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작오페라 "이중섭" -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19.10.2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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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진짜배기 소,

순수한 조선 냄새가 나는

그런 소를 그릴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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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슬픈 황소의 눈은 나라를 잃은 슬픔을 그렸습니다. 한국인이 손꼽는 화가, 늘 조선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그림들을 그리고자 했던 그의 인생을 창작오페라로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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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페라라고 하면 다소 멀게 느껴지는 분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사회는 대중적인 장르에 치중하고, 그 물결 안에서 점점 클래식한 장르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창작오페라가 가진 강점이 될만한 요소를 찾을 수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첫째 대중이 사랑하는 인물의 소재를 담았고, 둘째 극중 대사를 자막없이 몰입가능했고, 셋째 라이선스가 유출되지 않아 가능해진 착한 관람가격으로 가족관객들이 많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외에도 저마다 느낄 수 있는 장점들이 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징슈필과 같은 좀 더 친근한 창작오페라의 전성기를 기대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오페라 <이중섭>은 지난 2016년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서귀포시에서 최초로 제작된 창작 오페레타의 오페라 버전이었는데요, 현석주 작곡과 이영애 대본이 선정되어 매년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해 왔습니다.

 

원작은 널리 알려진 이중섭과 아내 마사코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흘러갔으나 이번 작품은 김숙영 대본으로 탈바꿈하여 이중섭과 주변인의 삶,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드라마화된 이중섭의 삶보다는 그의 진솔한 작품세계를 풍성한 음악과 함께 다각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는데요, 아마 많은 내용을 무대에 담다보니 다소 플롯이 어수선했던 것 같은 생각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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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군데 지점에서 마음이 동했던 장면을 적어보자면 그가 그림그릴 여건이 마땅치 않아 재료를 충당하기가 어려웠던 탓에 담뱃갑의 은박지에 송곳과 연필로 그렸던 은지화는 이중섭이 개척한 독창적인 작업방식이 되었던 이야기,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친일파로 몰리기도 했던 이야기.

 

서귀포에서 두 아들들과 함께 행복한 신혼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깐, 아내를 일본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중섭은 그때를 이후로 영영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들을 만날 수 없게 된 사연과 앞으로의 만남을 기약하고 주고받은 애정 어린 편지들, 친구들의 도움으로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전시회를 미도파 백화점에서 열었지만 가족을 책임지지 못한 가장이라는 자괴감에 빠지게되고 적십자병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 그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물론 모두가 많은 전시들과 매체들을 통해 들어왔던 스토리들이지만 오페라 형식의 종합적인 공감으로 다가오는 묘미가 분명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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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중섭의 일생은 비극적인 시대 상황과 다시 만날 수 없는 평생의 사랑, 그리고 그의 천재성이 한데 맞물려 한 인물의 삶을 시대의 격동 안에서 생생히 그려진 창작물 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이중섭의 명작들을 소개하는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 초청 전시가 함께 진행되어, 그의 작품세계를 풍성한 음악과 함께 다각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현재 제주도 서귀포시에서는 1951년 이중섭 가족이 살던 집을 개조해 이중섭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 이중섭 거리를 조성하였고, 매년 9월에는 이 거리에서 이중섭 예술제를 한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창작오페라의 무한한 성장을 기대하며!



[김은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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