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세월호, 그들의 아픔을 담은 명왕성에서 [공연]

세월호의 슬픔과 아픔을 담은 무대
글 입력 2019.05.0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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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요즘 보는 공연들은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비유적으로 표현하거나, 그와 닮은 사건들을 언급하는 공연이 많았다면, 이번에 문화초대를 받은 <명왕성에서>는 직접 세월호 사건을 담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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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언어는 그분들의 말에서 왔고, 무대의 정서는 그분들의 한숨과 눈물에서 왔다. 이 작품은 세월호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한 만남의 방식을 시도한 작품이다."


- 박상현 연출



일상생활에서는 비유를 하는 것보다 직접 말하는 게 더 쉽다. 비유는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연관성을 가진 상황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연결고리를 대칭 시켜야 해서 어떤 주장이나 이야기를 할 때, 자기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 전달하기가 훨씬 쉽다. 그런데 왜 세월호와 관련된 공연은 유독 비유로 전달하는 극이 많은 걸까?

우리는 동시대에 같은 사건을 목격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한참 밖은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던 때였다. 쉬는 시간에 친구와 매점을 들렀다 오는 길에, 배가 침몰한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소리를 들었다. 휴대전화기는 제출하지만, 태블릿은 들고있어도 되었기에 친구들이 인터넷으로 그 기사를 접했던 거였다. 수업에 들어오셨던 국어 선생님은 너무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우리에게, '너희가 탄 배가 더 위험하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렇지 않게 그 사건은 지나갔지만, 집에 돌아오니 뉴스에서는 배가 침몰해서 삼각형으로 된 꼭대기 부분만 올라와 인양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밤늦게까지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날 너무 무서워서 방문을 닫지도 못했고, 씻을 때 문을 닫지도 못하고, 비눗물이 들어오는데도 눈을 감지 못했다. 배 안에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고 부모님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내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하는 그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

나의 하루를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내가 겪지 않은 일을 함부로 말하기는 힘들다. 공연이라는 것은 더 그렇다. 단순히 한 개인이 하는 이야기가 아닌, 단체의 목소리가 되어 책임의 영역이 커져 버린다. 단순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과 전문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사이트에 쓰는 책임감의 무게가 다른 것처럼. 그 이야기는 진짜 사건을 겪은 이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너무 잘 표현하거나, 그들의 삶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이차적인 가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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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


<시놉시스>

얼음처럼 차가운 시각으로 그려낸,
숯불처럼 뜨거운 열한 개의 장면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한 고등학교 방송실에서는 점심시간 방송이 한창이다.

학생들이 탄 배가 기울었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사고현장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의견, 자원봉사자, 기자, 그리고 잠수사들의 공간. 미증유의 혼란과 슬픔이 덮친다.

부유하거나 잠겨있는 학생들. 기울어진 조타실을 스튜디오 삼아 방송을 이어간다.

목사 부부가 교회의 경건함과 무력함 사이에서 죽은 딸의 생일파티를 연다.

한 잠수사의 빈소에 동료 잠수사들이 모여 망자를 추모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밤하늘에 떠 있는 스튜디오. 하늘공원에서 보내오는 사연들을 소개한다.

목사가 입원한 병원에 면회 온 아내가 지나온 논쟁을 회고한다.

사고 이후 도시를 떠난 학생들, 지금은 대학생이거나 청년인 동창들이 만난다.

깊은 새벽, 희미한 안개 속에서 엇나가는 작별의 대화를 나눈다.

명왕성까지 간 스튜디오에서 먼 우주로 떠나기 전 사연을 듣고 대화를 나눈다.


<명왕성에서>는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5월 15일부터 5월 26일까지 공연한다. 늘 내가 상상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내고, 그 정도가 차마 이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만큼 알찬 공연일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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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서
-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프로그램 -


일자 : 2019.05.15 ~ 05.26

시간
평일 19시 30분
토/일 15시
월 쉼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문화재단

주관
서울문화재단
극단 코끼리만보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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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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