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쓸 수 없는 글에 대하여

세월호 5주기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글 입력 2019.04.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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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지나간 이후, 쓰는 삶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5년이 흐른 날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처음 세월호가 언론에 보도되었던 시각에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평소에 뉴스를 즐겨 보는 편도 아니었으므로, 그날 밤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가 구조된 줄로만 알았다. 모두가 그랬듯이. 그리고, 배가 침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나는 일이 잘 해결될 줄 알았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모든 일이 순식간에, 그리고 그렇게나 큰 사고가 정말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 사실 이 일을 사고라고 할 지 사건이라고 할 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무고한 생명의 빛이 사그라들었다는 점에서는 사고다. 그러나, 그걸 정부가 그걸 방치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사건이다. 사고와 사건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다만, 나는 사고에 대해서는 쓸 수 없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어떤 글도 한 동안 쓸 수 없었다.


당시 나는 대학 입시를 위해 소설을 창작하고 있었다. 문예특기자 자격을 얻기 위해 각종 백일장에 참여했다. 계속 글을 써야만 했다. 백일장에서는 세월호와 관련된 주제들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하여.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노란 리본’이라는 주제가 나왔을 때, ‘침몰’이라는 주제가 나왔을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었나. 그리고 어떤 글을 썼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를 피해 글을 써야 할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야 할 것인지. 주최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글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내가 감히 무슨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말인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바람에 제대로 슬퍼할 줄도 몰라서,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저렇게까지 슬퍼하지 않는다는 데에 이상함을 느끼면서, 그런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 그러면서 무슨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지금도 모르겠다. 지금도 나는 그 당시 나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아이들이 원인 모를 죽음을 당했다는 일이 이상하다. 이상하고 이상해서 마음이 저릿해오다가, 유가족들의 글을 볼 때서야 슬픔이 밀려온다. 그래서 잊자고 말하는 게 무섭다.


나는 아직 온전히 공감하지 못했는데, 나와 세월호를 분리할 수도,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는데 잊으라고 말하는 건 간밤에 악몽을 꾼 아이를 달래지 않고 다시 잠들라고 하는 것 같다. 무책임하고 무섭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과는 다시 한 공간에서 어떤 꿈도 꿀 수 없을 것만 같다.


그 때의 일을 소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소설은 각색을 해야 하는데, 나와 이야기를 분리할 줄 알아야 하고 가상의 인물을 설정한 다음 인물과 함께 욕망과 좌절을, 불행과 행복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자신이 없다. 세상에 소설로 만들 수 없는 이야기는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아직도, 도무지 무언가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할 수 없다.



[이정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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