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계절 맞이하기 [책, 영화, 문화전반]

글 입력 2018.10.13 02: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다른 이들이 어떻게 계절을 맞는지 각양각색의 방법을 보는 듯 듣게 된다. 가령, 직접 뜯어온 쑥으로 쑥국을 끓이는 일을 봄맞이로 여기고, 어떤 이는 빨래건조대에 일렬로 널어놓은 흰 러닝셔츠를 보며 여름의 생활을 되돌아본다. 또한 골목에 앉아 감 따는 할아버지를 구경하며 가을을 보내는 이가 있고, 겨울이면 길거리 포장마차의 어묵 국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자신을 대단히 계절적인 인간이라고 여기는 이도 있다.

- 아무튼, 스웨터 中


며칠 새에 날이 추워졌다. 아침저녁으로 날이 쌀쌀하면서 입던 옷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을옷을 준비한다. 날씨에 맞게 옷을 꺼내듯, 추워지는 날씨에 <아무튼, 스웨터>를 꺼내 읽었다. 다른 책과 함께 빌려놓고 이 책을 들었을 땐 날도 같이 쌀쌀해져 이 책을 읽기에 알맞은 날씨가 되었다. 자연스레 스웨터가 입고 싶어졌고 스웨터를 입은 듯 포근함이 나를 감쌌다. 외투 없이 두툼하게 입을 수 있는 스웨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웨터. 티 하나만 입기엔 춥고 그렇다고 외투를 걸치기에 애매한 날씨에 스웨터다!

<아무튼, 스웨터>는 스웨터 종류에 맞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스웨터 짜는 일이 우리들의 일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물이나 옷을 떠나 그 물건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와 살아가는 방식을 찾는다. 스웨터 마니아답게 스웨터의 짜임에 따른 차이를 안다. 그래서 촘촘히 짜는 니트와 그보다 짜임이 큰 스웨터의 차이를 아는 것이리라. 짜임에 따라 나타나는 스웨터의 느낌을 알아채고 각자가 가진 그 느낌을 사랑한다.

<아무튼, 스웨터> 저자는 사람을 바라보고 말하는 방식이 덤덤하게 스웨터를 입는 모습 같다. 그만큼 따뜻하고 덤덤하다고 해야 할까. 스웨터를 잘 입지 않는 나인데도 왠지 이번 겨울에는 스웨터를 하나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말한 생의 짜임을 나도 몸소 느껴보고 싶어졌다.

책을 다 읽고 문득 생각했다. 저자 김현은 겨울에는 ‘당연히’ 스웨터가 먼저 떠오른다고 했으니 나에게도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물건이나 방법이 있을까. 내가 갖고 있는 계절의 말은 무엇일까.



계절의 말


1.
나에게 겨울은 슬리퍼와 샌들을 보내야 하는 슬픈 계절이다. 봄부터 초가을까지 샌들을 신고 다닐 정도로 샌들을 좋아한다. 갑갑한 양말을 싫어해서 양말을 신어야 하는 운동화나 발을 쪼이는 구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발가락이 차가워질 때쯤 나는 겨울을 느낀다. ‘아, 이제 샌들을 보낼 때가 됐구나. 다음 계절에 보자.’ 샌들을 집어넣으며 겨울을 느낀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81013_010232130.jpg
 

2.
왠지 쓸쓸한 바람이 부는 날, 남녀가 걸어가는 이미지가 포스터인 ‘원스’가 생각난다. 추운 겨울, 사람도 없는 거리에서 홀로 기타를 메고 연주하는 남자 주인공. 그 거리에서 지나가던 여자 주인공과 처음 만나게 된다. 처음 만나는 그 장면은 왠지 다른 로맨스 영화보다 삭막하고 춥고 쓸쓸해 보인다. 오로지 둘만 존재하는 그 거리는 기타 소리와 함께 노래가 채워준다.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뚜렷해서 그런지 원스라는 영화를 생각하면 겨울, 춥고 시린 느낌이 먼저 든다. 하지만 원스의 OST가 삭막한 추위를 해결해준다. 음악은 계절의 색깔을 뚜렷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예 다른 계절로 바꿔버리기도 한다. 계절과 음악이 주는 반대의 매력으로, 불을 피워놓고 가까이 앉아있지만 적당한 추위가 존재하는 느낌의 영화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81013_010910419.jpg
 

3.
겨울은 방콕이지!

더위와 추위에 모두 약한 나는 여름과 겨울을 제일 싫어한다. 그렇게 치면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위를 싫어하는 나이기에 겨울을 최대한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옷을 최대한 많이 겹쳐 입어서 멋과 따뜻함을 챙긴다거나 찻잎을 우려 홍차를 마시거나 짱구를 보며 귤을 까먹는 소소한 방식으로 겨울을 보낸다. 뭐니 뭐니 해도 나에게 겨울은 방콕이 최고다.

각자 겨울을 맞이해 어김없이 꺼내거나 생각나는 책이나 영화가 있을 것이다. 책이나 영화가 주는 계절감과 함께 다가올 겨울을 맞이해보자. 따뜻하지만 무겁지 않은 느낌으로.


[백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