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래된 가게야, 오래가게! [문화공간]

글 입력 2018.10.0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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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나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서울의 많은 가게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 동안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오래가게’. 오래가게란 이름 그대로 ‘오래된 가게가 오래가기를 바란다’ 는 뜻이 담긴 브랜드로, 서울시에서 선정한 30년 이상 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게를 말한다. 기존 종로, 을지로 일대의 오래가게 39곳과 함께 올해 새롭게 선정된 오래가게는 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의 26곳인데,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해외 관광객들도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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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통공예를 다루는 가게와 공방들이 밀집해있는 북촌과 인사동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필수 코스가 되었고, 중국에서 유명한 유튜버인 ‘한국뚱뚱’이 이곳의 오래가게 6~7곳을 직접 체험하는 영상을 찍어 중국 인터넷 방송에 기재하면서 홍보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인사동의 정체성이 담긴 공간, 아원공방

인사동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대형 기념품점들이 눈에 띈다. 형형색색의 공예품, 도자기, 목공품등은 저마다 자기를 봐달라는 듯 가게 앞에 장식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작품인듯하지만 막상 가까이 가보면 국적이 불분명한 제품들이 많다. 그런데 이처럼 허울뿐인 대형 기념품점 속에서 몇십 년간 자리를 지켜낸 작은 공방이 있다. 바로 ‘아원공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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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원공방은 노인아 대표가 1983년에 첫 문을 연 ‘금속공예 공방’이다. 그녀는 인사동에서 여러 번 자리를 바꾸면서 공방을 이어나갔지만, 결국 마지막 공방 건물이 헐리면서 인사동을 떠나야 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이 소식을 들은 문화예술인들이 ‘작은 가게 살리기 운동’을 펼쳐 지금까지 가게를 이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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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원공방은 국내 금속공예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보금자리이다. 공방에서는 노인아 대표의 작품뿐만 아니라 국내외 금속공예가들의 다양한 장신구를 선보이고,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금속공예와 주얼리, 그리고 조각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금속공예 작품의 경우 매끈하고 부드러운 곡선들이 매력적이다. 정성이 담긴 작품들과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그녀를 닮아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 어떻게 이곳을 쉽게 지나칠 수 있을까? 마치 이웃집에 들르듯이 생각이 날 때마다 자주 가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서계동의 정겨운 동네슈퍼, 개미슈퍼

서계동 국립극단 건물 뒤로 골목이 하나 있는데, 그 안으로 쭉 들어가면 ‘개미슈퍼’가 보인다. 개미슈퍼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슈퍼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곳이 오래가게로 선정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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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동네 슈퍼는 무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계동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가게 외관에는 그동안 가게를 다녀간 손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붙어있는데, 이는 개미슈퍼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한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바로 영어와 중국어가 쓰인 팻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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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서울역 부근에 위치해 주변에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소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그들이 한국어를 몰라서 물건을 사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주인 아주머니가 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을 외국어로 표기해 두신 것이다. 또한 동네를 지나다니는 외국인들에게 사진을 찍어주시는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주머니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이곳은 동네 주민분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며 점점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색적인 포토존과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개미슈퍼’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글벗서점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동네 서점이 부활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대형서점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홍대와 합정 일대는 대형서점들이 앞다퉈 진출하면서 동네 서점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한 서점의 행보가 돋보이고 있다. 바로 홍대와 신촌 사이에 위치한 ‘글벗서점’이다. 글벗서점은 1979년 처음 문을 연 헌책방으로, 문을 연 이후 쭉 신촌 부근에서 영업을 하다가 작년에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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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도 점점 서점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에 글벗서점은 원래 있던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들어섰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이루어진 이곳은 헌책방이라고 하기엔  다소 큰 규모이지만, 3층을 가득 채운 오래된 서적들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글벗서점은 각 층별로 다른 종류의 책을 구비해놓았는데 지하 1층에는 어린이 책, 1층에는 자기계발과 인문학 책, 그리고 2층에는 영어서적이 있다. 이 외에도 lp판과 dvd, 옛날고서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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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사진은 모두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글벗서점이 다른 헌 책방과 다른 점은 신간도 꽤 있다는 것이다. 가게 초입에서 신간 책들을 둘러보던 중 가격 밑에 또 다른 숫자가 연필로 적혀있길래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신간 책은 시중에 나온 가격의 반값에 팔고 있었다. 또, 글벗서점에는 규모가 큰 만큼 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는데 이 책들은 헌책임에도 꽤 상태가 좋다. 좋은 책들을 저렴한 가격에 '득템'하고 싶다면 서둘러 글벗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화려한 도시 이면의 매력과 오래된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오래가게'. 위의 3곳 외에도 더 많은 오래가게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아래의 오래가게 지도를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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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서울스토리 공식홈페이지


[홍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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