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뉴필로소퍼 Vol.6 [도서]

글 입력 2019.05.1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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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는 흰 토끼가 산다. 토끼는 시간에 쫓기며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산다. 한국은 온통 토끼로 가득 찼다. 거리를 헐레벌떡 뛰거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피곤한 표정으로 졸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연령, 성별을 뛰어넘어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시간없음의 마법은 닥터스트레인지의 타임 스톤보다 대단하다. 도르마무는 약 120분짜리 악당이지만 시간없음은 끝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뉴필로소퍼>의 주제는 시간이다. 현대인에게 항상 부족한 잠, 카페인, 시간은 항상 같이 다니지만 앞의 둘은 어쩔 수 없어도 시간만큼은, 그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만하다. 이번 호는 과학의 비중이 꽤 높아서 나는 내가 뽑은 세 가지 키워드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과 영화를 말해보려 한다.



# 충만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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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충만한 삶일까? 드라마 <SKY 캐슬>의 등장인물이라면 잠 잘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를 좋은 성적을 얻어 서울의대에 들어가는 것, 그리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의사가 되고 SKY캐슬에 입주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거의 중년이 될 때까지 쉬는 시간은 없다.

물론 시청자들은 그렇게 달린 인물들의 끝이 어땠는지, 결말을 안다. 의사라는 직업의 부, 명예, 안정성–일단 그렇다고 했을 때-을 좇아 달리기만 하면 시간은 직선이 된다. 뒤돌아갈 수 없는 직선은 달리기를 멈추지 못하게 하고 우리는 파멸을 이르거나, 가까스로 멈추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 때문에 내 삶이 남들에 비해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 꼬인 시간의 선은 어느 순간 교차되고 그것은 당신만의 이야기가 되어줄 것이다.


충만한 시간의 반대상은 시작도 끝도 없이 공허한 지속으로 늘어진 시간이다. 공허한 지속은 텅 빈 행위의 시간 형식이다. 조급한 불면의 밤.

충만한 삶은 양적 논리로 정의되지 않는다. 온갖 삶의 가능성들을 실현한다고 자연히 충만한 삶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건들을 헤아리고, 열거한다고 저절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가 되려면 의미를 빚어내는 특별한 종합이 필요하다.

- 한병철, 「시간의 향기」




# 시간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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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모모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살짝 아쉬웠다. 프루스트도 좋지만 좀 더 아기자기하면서도 콕콕 찌르는 모모도 어울렸을 텐데 말이다. 특히 과학 얘기가 많이 나와서 조금 가볍게 환기하는 느낌으로 배치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시간을 돈으로 삽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한 업무자동화 스킬 교육!”

앞의 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80%는 통하는 격언이다. 가전제품은 집안일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다. 여기에 요즘 나오는 가사도움 서비스는 과거 드라마처럼 도우미를 전속으로 고용하는 식이 아니라 원하는 시간대, 상품을 선택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뒤의 말은 최근 자주 나오는 광고문구로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것과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창의적인 다른 일을 하라고 권고하는 상품이다. 얼핏 솔깃하기도 하고 교육을 수료하고 실제로 써먹으면 나도 인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긴 하다. 왜냐면 ‘자동화된’ ‘효율적인’ 시스템이니까.

무엇을 위한 효율일까. 함께 웃어줄 사람이 없다면.


꼬마 모모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였다.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 옛 원형극장 인근 마을 사람들보다 옷을 잘 입긴 했다. 돈을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더 많이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못마땅한 기색이나 피곤함, 또는 불만이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 눈빛에는 상냥한 기미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주며 매 시간마다 진실을 말해 주지. 허나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란다. 사람들은 오히려 두려움을 불어 넣는 자들을 더 믿고 싶은 모양이야. 정말 수수께끼야.

- 미하엘 엔데, 「모모」




#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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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 감독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주인공 폴은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악몽으로 여기고 있다. 기억은 얽히고 얽혀 실제를 알 수 없는 미로였고 진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수상한 마들렌을 먹으며 차차 기억을 되찾아 간다.

폴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기억들은 그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잠자고 있었고 그는 그곳에서 낙원을 만났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어머니와의 추억, 아버지의 진심, 말해주지 않았던 그 날의 진실까지. 모든 악몽에서 깨어난 그는 이제 행복하게 웃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었던 시간들은 마들렌과 같은 어떤 작은 것에서 갑자기 솟아오른다. 대비도 못한 채 흠뻑 기억에 젖어버리고 그 순간의 노래와 그날의 향을 느낀다. 과거의 낙원은 붙잡히지는 않지만 폴처럼,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풍요롭게 만들도록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기억은 망각의 힘에 휩쓸려 현재와 어떤 식으로도 연결되거나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숨어 있다가, 오로지 과거의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다가, 깊은 골짜기의 밑바닥이나 높은 산맥의 꼭대기에 고립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튀어나와 우리 주변의 공기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그 공기는 우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호흡하고 있는 공기인 동시에 시인들이 찾으려고 애썼던 낙원보다도 더 순수한 공기이다. 우리가 오직 과거에 마셨던 공기를 통해서만 그토록 깊은 소생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진정한 낙원이란 결국 잃어버린 낙원이기 때문이다.

-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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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0   News From Nowhere
18   Feature 시간 도둑을 잡아라  올리버 버크먼
24   Feature 시간은 왜 늘 부족할까  티파니 젠킨스 
32   Feature 달력도, 시계도 없는 사람들이라니!  앙드레 다오
38   Interview  시간에는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휴 프라이스 
52   Comic  실존주의 방문판매  코리 몰러
54   Feature  여전히 우리는 태양의 영향 아래 있다  패트릭 스톡스  
62   Feature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톰 챗필드  
70   Feature  미래를 보는 실험  마리나 벤저민 
76   Interview 시간은 각각의 ‘지금’들의 총합이다  카를로 로벨리 
90   Feature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98   Feature  내일을 위해 여전히 알람을 맞추자  마시모 피글리우치
104  Feature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죠?  나이젤 워버튼 
110  Essay  시간의 탄생, 그 이전  팀 딘  
118  고전 읽기  시간 여행자의 귀환  허버트 조지 웰스
130  6 thinkers 시간Time  
132  Coaching  어른들은 왜 재미있는 일들을 시간 낭비라고 하죠?  매슈 비어드
136  고전 읽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144  Opinion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 예술  나성인    
150  Opinion  뮤즈를 기다리는 시간  기혁 
156  Critic  최후의 날  클라리사 시벡 몬테피오리  
164  Our Library
166  Essay  일하는 여행자의 시간  김소담  
172  Interview 나만의 인생철학 13문 13답_수잔 칼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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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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