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운 전시 콘텐츠로써의 시도 '영화의 얼굴창조展'

글 입력 2019.02.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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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시 콘텐츠로써의 시도 '영화의 얼굴창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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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다 보면, 화면의 구도나 인물의 전체적인 캐릭터와 같은 비교적 큰 범주의 요소들까지는 눈에 들어와도 인물의 장신구 하나까지 세세히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거나, 극중 유달리 의미를 가지는 소품이나 분장이 아닌 바에야 대개의 경우 하나의 배경처럼 장면 장면을 스치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분장감독이라 할지라도, 일반 관객들에게 특정한 누군가로 기억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현재 열리고 있는 분장감독 조태희의 '영화의 얼굴창조展'은 전시의 성격 자체만으로도 특별함을 갖는다. 전시장에는 조태희 감독이 참여했던 영화 중 사극영화를 중심으로 '역린', '광해', '사도' 등 여러 편의 작품 속에 쓰였던 각각의 소품들과 배우들의 분장에 쓰였던 분장 도구, 분장의 일부(수염, 가발 등)들이 섬세하게 놓여 있었다. 총 4개 층에 이르는 전시장을 사용하고 있을 만큼, 전시의 양은 예상보다 더 방대하며, 이는 영화의 제작 과정 중 일부분 이나마 느낄 수 있는 좋은 시도라 생각된다.

결코 적지 않은 양의 전시물들을 접하며, 오래전부터 전시를 계획하고 준비했던 감독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각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의 분장은 각각의 이름이 쓰인 개별 분장 도구로 진행되었는데, 전시된 모든 분장 도구함에 해당 배우의 사인이 있다. 아마도 감독은 이미 이때부터 훗날 전시장에 멋지게 진열할 순간을 상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었는데, 단지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만 쓰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한스러움(?)에서 기인한 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보았고... .

첫 번째 층을 관람한 후 다음 층으로 가는 와중에 전시장 입구에서 스텝처럼 서있는 감독을 보았다. 전시되어 있던 현장에서 분장하는 모습의 사진 속 그 인물이 틀림없었다. 아는 척을 할까도 했지만, 쑥스러워 그냥 지나쳤다. 필자와는 달리 이후 감독을 알아보고 사진을 요청하여 함께 사진을 찍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새로운 시도와 오랜 준비로 전시를 기획하고 펼쳐놓았는데, 그 반응이 어떨까 싶은 궁금함에 현장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보았다. 물론, 작가의 경우에도 오프닝이라는 것이 있고, 전시장에 찾아오는 지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전시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보통은 갤러리의 중심이나 입구에 있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누가 보아도 작가같은 제스처와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조태희 감독은 자칫 스텝이라 생각하고 그냥 스칠 수 있는 통로 어딘가에 조심스럽게 서 있었다. 두드러지게 눈에 띄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전시에 녹아있는 그 모습이 마치 그가 만드는 소품의 역할과도 닮아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사실 이번 전시는 전시의 수준이나 작품의 수준에 대해 평하기보다는, 변방에 머무르던 영화의 소품과 분장이라는 요소를 전시 콘텐츠의 하나로 가져왔다는 점에 대해 평하고 싶다. 다만, 이런 기회가 결코 쉽게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동안의 준비와 계획을 모두 담아내고자 방대한 양의 소품과 분장 도구들을 전시한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전시 콘텐츠 측면에서는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4개 층이 아닌, 2개 층 정도로, 보다 짜임새 있게 색다르게 구성을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배우들의 사인과 그간의 정성과 수고를 고려한 분장 도구함의 많은 전시는 그 의도는 충분히 좋으나, 관람객 입장에서 반복적으로 시선이 가는 부분은 아닌 듯하다. 차라리 물리적으로 많은 도구함을 진열하기보다, 각각의 도구함의 사진을 찍어 하나의 영상으로 전시했으면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덧붙여본다.


사진출처ⓒ (안시성 조인성 분장도구)영화의 얼굴창조전.jpg
 

또한 전시 굿즈(Goods)와 관련해서도, 다소 아쉽고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과거와 달리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 관련 굿즈가 많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고, 충분히 소비되는 부분이 있지만, 관람객 내지는 소비자의 눈은 생각보다 날카롭고 정확해서 '살만한 물건'만 소비한다. 이번 전시에는 에코백, 북마크, 브로치 등 다양한 굿즈가 마련되었지만, 과연 그 판매율이 높을지는 의문이다. 제작물의 완성 수준은 높고, 모양새도 아름답고 독특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레이블을 읽거나 영화 등을 보았던 관람객이라면, 영화 속에서 '정순왕후의 오만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쓰였던 비녀'와 같은 소품을 반영하여 제작한 브로치와 같은 것들을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구입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시 말해, 이왕이면 영화 속에서 긍정적 의미로 작용했던 소품들을 반영하여 굿즈를 제작하고, 그 굿즈에 담긴 의미를 전시의 세심한 레이블만큼이나 섬세하게 풀어냈더라면 더욱 설득력 있고, 호감이 가는 상품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다. 상당수의 상품들이 이번 전시에 한정되어 제작되었고, 많은 부분 기대를 안고 준비했을듯한 예상이 되어 더욱 안타깝다. 물론 실제 굿즈의 판매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다. 향후 유사한 전시를 진행한다면, 꼭 고려되었으면 하는 지점들이어서 언급했다.

오랜 시간 자신의 분야에서 차곡차곡 결과물을 만들어 온 감독이 이렇게 자신의 의미 있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음은 다시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치지 않고, 좋은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쌓아 또다시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시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감독이 각 소품마다 기록해놓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생각, 제작 의도가 담긴 전시의 레이블이 가장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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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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