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 그리스 보물전 [전시]

글 입력 2019.07.2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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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보물전-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는 기원전 6,000년 경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인 기원전 323년까지의 그리스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총 9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전시는 그리스 문화의 서막인 에게해의 선사시대부터 시작된다.

전시는 총 9부로 구성된다

1부 그리스 문명의 서막, 에게해
2부 미케네인들
3부 호메로스, 신화와 역사
4부 아케익 시대의 귀족들
5부 쿠로스와 코레
6부 운동선수들
7부 아테네인들
8부 필리포스 2세
9부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새로운 시대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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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그리스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 중심적이라는 점이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신들의 이야기가 참 사람 사는 이야기 같다. 바람을 피우고 분노하고 싸우는 신들의 이야기. 어떤 나라에서 감히 ‘신’이란 존재를 이렇게 묘사할 수 있었을까?

그리스인들은 신들을 전부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3부 호메로스, 신화와 역사’ 섹션에서 신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 없이는 표현이 어려운 정교한 인체 묘사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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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조각상


인간적인 신들의 모습 속에서 그리스인들의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한다는 것 자체로 그들의 인간 중심적. 신들의 조각상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타국이었다면 허용되지 않았을 자세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조각들도 많았다.


그리스 신화를 담은 작품들은 '재미있다'. 다른 종교나 신을 담은 작품들은 형식적이거나 보수적인 것들이 많은데, 그리스 신화는 그렇지 않다. 역동적이고 파격적인 작품들이 많다. 우리는 신들의 신인 제우스를 "바람둥이"라고 부를 수 있고, 심지어 "으이그!"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리스 신들을 담은 작품들은 재미있다. 마치 옆 동네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 같은 기분이다.

*

그리스의 인간 중심적 문화를 통해, 그리스에서 철학과 정치가 발전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신들의 이야기도, 살아가는 방식도 전부 인간을 위주로 생각했기에 ‘왜’와 ‘어떻게’의 주어가 인간인 질문을 할 수 있던 거란 생각이 든다.


뭐든 관심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고대 그리스에 유명한 철학자들이 많았던 이유는 인간에게 관심을 두고 연구하려던 당시 그리스의 문화 때문이었다. 신 중심적, 인간 중심적 뒤바뀌던 역사 속에 인간을 위한 철학, 정치, 과학이 가장 발달하던 시기는 전부 인간 중심적이던 시대였다. 무엇이 더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든 관심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초의 세계화: 헬레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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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판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그는 재위 기간 중 10년간의 원정으로 페르시아와 인도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토를 차지했었다. 결국 33세의 나이에 전쟁 중에 입은 부상으로 사망하게 되었지만, 그의 정복 사업은 동서양의 문화를 하나로 융합하는 데에 큰 역할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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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여정


정복 활동 중 지역마다 혼인을 통해 정복지를 넓혀갔기 때문에 그리스의 문화는 타지역에 깊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망 이후 각 지역에서는 그리스와 같은 ‘인간 중심적인’ 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시 후에 찾아본 바로는 동서양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문화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화재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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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의 불상


대표적으로, 사람의 모습을 한 불상 역시 이 시기에 시작된 문화이다. 그리스의 신을 인간화하는 문화가 인도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래서 오래전의 부처님은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불교의 전파와 함께 한국에도 그리스의 인간 중심적인 문화가 들어오게 된다. 석굴암의 부처님 역시 그리스의 문화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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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 건설 이후 나타난 문명을 ‘헬레니즘’이라고 한다. 헬레니즘 문화는 인간 중심적이며, 감성과 지성을 중요시하고, 사실주의적이다. 헬레니즘의 영향으로 인류는 인간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자연과학의 발달에 이르는 등의 결과를 낳았다.

그리스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면, 그리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급격했던 정복 사업은 많은 사상자와 피해를 낳기도 했지만,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하고 헬레니즘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영토를 더 확장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하게 문화로서 세상을 정복했다. 그로 인해 곳곳에 영향이 있었고,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그가 영토를 넓히는 것 이상의 정복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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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도 교통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문화가 서로 섞이고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알수록 놀랍다. 그 옛날에는 정확한 출처가 어디인지, 문명의 시작이 어디인지 알지 못한 채 타국의 문화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현재에 역사를 연구하고 밝히는 과정에서 그 연결고리가 형성되고 퍼즐이 맞춰진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그리스와 역사적으로 큰 접점이 없던 한국에도 그리스의 문화가 숨어있다는 점은 신선한 이야기였다. 전 세계가 각자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하나구나, 싶었다.




그리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그리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을, 그리고 '우리'를 이해하는 일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리스 문화 속 어디든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 하면 가장 떠올리기 쉬운 '올림픽'과 '폴리스'를 통해서도 그들이 인간을, 그들의 삶을 참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문화의 전파와 융합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고, 결국 그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를 돌아볼 수도 있다.

'문화의 뿌리'라 불리는 그리스 속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의 사상, 역사, 문화를 알면 알수록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고전으로 남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인들처럼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인간의 몸을 가장 아름답게 생각하고, 인간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인간적인 삶을 당당한 태도로 누렸을 그들의 모습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 문화의 색채에 반해버린 것만 같다.

*

문화재는 살아있는 역사이다. 문화재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고, 지나가 버린 것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역사는 '삶'을 연구하기 때문에, 삶 그 자체를 통해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삶의 흔적인 문화재는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

문화재는 사실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하지만 문화재를 보기 위해 그 나라에 가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우리가 보러 갈 수 없다면, 그들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한 번쯤 보러 가는 게 어떨까? 그게 엄청난 보물이든 아니든 분명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게 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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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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