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대 뒤, 숨겨진 햄릿들의 이야기, 연극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글 입력 2019.09.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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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무대 뒤, 숨겨진 햄릿들의 이야기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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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햄릿들의 이야기

본 연극의 배경은 무대 뒤, 분장실이자 연습실이다. 무대 위가 아닌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모두 햄릿이 된다. 사느냐 죽느냐를 고민했던 햄릿처럼, 생각이 많으며, 어떠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어떻게 그 고민을 해소해야 할지 또 고민한다.

생각에 이어진 생각들, 고민에 이어진 또 다른 고민들, 그러니 우리는 모두 햄릿이다. 본 연극은 햄릿이라는 고전 희곡을 가져와 불안정한 우리들의 현재를 조망한다. 등장하는 세 인물 모두 어떠한 고민에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며, 계속 고민하다가 자기합리화를 하다가 무너지기도 한다.

이 과정은 햄릿을 맡은 배우, 햄릿 옆에 있는 오필리아를 맡은 배우, 그리고 그들을 분장해주는 분장사로 이어진다. 햄릿을 고민하다가 같이 고민에 휩싸이는 남자배우와 그 남자배우 옆에서 자신의 역할이 제한적이며 공연계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에 고통받는 여자배우, 그리고 그들을 분장시키며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에 기쁨을 느끼다가도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에 한계를 느끼는 분장사까지. 그들은 모두 햄릿이지 않았을까. 이러한 그들의 고민들 끝에 한 가지로 귀결되는 것은, 우리는 살아있음으로 인해 우리의 위치, 역할을 찾아가고 있느냐일 것이다.

햄릿을 단순히 무대 위에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대 뒤에 집중했다는 점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더불어 분장실, 연습실에만 있는 거울을 활용한 여러 연출들, 관객들이 3인의 배우가 짓는 표정들을 더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거울 연출은 탁월했다. 무대 곳곳에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소도구들까지, 여러 비유들이 많았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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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기에 말을 한다지만..."

55분,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의 연극, 그 안에서 살아있는 3인의 인물들은 살아있기에 열심히 말한다. 그래서 본 연극은 꽤나 많은 양의 독백이 등장한다. 인물별로 분리되어 이어지는 독백은 문어체적이며, 길다.

관객의 입장으로 그 긴 독백들의 대사를 귀로 주워가며 공연을 보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피로도가 높아지기도 했으며,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하는 기분이 들었다. '해골'이라는 매력적인 소도구를 사용했으나, 해골의 힘이 그리 강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

또한 그러한 독백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정치적이거나, 여성주의적인 단어들이 사용되는데, 그 단어들이 한없이 직접적이다. 문어체적이고, 비유와 상징을 많이 사용한 극이기에 그러한 부분에서 집중이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짧은 극이니만큼 한계적으로 각자의 서사들이 병렬적이어서 쉽사리 그 세 개의 극이 딱 붙지 않아 아쉬웠다.

더불어, 본 연극 소개 글에는 트리거 워닝이 적혀 있다. 공연계 성폭력에 대한 트리거 워닝을 적어두었는데, 본 공연에서 그 장면을 그림자나 거울을 사용해서, 조금은 덜 직접적으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유명한 고전 '햄릿'을 가져와 무대 뒤 햄릿이 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단막의 시도는 매력적이었다. 5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배우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살아있음, 주체성을 이야기한다.

본 공연에서 해골은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에 반해, 살아있는 우리들은 계속 말하고, 말한다. 말함으로 인해, 우리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나는 어떤 역할을 갖고 있는지, 나는 진짜로 주체적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할 수 있다. 말하는 것이 어떠한 정답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그 정답을 찾을 가능성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러니 우리는 말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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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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