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수요일 [공연예술]

글 입력 2018.12.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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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주 고민거리가 생겼다. 누구나 자유를 선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짜인 틀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듯, 자유주제라는 형식은 어떤 것이든 써도 된다는 뜻이면서도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또한 아니었다.

자유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일기장과 옛 사진을 다시 펼쳐보는 것이었다. 내 생각을 쓰기 위해서는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사진첩 속에는 아름다운 장면과 의미 있는 순간의 기록이 가득했고 일기장 속에는 당시의 솔직한 감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지금을 살아가느라 잊고 지냈던 소중한 나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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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지나온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두 남녀가 있다.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인 연옥과 대학교수인 정민은 매주 목요일마다 특별한 주제로 토론을 펼친다. 토론은 자연스레 두 사람의 과거 이야기와 이어진다.

한 아이의 부모이면서 결혼은 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가까운 친구이자 연인이었으면서도 서로에게 기댈 수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목요일을 거듭할수록 뚜렷해진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들이었지만 과거의 사연과 지금의 고백이 이어지며 점차 공감을 얻어낸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제목부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을 특정하지 않는 3인칭 대명사와 뭔가 애매한 날짜인 목요일의 조합은 연극을 보기 전부터 제목 하나는 잘 지었다는 인상과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실제로 제목의 '그'와 '그녀'는 관객 그 누구와 대입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연극 속 연옥이 정민에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조차 솔직한 '나'의 모습을 숨기듯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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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아트인사이트에 올리는 글의 소재선택에 어려움이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꼭 그렇지도 않다. 인상 깊었던 책이나 영화, 기억에 남는 여행지, 좋아하는 사람, 최근에 본 공연과 전시 등 당장에라도 풀어낼 이야깃거리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곧바로 써낼 수 없는 것은 다만 숙성이 덜 됐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 내 생각이라고 자신 있게 보이기 주저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과거를 되짚으며 어렵사리 건져낸 글감으로 한주 한주 글을 써내려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옛 생각을 살피고자 돌아본 지난 기록을 통해 나는 지금의 생각을 마주한다. 그것을 글로 표현하면서 생각은 빠르게 익어간다. '나'가 정리되고 확립된다.

그렇기에 매주 수요일 아트인사이트에 올릴 글을 쓰면서 나는 거울을 보는 기분을 느낀다. 그와 그녀에게 목요일이 있었듯 나에겐 나를 알아가는 수요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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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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