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극 "단편소설집" -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공연 전, 미리 남겨두는 기록
글 입력 2019.04.27 22:1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9단편소설집.jpg
 

시놉시스

문예창작과 교수 루스 스타이너는 존경받는 단편소설 작가다. 루스를 숭배하던 대학원생 리사 모리슨은 6년 동안 루스의 지도를 받으며 인정받는 작가로 성장한다. 단편소설집 출간 후 호평을 받은 리사는 ‘루스와 시인 델모어 슈워츠의 사적인 관계’를 담은 장편 소설을 발표한다. 자신의 인생이 제자의 소설 소재로 쓰이자 루스는 분노한다. 예술가가 했어야 하는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는 리사를 용서할 수 없는 루스. 가까운 스승 제자 사이였던 루스와 리사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 간다.


지금까지 썼던 모든 프리뷰 중 <단편소설집> 프리뷰는 단언컨대…… 가장 어렵게 나온 글이리라.

딱히 괴롭다는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고, 신중하게 조심스럽게 글을 작성하다보니 한없이 어렵게 쓴 글이 되었다. 처음 떠오른 단어들은 청출어람, 배움, 딜레마, 인격, 예술가. 한 문장을 적고 한참 있다가 다른 문장을 적고, 그리고 다시 지웠다가 쓰다가를 반복했다. 말하고 싶고 떠오르는 생각들은 많은데, 생각이 많아지는 만큼 무엇을 기준으로 글을 추려내야 할지 몹시 망설여진다.


“넌 내 인생을 훔쳤어.”

“선생님은 제 출발점이었어요.”


어느 한 사람이 최후까지 속에 담아두고 싶었던 이야기를, 본인의 의지를 배제하고 다른 누군가가 세상에 꺼내 보여도 되는 걸까. 그 사람의 중심이자 핵을 이루는 이야기를 마음대로 세상에 공개해버리는 것은 과연 ‘예술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는 말로 정당화할 수 있는 걸까. 리사가 말하는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건 누가 지정해둔 걸까. 리사는 본인의 선택이 예술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선택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

시놉시스에서 리사가 루스를 ‘숭배’하던 대학원생이라 표현했다. 숭배라는 말에서 마음에 걸린다. 숭배라는 말은 우러러 공경한다는 사전적 정의 외에도, 종교적 대상을 우러러 신앙한다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 나와 같은 인간을 숭배할 수 있을까.

그를 깊이 존경하고 닮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느 한 사람을 신앙의 대상처럼 여기며 받든다는 것은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리사가 루스를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본인과 같은 한 사람으로 봤더라면,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루스를 존중했더라면, 스승에게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분노를 살 일은 없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단편소설집’의 매력은 작가가 리사와 루스, 그 누구에게도 악역을 주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선과 악 혹은 도덕과 비도덕이라는 이분법적 당위성이 아닌, 논리와 논쟁, 철학을 두 인물에게 심어주고 그것을 통해 객석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관객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렸다.”

- 뉴스컬쳐 황은정 기자 (2016년 초연 리뷰)


‘그 누구에게도 악역을 주지 않았다’, ‘이분법적 당위성이 아닌’이라는 말에 눈길이 갔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명쾌하게 "바로 이거야!"가 아니라, 오랫동안 마음속을 꺼끌꺼끌하게 하는 여운을 남겨두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긴장되게도 설레게도 만드는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그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려 준다.

책과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보면서 나는 습관처럼 ‘나의 상황에 비추어 작품 속 상황 이해하고, 그리하여 현실의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답’을 찾아왔다. 장르에 따라 정도만 다를 뿐 늘 그래왔으니 아주 지독한 습관이라고 하는 게 잘 맞겠다.

아마 연극 <단편소설집>을 보고 난 후의 나 또한 전과 별다르지 않게 내게 쓸 모 있는 답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다만 이번만큼은, 이 글을 빌려 스스로 되뇌건대, 기존에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질문에서 더 나아가 연극을 보고 새로운 질문거리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관람 후 이어질 리뷰에서는 그 새로운 질문과 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떠올렸다. 그러다 보니 자꾸 “내가'리사'였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라는 생각의 언저리에서만 빙빙 돌게 된다.  누군가에게 가벼운 지식 전달은 해본 적은 분명 있겠지만, 내 삶을 녹여낸 체계적인 가르침을 줘본 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극을 본 후에는 루스의 마음까지도 헤아려 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찰랑거리며 차마 넓혀지지 못했던, 늘 ‘제자’이기만 했던 내 생각의 길이 새롭게 트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까지도 품어본다.





단편소설집
-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


일자
2019.05.03 ~ 05.12

시간
평일 7시 30분
토 3시, 7시 30분
일 3시
(월 쉼)

장소
SH아트홀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연극협회

주관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제작
극단 적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50분 (인터미션 : 15분)


[심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