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평평한 운동장에서 하는 보통의 농구 -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글 입력 2019.10.0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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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이란 건 원래 그렇다. 조금만 느슨해져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여혐 문제로 떠들썩한 세상이지만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혹은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면 역시 지속해서 관심을 두기 쉽지 않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것보다도 당장 눈앞에 쌓인 일들이 많으니까, 마치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 번거롭고 신경 써야 하는 일일 수 있으니까.

지금의 나에겐 여성으로서 차별을 심하게 받는 일이 없고, 여성으로서 과격하게 남자들과 겨루기를 하는 태권도를 하는 것이 별로 이상할 것이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어릴 때도 남녀 구분 없이 무작정 모험을 하러 떠날 때, 함께 떠났던 친구들은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아닌 그냥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사실은 요즘의 여성차별에 대한 이슈들이, 나와는 별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또, 내 주변의 여자 지인들은 상당수 각자의 취향에 맞는 무술을 하나씩 하고 있다. 주짓수도 하고, 복싱도 하고, 검도도 하고, 태권도도 하고 점점 그 종류가 늘어나 보는 재미가 있을 정도다. 이런 친구들의 일상을 보면서 어느새 여자가 과격하다 생각될 운동을 당연하게 해 나가는 이들이 많아지는 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게 낯설다.

그러나 축구를 열심히 한다는 지인, 농구나 야구를 열심히 한다는 지인을 보긴 어려웠다. 그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나 농구나 야구는 주짓수나, 복싱이나, 태권도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럿이 같은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모이지 않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운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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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은 보통의 여성 캐릭터들이 마음껏 농구를 즐기고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농구 연극이다. 사실 이 연극은 장충체육관에서 14년 만에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전이 열렸던 날,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팀의 첫 모임 때 취한 상태로 각자의 농구 경험을 공유하며 제작하기로 약속됐다.

여성이 농구 하는 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 250보다 작은 사이즈의 농구화를 찾기 힘들었던 일, 같이 농구할 사람이 없어 팀플레이 경험이 없는 것, 혼자 야외코트에서 느껴지는 견제와 위협들, 겨우 찾은 여성 아마추어팀에서 농구를 하면서 그 안에서 경험하고 발견한 이야기들까지.
 
 

[줄거리]

 

"같이 농구 할래요?"

 

작업 중인 게임 시나리오의 클라이막스를 앞두고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된 연정. 공원 자판기에서 제일 인기 없는 음료 레몬 사이다를 한 캔 뽑아 마시는데, 농구공을든 재영이 나타난다. 농구 시민리그 참가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연미, 환희, 혜준을 만나는 연정은 잠시 모든 걸 잊고 농구에 푹 빠진다. 살아온 환경도, 대회 참가 이유도 제각각인 다섯 명은 과연 팀이될 수 있을까? 연정은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은 지금까지 이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아래에 있던 사람들에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제공한다. 운동은, 농구는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 연극은 보통의 농구 연극이다. 기울어진 농구 코트에서 농구를 하는 이들의 모습을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처럼 눈물겹고 거창하게 묘사하지 않는 것 같아서 좋다. 그들은 그냥 농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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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들의 모습은 보통의 농구인들, 그냥 농구 애호인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그 당연함이 누구에겐 여전히 당연하지 않은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하려 한다. 나에게 해당하는 일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 적용될 일일지 몰라서 바꿔야 하는 예방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불편하다고 외면해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여전히 여성혐오를 이유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성 상품화를 내세운 광고가 방영되고, 취업시장에서 배제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들이 현재진행형이니까.

그래서 나는 당연하지 않게 이 연극을 보고 올 것이다.

 




[공연개요]

 

보통의 농구 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일시 : 2019. 10. 15(화) - 10. 20(일)

평일 8시, 주말 4시

 

기획 : 나희경

극작 : 심정민

연출 : 설유진

출연 : 강다현, 기푸름, 라소영, 박마리솔, 정수미

드라마터그 : 성효선

조명디자인 : 신동선

의상디자인 : 강기정

음향/영상 : 목소

 

제작 : 플레이어F, 페미씨어터

후원 : 서울문화재단

 

 

*

 

[단체소개]

 

 

페미씨어터

 

페미씨어터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목적으로 설립됐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를 휩쓸면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거나 ‘남혐’이라는 등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도 늘고 있다. 그러나 페미씨어터가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궁극적인 성평등이다. 젠더 위계의 하위에 여성이 위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존재조차 지워졌던 성소수자와 함께하고자 한다.

 

 

플레이어F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극을, 다양한 여성 창작자들이무대를 중심으로 모여 그들이 가진 얼굴과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는 서사를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말로하는 설득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하나가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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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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