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솔직함
이 책에는 성적인 행동이 상당히 과감하게 표현된다. 사실 필자는 너무 적나라한 성적 표현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달나라에 사는 여인을 읽을 때도 짧은 분량인 만큼 성적인 묘사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창녀’나 ‘사창가’라는 단어가 소설에 쉽게 쓰이는 것도 불편했다. 이에 이젠 자신이 창녀 역할을 할 테니 사창가에 드나들지 말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에 수긍하는 할아버지에 화가 나기도 했다. 아내, 연인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성적인 욕망만을 해결해주는 존재로 비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말을 하는 할머니가 초라해 보였다. 남편으로부터의 사랑을 원하는 할머니의 몸부림처럼 보였기 때문일까. 하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잠자리에서 한 번도 따스하게 안아주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침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으며, 성관계 후엔 파이프 담배를 피우기 바빴다. 할머니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자신이 방문했던 사창가의 창녀들을 대하는 것과 같았다. 이처럼 비참한 상황 속에서, 할머니의 정신이 온전할 수 있었을까.
흔히들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가 나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현재는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본다. 별 것 아닌 연인의 물음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이 별 것 아닌 대화 속에서 사랑의 척도를 느낀다. 물음에 대한 상대의 답이 진실이든, 과장된 진실이든 ‘너를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는 나를 최고로 만들게 한다. 그렇기에 대화는 자존감 높은 연애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연인의 연장선이라는 부부 사이에서도 더욱 필요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에 필요했던 건 대화였을 수도 있다. 사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언제나 아침 식사를 같이 준비한다거나 할머니에게 예쁜 옷을 사주는 등의 행동은 분명 사랑이었다. 단지 할머니가 이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사랑’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던 여자
“아침이면 테라스의 꽃에 물을 주고 아침과 점심, 저녁 식탁을 차리고 남편과 아들에게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으면 ”괜찮아, 별일 없으니 걱정하지마“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재향군인처럼 자세히 설명해주는 일도 없을 테고, 남편에게 그토록 원하는 날, 세상에 당신뿐이라는 말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1943년 5월 인생이 바뀌고 잠자리 기교가 더 완벽해지고 매일 함께 잤는데도 남편에게 그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심지어 결석을 배출하느라 함께 소변을 보는 일도 부끄럽지 않았다. 평생 달나라에 사는 여자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드디어 같은 달나라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것이 할머니가 오래전부터 그리워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