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시회 테마를 따라서 – 베르나르 뷔페전

글 입력 2019.06.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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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에도 썼듯, 난 미술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그림을 아무리 여러 각도에서 보려고 해도 남들처럼 단순히 ‘그림’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미술관 한 쪽에 있는 글귀와 벽마다 다른 벽의 색을 보게 됐다. 이 전시회의 테마였다! 그래서 그림을 전체적으로 본 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미술전을 기획한 사람의 의도를 떠올리며 다시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01. 스타의 탄생


 

『뷔페에게 데생은 초기 작품에서부터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각이 진 선에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공간, 그라피티(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나 연필로 그려진 선을 물감으로 다시 재현해내는 방식, 세로로 뻗어 있는 등장인물 등은 추후 그의 주요한 화풍이 되었다. 그리고 이때, 그가 사용한 색상은 주로 회색, 하얀색, 그리고 황토 계열의 색상이었다.』

 

실제로 위의 설명을 읽고 그림을 둘러보니 달라 보였다. 빨간색으로 된 공간에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뷔페의 초기 작품을 보여주는 ‘시작’ 단계임이 확실히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뷔페의 그림이 변화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거란 걸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설명처럼 그림이 간단하고 명료했다. 대상이나 주체 중심의 그림도 많았고. 특히 ‘닭을 들고 있는 여인’이란 그림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림 사이에 있는 말귀도 인상 깊었다. 뷔페의 젊을 적 자신감을 잘 드러내 주는 두 개의 문구가 생각난다.



“피카소? 그가 아무리 위대한 화가라도

나한테는 아무 의미 없다.

마티스는 그저 장식가일 뿐이다.”


By. 베르나르 뷔페



“사람들은 내게 거만하다 할지 모르지만,

이 캔버스를 한 번 보세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예요.”


By. 베르나르 뷔페





02. 새로운 시작


 

『1950년대 중반부터 뷔페의 그림은 기술적인 발전을 보인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 다른 주제를 다루면서 매번 다른 재료를 사용한다. 작품 주제에 따라 그림에 투명한 느낌의 물감을 사용하기도 하고 다른 경우에는 물감을 매우 두껍게 사용하며 무게감을 실어주기도 한다.』

 

이 테마의 공간은 흰색 배경이었다. 설명을 토대로 그림을 보다가 1964년에 그려진 ‘자화상’을 보고 처음 그림을 봤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림이 거칠고 어둡다는 게 확 느껴졌다. 그리고 이 어두운 색감 속 주황색 계열의 컬러 포인트는 오히려 상처와 힘듦 그리고 자포자기의 느낌마저 자아냈다. 특히 물감을 두껍게 사용한 점이 ‘자화상’에서 더 슬픔을 깊이 있게 느끼게 했다. 내 그림 해석이 작가의 의도와 다를 수 있지만, 그냥 내가 보고 느낀 바를 표현하자면 이렇다는 것이다. 난 이렇게 느꼈다.

 

그리고 아나벨을 많이 사랑한 것 같다. 설명에서는 아나벨에게 첫눈에 반했다고는 했지만, 뷔페의 정확한 사생활을 알 수 없어서 아나벨‘만’ 사랑했다거나 평생 순정파였다고 감히 리뷰에 적긴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아나벨을 그리고 있을 때만큼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 속 아나벨이 참- 사랑스러우므로.

 

 


03.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Ⅰ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정교하고 호전적 색감을 보여준다. 이 시기 뷔페는 그가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오마주 작업을 시작한다.』

 

이 공간에 있던 그림들은 풍경화가 많았다. 그리고 다른 공간에 비해 색감이 제일 다양했다. 또한, 이 공간에도 뷔페의 말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

 


“나를 둘러싼 증오는

사람들이 나에게 준 훌륭한 선물이다.”


By. 베르나르 뷔페


 

자신을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오마주 작업을 시작했다는 뷔페의 이 공간에, 이런 말귀가 적힌 게 처음엔 아이러니했다. 그래서 한동안 서서 골똘히 생각하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분의 센스가 좋아서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04.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Ⅱ


 

『팝 아트나 만화에 근접한 좀 더 현대적인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뷔페의 작품 속에는 일상의 사물들이 주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유명 도시들을 많이 그리기도 했다.』

 

이 테마는 연회색으로 꾸며져 있었고, 확실히 도시적 배경이 많았다. 그림엔 선이 굵고 뚜렷했고, 이는 황량하고 삭막한 표현처럼 보였다.

 

이 공간 중간에 <오디세이 신화와 해저 2만리>라는 만화적 스타일 중 하나가 따로 전시되어 있다. 1870년에 쥘 베른 소설의 삽화로 그렸다고 하는데,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Ⅱ 설명에 나왔던 만화 요소의 그림이었다.


 

 

05. 찬란한 피날레


 

『<음악광대들>은 미쳐가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만화 스타일을 통해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생애 마지막 시기인 1989년부터 1999년 사이 베르나르 뷔페는 새로운 기법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표현적인 면에서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고 덜 엄격하지만, 주제는 오히려 매우 현실적이었다. 우리가 베르나르 뷔페의 신앙과 1946년 이후부터 그가 그려왔던 다수의 종교적 작품을 둘러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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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 테마에서 진회색 기둥으로 공간의 색이 바뀌면서 진회색과 코랄 색의 벽에 그림들이 걸려 있다. 1999년 10월 4일 뷔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나벨을 생을 마감한 뷔페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편안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자기 죽음이 가까워지자 뷔페는 좀 더 단순한 주제들을 그린 게 아니었을까? 미술에 대한 도전 정신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그리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마지막 공간에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는 생전 뷔페의 인터뷰가 영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는 ‘광대’라고 했는데, 그가 말한 것 중에서 이 말귀를 보면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 알 것도 같다.

 


“광대는 모든 종류의 변장과 풍자로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다.”


By.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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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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