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과 마주한 시간을 돌이켜보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를 읽고
글 입력 2019.04.1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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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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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에서부터 태교로 클래식을 듣고 태어나서 그럴까. 음악은 내게 언제 만나도 기분 좋은 친구다.

어렸을 때  '꿈'이라는 걸 처음으로 갖게 된 계기가 피아노였기 때문에 애착이 가는 음악. 어느 날은 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우다 절대음감인 걸 깨닫고, 내가 아는 노래를 이것저것 부르고 노니까 그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는 친구들의  부러움도 샀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제일 친하면서도 늘 존경했던 선생님은 음악 교과목 선생님이었고, 음악 시간은 내게 쉬는 시간, 즐거운 시간이었다.

작년 설에는 블루투스 마이크를 장만해서 가족들과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처음으로 외할머니의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라는, 모르지만 왠지 익숙한 곡이었다. 잔잔한 곡조의 노래를 듣고 있던 엄마와 이모는 감탄을 연발하시다 이내 눈물을 보이셨다. 좀 전에 먹은 저녁 메뉴도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 환자가 어떻게 50년 전 노래를,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즉석에서 MR에 음정, 박자, 가사 모두 완벽하게 부를 수 있냐며 신기하면서도 신비하다고 하셨다. 그때 처음으로 음악은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그러니까 엄마와 이모가 어렸을 때 이미자의 노래를 참 좋아하셨다고 했다. 나는 내 학창시절의 반 이상을 동방신기 노래를 듣는 데 썼는데,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랩 가사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는데. 과연 내가 치매 환자가 되어도 동방신기 노래를 기억할 수 있을까?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이 구절을 읽고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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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친구 같으면서도 위대한 음악이 내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한 번도 궁금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음표가 던져지고 나니, 자연스레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은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라 흘러가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악심리학'이라는 알 것 같으면서도 생소한 언어로 인간이 잉태되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영향을 미친 음악에 대해 풀어간다. 이 책이 있기까지 음악과 인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호기심, 그로 비롯된 수많은 연구들이 있었다는 것에 감탄할 뿐이었다.
 
 
적절한 음악은 우리의 충동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독일 음악과 프랑스 음악을 틀어두는 슈퍼마켓을 들 수 있다. 프랑스 음악을 들려줄 경우, 프랑스 와인이 독일 와인보다 대략 3:1의 비율로 더 많이 팔렸다. 독일 음악을 들려줄 때는 독일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2:1의 비율로 더 많이 팔렸다. 로널드 밀리만의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와인 상점들은 소비자들이 왜 특정 와인을 선택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p.184 순간의 선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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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쯤에 악동뮤지션의 '콩떡 빙수'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팥도, 콩고물 잔뜩 입혀진 떡에도 관심도 없어서 그해 여름 내내 콩떡 빙수 노래가 온 거리에 울려 퍼졌을 때도 시큰둥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바게트 매장에서 먹지도 않는 콩떡빙수가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고 안심했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게 바로 CM송의 힘인가! 하고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장 내에서 들리는 음악이 내 구매욕을 자극해 소비를 부추긴다는 이 연구 결과는 소비자학 전공 수업에서 언급이 되기도 했다. 유통매장에서 품질과 서비스 외에 매장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인테리어, 물건의 진열, 매장 전체에 풍기는 향, 그리고 음악이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카페를 선택하는 기준도 음악에서 비롯된 분위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가사가 없는 곡이나 클래식이 있는 곳으로, 쉬고 싶을 때는 인디나 감성 발라드가 나오는 곳으로, 친구랑 기분전환 겸 수다 떨고 싶을 때는 조금 경쾌하거나 곳을 가게 된다.

때로는 내 지갑을 열게 만들고, 소비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 음악은 치유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두뇌 손상, 뇌졸중, 파킨슨 증상과 같은 육체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음악과 웰빙에 관한 연구 결과를 갈무리하며 웰빙을 위한 최고의 음악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저마다의 인생에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낼 때 인생의 음악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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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음악이 인생 전반에 걸쳐 주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니, 자연스럽게 듣던 음악들이 새롭게 들렸다. 모닝콜, 이동 중에 듣는 노래들, 지하철이 도착하기 전 흘러나오는 안내음, 서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거리에 울려 퍼지는 최신 유행곡들까지.

그리고 나서 내 플레이리스트를 찬찬히 살펴봤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나를 잔잔하게 만드는 이소라의 노래다. 기분을 정하는 데에도 음악이 도와주는구나 싶다. 남은 하루는 '편안한 음악과 함께하는 행복'으로 내 기분을 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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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 음악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지은이 : 빅토리아 윌리엄슨
옮긴이 : 노승림
출판사 : 바다출판사
쪽 수 : 336쪽
발행일 : 2019년 2월 28일
 ISBN  : 979-11-89932-00-8 (03670)





#빅토리아 윌리엄슨 (Victoria Williamson)

영국의 음악심리학자. 요크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쉐필드대학교에서 음악심리학 석사, 요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TED를 포함해 영국의 BBC, ITV, Channel 4, Sky와 미국의 CNN, MSNBC, 캐나다의 CBC 등 다양한 국제 미디어 매체에 출연했다. 현재 영국 쉐필드대학교에서 음악심리학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BBC에서 음악 관련 독립 컨설턴트(independent consultant)로 일하고 있다. 해외 유명 교육 블로그 <musicpsychology.co.uk>를 운영하고 있다.


#노승림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이자 음악 칼럼니스트.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문화정책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연예술전문지 <월간 객석>에서 음악 담당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예술의 사생활: 비참과 우아》 《나와 당신의 베토벤》(공저), 옮긴 책으로는 《페기 구겐하임》 《음악과 권력》 《평행과 역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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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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