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성은 어떤 선택을 해야 X 되지 않을까? - 연극 "환희, 물집, 화상"

글 입력 2019.05.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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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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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항상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 왔다. 여성에게 있어서 둘은 가장 정반대의 존재처럼 묘사된다. <환희, 물집, 화상>은 이 두 가지 딜레마를 유쾌하게 풀어낸 페미니즘 연극이었다.

 

연극의 결말까지 보고 들었던 생각은 매우 간단했다.

“역시, 돈이 최고야.”

교수 캐서린의 수강생이었던 에이버리가 그를 따라 외국으로 여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돈 많은 지인을 따라 외국에 가는 것이 낭만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결말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역시, 쉐어하우스만이 답이다.”

캐서린의 성공적이고 풍족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자와의 결혼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담은 듯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위의 말처럼 정말 여성들은 어떤 선택을 하든 X 되는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해도 X 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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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물집, 화상>을 보기 전 단순히 프리단과 술레플리의 입장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논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반에 에어버리가 슐레플리의 의견이 너무 싫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슐레플리 의견 속에 담긴 가부장제 사회 속 여성의 욕구와 프리단이 말하는 여성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인정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프리단의 의견처럼 자신의 자아를 가정에서만 한정시키지 않는 것이다. 남성들은 다른 방식으로 자아를 찾아 나가는데 여성은 가정에서만 찾길 강요당했기 때문이다. 슐레플리의 의견에 완전하게 동의할 수 없다. 그의 의견은 지금으로 보면 여성 혐오적이고 가부장 사회에 오히려 기여를 하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에 공감이 된다는 것은 아직 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며 가부장제에 길든 것이 본능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극은 캐서린, 즉 베티 프리단의 의견에 가깝다. 주인공이 프리단을 대표하는 인물인 캐서린이기도 하고 그가 다른 방식으로 외로움을 받아들이면서 엔딩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가족을 가지는 것이 여성이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인 것처럼 얘기가 되고는 한다. 그러나 캐서린은 그웬의 남편을 양도받아서 경험해본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극은 환상 속 남자가 환상적이지 않다는 사실, 오히려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그리는 것이 허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것만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족과 남편을 가진다고 외롭지 않다는 뜻 또한 아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 무엇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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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캐서린은 자신은 언제나 기회를 잘 잡아 왔던 것이라 말한다. 그에 그웬 자신이 선택한 삶 또한 구조적인 이유가 아니며 순전히, 오로지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며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후회스럽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구조적인 이유와 개인적인 이유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그 선택의 연속들로 만들어진 것이 각자 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웬은 캐서린에게 자신의 남편을 양도하면서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그동안 자신들이 걸어온 인생과 다른 기회였음에도 결국 그 기회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들이 선택해왔던 방식으로 기회 또한 기존의 방식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웬은 캐서린의 뉴욕 아파트에서 지내며 못다 한 대학원 학업을 이어갔다. 연극에 관심 있어 하는 그의 아들과 함께 계속 브로드웨이를 드나들었다. 캐서린이 그웬의 비용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비록 남의 돈이지만 그웬은 의도치 않게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동안 선택해왔던 방식으로 이 기회 또한 기존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웬은 결국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웬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는 그 선택을 한 만한 분수였던 것일까, 아니면 연속된 선택으로 익혀진 것들이 나를 그 분수로 만드는 것일까?

 

인생의 모든 선택이 개인적이지만은 아닐 것이다. 혹은 개인적이라고 생각했던 그 선택들이 굉장히 구조적인 이유였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던과 그웬은 자신이 한 선택이 자신의 분수에 맞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다. 그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행복할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정말 자신의 행복이 뭐였는지 돌아보며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페미니즘은 지루하다? 코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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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코믹하기로 유명했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정말 깔깔 웃었기에 몇 년이 지나서 다시 그것을 보러갔다. 그러나 다시 보니, 많은 혐오가 깔려있었다. 이 공연 뿐만이 아니다. 옛날에 재밌게 보았던 콘텐츠가 더는 재밌지 않았다. 단순히 시대의 개그 유행이 달라져서가 아니었다. 대부분 소비했던 콘텐츠들이 약자 혐오가 기저에 깔려있었고 그것을 당연시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약자 혐오가 없이 코믹할 수는 없을까?

 

그렇기에 <환희, 물집, 화상>은 코믹함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흔히 온라인에서 페미니즘을 논할 때면 “불편”하고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장난으로 한 말인데 그것을 왜 농담으로 받아치지 못하냐고 타박하는 말도 있기도 하다. 페미니즘은 재미없고 불편하기만 한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페미니즘으로 코믹함과 막장을 만들 수 있으며 그곳에서 공감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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