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얼어붙은 시대 속 뜨거운 사랑, 콜드워 [영화]

흑백 화면과 독특한 음악이 어우러진 클래식 로맨스
글 입력 2019.07.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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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의 서막



1949년 폴란드, 대저택에 수많은 젊은 남녀가 모여든다. 폴란드 농노들이 부르던 고통과 치욕, 환희의 민요를 우호국에게 선보일 인재를 모으기 위한 오디션, ‘줄라’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시 출신이라는 점을 숨기고 이 곳에 참가한다.





심장이여 너는 잠자코 있지를 않네

심장이여 살아있다는 건 멋진 일

심장이여 이렇게 뛰니 참 좋아라

고마워라 심장이여

사랑하는 법을 이렇게 알았네



마음을 사로잡는 목소리로 폴란드 민속음악단 ‘마주르카’에 입단한 줄라는, 음악을 가르치는 빅토르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


음악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던 시절-토지개혁과 위협세력, 프롤레타리아 지도자에 대한 내용을 공연에 실어달라는 조국의 요청에 악단장은 전통민속예술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거절하지만, 사무국장 ‘카치마레크 레흐’는 이를 받아들인다.


결국 마주르카의 단원들은 스탈린의 커다란 사진을 배경으로 ‘위대한 스탈린 동지’를 위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게된다.


그러던 중, 빅토르는 사무국장에게 자신의 사상 검증에 관련된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줄라에게 프랑스로 망명할 것을 권유한다. 1952년 동독으로 공연을 떠난 그들은 극장에서 400m 떨어진 프랑스로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끝내 줄라는 빅토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그렇게 엇갈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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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의 엇갈림, 사랑하는 이들의 어리석음



#1954년 파리

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며 생계를 유지하던 빅토르는 프랑스 순회 공연을 온 줄라와 재회한다.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서로를 마주한다. 빅토르, 줄라에게 행복한지를 묻는다. 줄라, 답이 없다. 왜 그 날 오지 않았는지 묻는 빅토르에게 줄라는 자신이 부족해서 탈출 이후의 삶을 실패할 것 같았다는 말을 한다. 덧붙여 그녀는 혼자 떠난 그에게 원망 어린 마음을 내비친다.


#1955 유고슬라비아

그리움에 못 이겨 줄라의 공연을 보러 방문했던 공연장에서 빅토르는 줄라를 만나지 못한 채 강제 추방당한다.


#1957년 파리

영화 음악을 만들던 빅토르에게 갑자기 줄라가 찾아온다. 이탈리아인과 결혼한 후 폴란드를 떠난 줄라는 ‘강가로사 리호’라는 시칠리아식 이름을 가지고 자유의 몸으로 그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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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라는 폴란드에서 부르던 노래를 불어로 바꿔부르게 되고, 둘에게는 행복한 미래만 남아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습게도 떨어져있던 시간만큼의 질투, 낯선 감정, 혼란 속에서 둘은 대립하기 시작한다.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한 남자와 그 모습이 낯설어 과거가 그리운 여자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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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결국 크게 다투게되고 갈등을 이기지 못한 줄라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매정하게 폴란드로 돌아가버린다.




영원히, 죽음 또한 당신과 함께



#1959년 폴란드

줄라를 따라 망명 생활을 접고 무리하게 조국으로 돌아간 빅토르는 불법 출국과 밀입국, 영국 스파이 혐의로 15년형을 받는다. 그를 구하기 위해 줄라는 사무국장과 결혼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아이를 낳는다. 줄라는 그를 떠나 온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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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망가질대로 망가진 모습으로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줄라는 빅토르와 재회한다. 빅토르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말하는 줄라, 그들은 영원한 도피처에서 완벽한 연인이 되기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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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드 워>가 말하는 사랑





영화 <콜드 워>의 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는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사랑이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 가능한가? 삶과 역사, 이 세상까지 초월할 수 있는가?' 나는 엔딩을 통해 그들의 사랑에 일종의 초월성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세상에 완벽한 연인은 없다.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들을 무던히 맞추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잔인한 괴로움을 동반한다. 누군가는 줄라와 빅토르가 사랑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난할 지도 모르겠다.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실수를 저지르고, 결국 죽음이라는 선택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랑에는 좀처럼 실수가 빠지지 않는다. 타인과 발걸음을 나란히 하는 일은 쉽지 않고 때로는 번거롭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사랑을 믿고, 동경하며 신성시한다. 인간의 긴 역사 속에서 빛을 잃지 않고 있는 가치 또한 사랑이며 예술의 원천 중 가장 흔한 요소이기도 하다. 순수하고 아름다워서라기보다 인간 그 자체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다면적이고 복잡한 감정, 덧없는 희망과 기쁨, 증오와 미련을 담고 있는 '사랑', 그 앞에서 인간은 웃고 운다.


죽음은 대체적으로 비극이다. 삶이 끝난 뒤를 상상할 수 없을 때 그렇다.그러나 사랑에 있어 죽음은 때때로 영원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의 흑백 화면만큼이나 황량했던 냉전 시대를 살아내야했던 이 연인에게 어쩌면 죽음은 안식처였고, 살아서 완성하지 못한 사랑을 매듭짓기 위한 용감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책 <에로스의 종말>에는 '에로스는 도래할 것을 향한 충실한 마음을 지탱해준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줄라와 빅토르는 죽음보다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이 더 괴롭지 않았을까. 무엇이 닥쳐오더라도 영원한 사랑을 지키려던, 두 사람의 충실한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본다.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이정하, 낮은 곳으로
: 영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시




[정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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