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기견 빵식이와의 동거 1년 下 [동물]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글 입력 2019.09.24 01:4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 애를 만나고 난 뒤부터 비로소 버려진 생명을 보는 눈이 뜨이게 되었다. 길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빵식이가 생각나 이전처럼 모른 체 지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은 작은 생명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가 마주한 불편한 귀여움


 

친구와 집 가는 버스를 찾아 헤매다 뜻하지 않게 서울의 한 애견거리를 마주했던 적이 있다. 마트 진열대에 놓여있는 물건들처럼, 작은 유리창 속에 갇혀 전시되고 있던 아이들의 모습, 더운 공기를 타고 내 코를 찌르는 위생적이지 못한 냄새, 그 앞에서 아기들이 귀엽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분변과 밥이 가까울 수 밖에 없는 매우 비좁은 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적게는 한 마리, 많게는 세 마리씩 갇혀있었다. 그 비좁은 곳의 작은 생명들은 본성조차 존중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강아지는 본성 상 밥과 분변이 최대한 멀리 떨어져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분변을 먹어버리는 ‘식분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 작디 작은 유리창 앞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한 애견샵에서 강아지가 변을 먹는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3개월된 새끼 강아지를 던져 죽게 만든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예쁘게 전시된 강아지, 아니 상품처럼 취급되는 펫샵의 생명들은 강아지 번식장, 소위 ‘강아지 공장’으로 알려진 곳에서 태어나게 된다. 열악하다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최악인 그 곳에서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어려운 새끼 강아지들은 경매장을 거쳐 펫샵으로 팔려나간다. 이 사실은 3년 전, SBS의 동물농장의 밀착 취재로 세상에 뜨겁게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마땅한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전에, 1인 가구와 고령화 인구 증가로 펫 시장은 계속해서 가파르게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대기업까지 사료, 간식 뿐만 아니라 분양시장에도 진출했고, 계속해서 동물자유연대에게 관리가 부실하다, 생명존중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만큼, 유기되는 동물들의 수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131.jpg
 
141.jpg
 


현재 유기견은 신고가 들어오면 포획되어 관할지자체의 유기견 보호소로 옮겨진다. 보호소에서는 혹시 있을 새로운 주인을 위해 공고를 올린다. 10일이 지나도 입양이 되지 않으면 이들은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지난 3년여간 안락사 된 유기견들은 7만 1천477마리에 달한다. 사설보호소, 포인핸드 등 다른 경로로 아이들이 보호받거나, 입양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증가하는 유기동물들을 모두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독일 니더작센주의 반려견 문화



반려견에 대한 보호와 관리가 매우 엄격하기로 소문난 독일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체계적인 반려 문화와 법이 형성, 제정되어있다. 독일의 니더작센주는 반려견을 키우려면 사육면허증이 필요하다. 시험은 이론시험과 실습시험으로 이루어져있고, 주인이 반려견을 잘 다룬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개를 키울 수 있다. 또한 이들에게 한국에서 통용되는 의미의 ‘펫샵’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를 입양하고 싶다면 전문적인 지식으로 동물을 사육, 번식하도록 면허를 받은 사람인 ‘브리더’에게 찾아가야 한다. 브리더가 키우는 모견들은 매우 엄격한 기준 하에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다. 1년에 한 번, 평생 5번만 출산이 가능하고, 단일 견종끼리만 교배가 허용된다.



 

 

빵식이와 함께 살면서, ‘아주 만약에 이 아이와 우리가족의 인연이 닿지 않았더라면, 정말 사랑하지 않을 곳 하나 없는 이 아이 또한 차가운 수술대에서 눈물 흘리며 주사를 기다리게 되었을까?’ 와 같은 끔찍한 상상을 하게된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아이는 그저 끔찍한 상상으로 끝낼 수 있지만, 주인을 찾으며 짙은 눈물자국으로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에게는 며칠 후 혹은 지금 당장의 일일 수 있다는 끔찍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 미쳐버린 펫샵 문화와 유기문화의 굴레를 끊는 것의 시작은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이를 오랜 시간 동안 반려인들과 동물단체가 수도없이 외쳐왔다.


이 시간에도 강아지 경매장에서 작은 생명들에게 값을 메기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으로 반려견의 예쁘기만 한 부분에만 꽂혀 펫샵을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아직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고 싶다.




태예지.jpg
 

[태예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