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ew]
모셔두었던 통조림 까기
AP사진전
인간의 삶은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다. 역사의 굴곡은 집단과 개인이 남겨온 감정의 발자취다. 그 보이지도 않는 것이 개인과 집단을 얼마나 뒤흔들어 왔는지를 생각할때마다 필자는 무력함과 무게를 동시에 느낀다.
복잡한 대상을 재현하는 작품은 늘 감명을 준다. 그래서 필자는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묻어나오긴 하지만, 찰칵하는 소리와 한줄기 빛과 함께 영원히 이미지에 갇힌 현실은 더이상 시간의 흐름에 색을 잃지 않는다.
회화나 소설이 작가안의 세계가 매체를 통해 튀어나온 순수한 것이라면, 영화는 이 세계에서 재현된 작가의 세계고, 보도사진은 통조림처럼 갇힌 현실이다. 그리고 때로는 현실이 상상보다 강렬하다. 동시간대 다른 공간에서 살아숨쉬는 시간을 잡아챘기 때문이다.

신문에 실리는 보도사진을 상상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6개의 테마로 나뉘어진다. 역사의 순간을 담아냈지만 그 세세한 역사를 모두 알지 않아도 괜찮다. 잡아채진 현실은 그 자체로도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 세개의 테마가 감정, 온도, 소리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각 테마는 <너의 하루로 흘러가> , <내게 남긴 온도> , <네가 들려준 소리들>이다. <너의 하루로 흘러가>는 하루의 시간을 쫓아간다.
시간대별로 입체적인 공간에선 새벽, 아침, 정오, 밤에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순간들을 보여준다. 해 뜨고 지는 동안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인다.

<네가 들려준 소리>는 소리를 담아내려 했다. 카메라는 이미지를 포착한 그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미디어와 영상의 결합으로 배치된 소리의 결을 관객들에게 뽐낸다. 이런 독특한 테마들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줄뿐만 아니라, 체험 예술작품으로서 귀한 인류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테마 사진 뿐만아니라, 보도사진의 역할에 맞게, 퓰리처 수상작품과 '대공항', '재즈문화', '흑인인권운동' 등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재현된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과 소통하는 오늘날,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올 <북한전>이다. 이 특별전은 통일교육을 받고 가까운 곳에 있지만 낯설기 짝이 없는 북한을 테마로 하고 있다. 특별전의 사진들은 그곳의 사람들도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은 늘 통조림을 까는 것과 같다. 보관해두었던 보존식품을 열어보자. 무뎌진 삶에서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재현되는 향기와 달콤함에 다시 이끌려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