입되게 묘사한다. 첫 챕터에 초입 부분으로 볼 때, <독서주방>이라는 책을 서두에서 이끌어가는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런 문장으로 책 전체를 이끌어간다. 읽기 쉬운 문장이지만 가슴에 와닿는 따뜻한 문장이기도 하다. 덤으로 인생 내내 맛 표현을 해야 하는 요리사라 그런 지 묘사력이 뛰어나다. 턱 걸리는 느낌 없이 죽 읽어나가는 데 무리 없을 만큼 편하게 읽었다.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리틀 포레스트의 번외 버전 같기도 하다. 음식으로써 인생의 철학을 녹여내고 우리를 위로해준다는 점 또한 비슷하다.

 

책을 읽다 보면, 따뜻한 겸손이 뭉근히 풍겨 나온다. 저자의 실패와 깨달음이 담긴 경험을 포장 없이, 과감 없이 내보인다. "된 사람" 같다. 인간인 이상 완벽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당장 나조차도 매우 부족한 사람인 걸 스스로 인정하기가 어려운데 저자는 굉장히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자존감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함을 인지하고 계속해서 정진하는 모습을 겸허하게 보여주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생이 담긴 책이다.

 


유재덕.jpg

 

 

최고급 레스토랑들을 순례해야 하는 출장을 사람들은 쉬이 "럭셔리 투어"쯤으로 생각하고 말한다. 하나의 레스토랑에서 최대한 많은 요리를 한꺼번에 먹어야 하며, 아침 두 번 점심 세 번 저녁 세 번 해서 총 여덟 번 식사한 적도 있다. 먹고 또 먹고 지칠 때까지 먹는다. 이럴 땐, 요리사도 일종의 극한 직업이다. 맛을 파악하며 요리사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뭘까? 왜 만들었을까? 등 요리사가 던진 메시지와 '나'의 확신이 만나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있다.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말이다.

 

- 20 p

 

 

음식의 맛을 추측해내는 과정에서 저자는 스리라차 고추임을 확인하고 좋아한다. 고추는 야생종, 재배종 모두가 이용되는 흔치 않은 작물이라며 "계영배"-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버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이 있는 계영배는 과욕을 하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를 연상한다. 과유불급이라며 고추도 결국 음식에 과하게 쓰면 안 되는 걸 말한다. 맛의 밸런스를 단숨에 깬다며 말이다. 인생도 그렇다고, 지나친 건 부족함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훌륭한 인생이란 균형과 조화다.

 

저자는 '순례'라는 키워드를 이어 <페퍼로드>의 책을 설명한다. 핵심 단어가 이어지는 군더더기 없는 흐름이다. '순례'에서 페퍼'로드'로, 다시 '계영배'로, 궁극적으로 과유불급이라는 교훈까지 이끌어낸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 내용을 풀어내며 다시 깨달음으로 매듭짓는다.

 

다독해서 그런 지 풀어내는 글솜씨도 유려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지식 또한 풍부하다. '넛지 효과', '식당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얽힌 역사', '여성 요리사', '전쟁과 기아', '식량 문제와 노쇼', 설탕세' 등 매 챕터마다 흥미로운 주제로 글을 이어간다. 물론 원서인 책이 따로 존재하지만 이렇게 책 하나하나 깊게 생각해서 경험과 엮어냈다는 것에 저자에게 존경을 보내고 싶다. 처음부터 끌까지, 해학적이고 어려운 단어가 없었으며 쉽게 읽히는데 감동적이다. 잘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독서 주방
- 불과 칼 사이에서 따뜻한 책읽기 -


지은이 : 유재덕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에세이

규격
신국판(148*210)

쪽 수 : 252쪽

발행일
2019년 9월 20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6536-65-0 (03810)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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