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상예술이라는 본질로의 회귀, 인디애니페스트2019

글 입력 2019.09.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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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 사이에서 서브컬쳐 정도의 위상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큰 영화관에서는 상영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만화는 오락 위주의 서사를 요구받지만, 이번 <인디애니페스트2019>는 하나의 예술로서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자유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영상예술로써의 매력은 대단했다. '인디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방영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들이었다.

필자는 여러 섹션 중 아시아 파노라마1을 감상했다. 필자가 이 섹션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 '인디' '애니메이션' 페스타가 국외 초대작 감독들에게 갖는 의미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마침 감독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했다.


개인적으로는 <틈새에 있는 사람>의 작가인 루 팅팅의 대답이 가장 인상 깊었다. 애니메이션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행위예술이었으며, 예술로써 조명받은 인디 페스타는 본질로 돌아가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답변이었다. 필자는 그 생각에 동의했고, 왜 본질적으로 예술인 애니메이션이 '인디'라는 틀을 붙이고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모순을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대중문화와 고급예술을 나누는 것 만큼이나 예술에 경계를 긋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극장에서 진지한 애니메이션이 생산되고 소비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국내 애니메이션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과 같은 멋진 선례가 있는 것처럼, 이런 시도들이 모여 사회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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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감상으로 돌아와서,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들을 몇가지 짚어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다만 필자가 고른 기준은 결코 완성도 순이 아니라, 이번 기획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선택이었다고 본 작품들이다. 우선, 차이 차이 베이의 <잠결>이다. 이 작품은 사이킥델릭한 장면 전환과 숨소리가 인상깊은 작품이다. 추상적인 작품에, 서사는 더욱 모호하다.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다리 한짝과 손 한쪽은 하나의 몸처럼 엮이기도 하고, 낚시줄에 끌려다니기도 한다. 합쳐지면서 내는 두 남녀의 숨소리는 어딘가 성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필자는 무언가 의미를 찾기보다는, 잠결이라는 이름처럼 무의식 속에 흘러들어오는 이미지의 연속으로 이 작품을 받아들였다. 기묘한 역동감과 리듬이 주는 박력은 우리가 기대하는 애니메이션의 서사를 과감하게 부순다.

<틈새에 있는 사람>도 추상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독과의 대화에서 작가가 언급한 제작 비화를 들어야 한다. 작가는 A4 용지로 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문득 한 장이 넘어가면서 만들어지는 틈새가 슬프게 느껴졌다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양분화된 두 극단, 예를들어 남자와 여자에는 좁힐 수 없는 틈새가 존재한다. 젠더 이슈를 넘어서 만물에 존재하는 틈새가 갈등을 만든다고 생각해 작가는 큰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자신의 정원에서 노니는 여자는 어느날 물고기 입에서 튀어난 남자를 발견하고, 틈새를 바라보게 된다.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보았을 때 당혹감이 느껴졌지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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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결정장애>, <미미>, <침대 위의 물고기>가 그렇다. 세 애니메이션은 일상적인 고통과 행복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결정장애>는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하는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애니메이션으로,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미>는 어느날 여드름이 난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인데, 청소년기의 정서를 감탄할만한 연출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침대 위의 물고기>는 월경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수치심과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는데, 20대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고민해야할 이슈를 다루고 있다.

다양한 시선을 흡수하려고 했던 아시아 작가들의 초청은 본 기획대로 이루어졌다. 필자는 만족하면서 극장을 나왔다. 이렇듯 퀄리티 높은 작품들과 감독과의 대화가 적절히 이루어진 페스타였지만, 다소 그들만의 리그로 남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또 단편 애니메이션을 묶어 상영한 것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장편 애니메이션 기획의 확대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러한 기획이 쉽지 않은 면을 이해한다. 이러한 문제는 페스타의 기획이 아니라 더 큰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구성한 콘텐츠와 국내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갖는 의의가 돋보이는 페스타였다. 다음 페스타가 있다면 꼭 또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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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니페스트2019
- Indie-AniFest 2019 -


일자 : 2019.09.19 ~ 2019.09.24

상영시간
인디애니페스트 홈페이지 참고

장소 :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티켓가격
일반상영작 6,000원
(청소년/장애인/단체 3,000원)
개, 폐막식 선착순 무료 입장

주최
(사)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주관
인디애니페스트2019 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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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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