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독 여성들에게 사회는 정말 인색하다. 좀처럼 실력 있는 여성을 실력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누구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손쉽게 평가절하되는 일, 실력 자체보다 외모, 가정환경, 결혼 후 그가 꾸린 가정, 남편, 자녀들이 더 주목받는 일들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들을 설명할 때에는 예술가, 과학자, 작가, 철학자와 같은 말 대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라는 이름이 더 많이 사용된다. ‘미모의 여기자’ 등과 같은 표현은 마치 칭찬처럼 이용되어 왔으며, 그가 당했던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 등이 그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참 형편없는 세상이다. 지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끝없는 도전의지를 스스로 꺾어 버리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런 사회의 민낯을 볼 때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세상 속에서, <전쟁의 목격자>는 용기를 준다.

<전쟁의 목격자>의 주인공 마거리트 히긴스는 미국의 언론인이자 종군기자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콩고내전과 베트남전쟁 등 극단으로 치닫는 폭력의 현장 속에서 다양한 기사로 전쟁의 고통을 알렸다.
몇 분, 몇 시간 안에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쟁 속에서 마거리트 히긴스는 끊임없이 기사를 작성했으며, 그의 기사는 매번 표지를 장식했다. 결국 그는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국제 보도 부문에서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당연히 남성이 하는 일이라 여겨졌던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이루고, 누구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뛰어난 감각과 실력을 가지고 있으나, 마거리트 히긴스는 번번히 배제되거나 평가절하된다. 그의 이야기는 루머와 가십, 때로는 저급한 유머로 소비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총알이 날아다니는 또다른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을 사리지 않는 취재와 기사 작성으로 실력이 있음을 증명해낸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었던 모든 일들에 그저 실력과 능력으로 차분히 대응한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결국 그 분야의 최고가 되어 버린다.
마거리트 히긴스가 전쟁을 기사에 담아내던 그 시절은 ‘야심이라는 단어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시기’였으며, 가정에 헌신하는 것이 여성의 역할이자 위치라고 보았던 시절이었다. 그는 과감하게, 마땅히 여성에게 기대되는 것들을 뒤집어 엎어 버린다. '미모의 여기자'가 아닌,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로서 그의 모든 것을 제멋대로 재단하고 품평하는 사람들과 사회를 끝끝내 발 밑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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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유구한 여혐의 역사 속에서 과감하고 능력 있게 목소리를 내며, 쟁취하고, 결국 그 분야의 최고가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나와 다른 여성들로 하여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며, 지쳐 있을 누군가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보이지 않는 총알이 오가는 바로 그 전쟁 속에서 지쳐 웅크리고 있는 이에게, 마거리트 히긴스의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