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도서]

잠언(箴言)시집에 대하여
글 입력 2019.02.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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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글을 쓸 주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소재들을 정리할 겸 일기장에 천천히 적어나갔다. 그러다 정신없이 널브러진 책상을 둘러보는데 내 옆에 무심히 놓여있는 류시화 시집이 보였다. 이 전에도 자꾸 내 주변을 둘러보면 이 시집이 눈에 밟히었다. 마치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처럼. 나는 아침마다 매일 두 페이지씩 시집을 읽는다. 심심할 때마다 손에 집어 편안하게 누워 읽기도 한다. 그래서 나를 자꾸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다잡아 주는 잠언(箴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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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 불빛이 책표지의 제목을 고요하고 환하게 비추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담백하게, 혹은 쓸쓸하게 적혀져있는 제목을 보고 있자면 ‘그 때’의 수많은 나를 되짚어보며 생각에 잠긴다.



나에게 류시화의 시집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언니가 나에게 선물해 준 류시화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이전에 읽어보았다. 처음에 잠언시집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좋은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우뚱하며 읽어내려갔다.  내가 평소에 읽었던 시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얼굴을 알 수 없는 무명의 시인의 이름이 적혀있고 나에게 이야기하는지, 상대에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이 시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저 파도를 일으키는 것과 같다. 나에게 물음을 던진다.



잠언(箴言)

 

깊은 교훈이 담긴 짤막한 말, 늘 가까이 두고 새기고 싶은 말을 잠언(箴言)이라고 한다. 때로는 짤막한 한 줄의 잠언이 긴 가르침보다 훨씬 더 큰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잠언(箴言)의 잠(箴)자는 대나무 죽(竹)자와 모두 함(咸)자를 합한 글자이다. 함(咸)에는 봉하다, 갇히다는 뜻이 있다. 옛날에는 떨어진 옷을 깁거나 자루를 꿰맬 때 대나무로 만든 바늘을 썼다. 이 대바늘이 바로 잠(箴)이다. 사람도 낡아 해지거나 구멍난 곳이 있으면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을 깁고, 터진 곳을 꿰매야 한다. 그래서 잠(箴)에는 경계한다는 뜻이 담기게 되었다.

 

잠언(箴言)은 일깨움을 주고 경계를 주는 말이다. 바른 삶을 살도록 일깨워 주는 잠언을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은 금은보화를 쌓아 두는 일보다 더 가치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혜가 담긴 말, 잠언(箴言)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2011. 5. 23.,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두 번째로 이 시집을 읽는 데 잠언의 뜻을 알고 나서 읽으니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 하나하나에 폐에 가득 찬 내 숨결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 알 수 없는 길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며, 시집을 읽고 마음을 가다듬고 나를 바르게 일으켜 세운다. 읽어내려가는 한 줄마다 마음을 자꾸 흔든다. 직접 겪어왔던 인생의 지혜를 나에게 알려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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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마음속에 두고두고 간직하는 시.



너무나 회화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시들에 조금 회의감을 느낀다면, 이 잠언시집을 읽으면 좋다. 잠언시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그것으로 하여금 나에게 질문과 깨달음을 던져준다. 그렇게 나는 신에게 나는 조금 더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지나온 인생을 후회로만 남기지 않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시집을 언제나 내 곁에 두고 되새김질하고 싶다. 그리고 “그 때”처럼 내가 어려움에 사로잡혀있을 때 이 시집이 나를 졸졸 따라다녀 빠르게 끊어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이 시집에는 잠언들이 담겨 있다. 인디언에서 어느 17세기 수녀, 유대의 랍비, 회교의 신비주의 시인, 걸인 등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 무명씨들의 살아온 이야기. 그 한 편의 시가 가슴을 울린다.


이 잠언시들은 독자를 향한 안타까운 고백이고, 정갈한 대화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이다. 그 고백과 대화, 그리고 기도가 끝날 때까지 독자들은 침묵 속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더 뛰는 가슴으로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더 사랑하고 입맞추며 더 많이 행복해지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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