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장 날 것의 기록 <AP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전시]

사진, 이 날 것의 기록으로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담아내다.
글 입력 2018.12.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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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유명인도,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도,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가족들도. 다 한 명의 사람으로 등장한다.


우리에게 현실이 아닌 그저 소식으로 접했던 사건 혹은 공간들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과 한 사진에 담겨있을 때, 대상과 현실이 합쳐지는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인상 깊다. 그것이 가장 잘 느껴지는 게 보도 사진이다. 몇 년 전 로이터 사진전에 갔을 때 이런 느낌을 받고 그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꽤나 오래갔다.


그 느낌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AP통신 사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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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AP 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일시 : 2018. 12. 29 ~ 2019. 03. 03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사진은 참 신기하다. 꾸며진 사진이 아니라 보도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에게 마냥 다른 나라, 다른 삶, 어떤 사건, 역사, 기록으로 존재하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든 소소한 일상이든, 모든 상황과 순간에 그 순간을 현실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내가 가지도 못하고 들어 보지도 못한 때로는 단 몇 개의 글자들로 표현되는 나와 다른 곳에서,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그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보도 사진의 매력이기도 하다. 장황한 풍경보다 한 사람이 온전히 담겨있는 사진에 우리는 더 친밀감을 느낀다. 그 친밀감과 함께 사진에 담긴 어떤 사람의 눈빛이 마음을 울릴 때도 있다. 결국 같은 인간이라 그런가.


그림은 작가가 겪은 것들을 작가의 마음을 통해 재단하고 새로 만든 결과물 같다면, 사진은 보다 온전히 대상이 담겨 있다. 재단하고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닌 무수히 많은 세상의 것 중 작가가 들여다보는 것을 렌즈를 통해 담았을 뿐이다. 사람마다 보고 듣는 것이 다르기에 사진도 찍는 사람에 따라 담는 것이 달라지고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지만, 그럼에도 현실의 존재감은 언제나 확실하다. 사진의 그 점이 좋다. 보도 사진이 더 좋은 이유는 사진 가지고도 현실이 아닌 다른 것을 담아내거나 다른 기술과 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작해낼 수 있음에도, 보도 사진에서 현실은 가장 확실한 날 것으로 존재한다.


가장 날 것의 기록. 이 날 것의 기록으로 사진과 글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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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걸프전 / Mideast Gulf War Analysis

John Gapps III, File / 1991년

한 미국 회사의 유정 소방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배경은 쿠웨이트 아흐마디 유전이 타오르고 있다.



이러한 보도 사진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게 이번 AP 사진전은 ‘너의 하루로 흘러가’, ‘내게 남긴 온도’, ‘네가 들려준 소리들’이라는 3가지 메인 테마를 가진다.


AP통신은 세계 4대 통신사 중 하나이다. (내가 봤던 사진전이었던 ‘로이터’도 그중 하나였다.) 회사의 규모가 내용의 질과 비례하진 않지만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통신사의 보도 사진전이 값진 이유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곳을 가 우리와 닿아본 적이 없는 앞으로도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전달’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그 엄청난 세계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리고 그걸 너머 그 속에 담겨있는 현실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은 값지다. 귀중하다. 이번 사진전은 바로 그 사진 너머에 담겨있는 현실의 생동감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 줄 거라 기대한다. 이 부분은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보도 자료의 글로 대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게 남긴 온도>에선 카메라는 역사의 사건이나 진실보다 자신에게 묻어있는 온도를 기억한다. (생략) 온도가 남아 있는 사진들의 공감각적 체험을 통해 관람객은 사진이 빛으로 만들어내는 온도라는 사실을 새롭게 체험하도록 돕는다.


우리가 무언가를 접하고 울림을 느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누군가의 온도와 현실이 담겨 있을 때일 것이다. 내가 이토록 이걸 강조하는 것은 과거 보도 사진전에 갔을 때 본 한 사진이 아직도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배열을 맞춰 서있는 여러 줄 속의 한 명의 군인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사진은 그 군인의 표정을 아주 세세하게 강조하고 있었고, 그 군인의 표정에 담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사진을 보고 있는 나에게로 절절하게 흘러 들어왔다.


몇 마디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슬픔, 기쁨, 불안, 이런 큰 주제의 감정이 아니었다. 말로도 머리로도 이해가 안 되는 그 표정이 너무 세세한 날 것이라 그때의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 경험을 많은 사람들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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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선거 / APTOPIX South Africa Elections

Jerome Delay / 2014년

2014년 5월 10일 토요일, 전국 선거 결과 발표후 야누스 버그 (Jacob Zuma) 여당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 버그 (Johannesburg)의 승리 파티를 하는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집권당인 아프리카국회를 승자로 확정하는 투표 수를 완료했다.



게다가 이번 사진전이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는 현실을 전달하는 보도 사진의 기본과 함께 순간의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이로운 풍경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으면 항상 제대로 안 담긴다. 그런데 그걸 보다 온전하게 담아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보도 사진 속 아름다움은 보통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담아내는 현실과 사진 자체의 미학이 대비될 때의 임팩트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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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을 바라보는 왕과 공주

Pictures Of The Week Photo Gallery

Patrick Record / 2018년

캘리포니아 엘시노레 호수에서 아이들이 부모님의 차위에 앉아 성 화재(Holy Fire burn)를 보고 있다. 1,000명 이상의 소방관들이 하루 앞서 맹렬한 캘리포니아 산불을 막기 위해 싸웠다.



마지막으로 기대되는 점은 현실의 감정과 온도를 통해 우리는 보도 사진 속에 있는 세상의 비극들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볼 때 우리의 눈 앞에 있는 사진 속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은, 우리가 더 이상 그들의 현실을 텍스트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한다. 텍스트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지금의 비극들을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 숨 쉬었던 세상의 지난 기록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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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소년과 난민 소녀

Mideast Jordan Syrian Refugee Children Photo Essay

Muhammed Muheisen / 2014년

시리아 난민 푸아드(14)와 아말 칼루오쉬(11)

시리아 요르단 국경 근처의 자타리 난민 캠프에서 찍은 사진이다



정말 고대하는 전시이다. 다녀와서 또 리뷰를 쓰겠지만, 내가 볼 사진들을 통해 어떤 감정이, 어떤 온도가, 어떤 현실이 다가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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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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