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애써 누군가 되고 싶은 너에게 [사람]

여러 아이가 되어 큰 지금의 나의 대답
글 입력 2018.09.0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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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22.jpg
 

예전의 난 놀이기구를 잘 탔다고 한다. 타고나면 한 번 더 태워달라고 그렇게 떼를 썼을 정도로. 그런데 지금의 난 못 탄다. 무섭다. 그냥 그렇게 됐다. 어떤 경험을 하고 난 뒤 무서워한 게 아니라 그런 경험의 기억도 없이 무서워졌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를 어느 날 그렇게 바뀌었다. 그럼 어쩌냐고. 난 그런 사람이니 이제 애써 놀이기구를 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근데 난 그걸 오래 지나서야 알았다.





"답답해"

"넌 누굴 닮아서 이렇게 소심해?"

"너 그거 진짜 고쳐야 해. 진짜 안 좋은 거야.
네가 그러면 그 사람이 배려해준다고 좋아할 거 같지?
아니? 그게 그 사람을 더 부담스럽게 하는 거야."


난 이런 말을 듣는 아이였다. 그래서 자주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자기주장을 똑 부러지게 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가 되고 싶었고, 쿨한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가 되고 싶었다. 말 잘하는 아이. 재밌는 아이. 모아놓고 생각하니 하나같이 성격이 좋은 아이였다.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활발함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 애들이 되고 싶었다.

나는 그렇지 못한 아이였으니까. 난 반대였다. 소심한 아이. 내 주장을 잘 못 하는 아이. 사람이 많은 곳보단 조용한 곳이 좋은 아이. 내가 이런 성격임을 안건, 누군가 이런 점을 고치라고 말하니까 나 스스로 느껴갔기 때문이다. 내가 좋은 아이가 아니라고. 바뀌어야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답답하고 소심하고 의사 표현을 못하는 건 좋지 않은 거니 고쳐야 해 라고.

그래서 바뀌어나갔다. 그 아이들이 되기로 했다. 그래서 나도 사랑받고 싶었다. 점점 내 주장을 조금 더 하는 아이가 됐으며 재밌는 아이가 됐고 소위 말하는 성격 좋고 쿨한 아이가 되었다.

웃기게도 그건 내 큰 착각이었다. 난 그런 아이가 되지 못했다. 한껏 쿨한 척, 재밌는 아이인 척, 상처받지 않은 척 집에 돌아오면 그 소심한 아이가 나와 울었다. 그 아이는 내 원초적 아이였는지 죽지 않고 내 속에 잠겨있었다. 결국 바뀐 게 아니라 껍데기를 쓴 거였다. 시간이 갈수록 더 빛 좋아 보이는 껍데기를. 겉으로 괜찮다고 할수록 내 속은 곪아갔다. 그래도 꾸역꾸역 지나갈 순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내 성격의 문제라며, 마음속에 자라지 못하고 살아가는 소심한 아이 탓을 하면 됐으니까.

그랬는데, 그 아이를 탓할 수 없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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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친구가 말했다.


난 네가 차분하고 말도 조곤조곤 하는 게 나랑 참 잘 맞고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좋았는데, 요즘의 넌 내가 알았던 애가 맞나 싶어.


그 말이 내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 아이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것보다, 나란 아이에 대한 충격이었다. 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날 바꿨는데 “아니? 넌 예전의 네가 나아”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난 누군가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내 좋은 점들도 버려갔던 걸까.

그럼 예전의 나는 어땠지. 예전의 내 성격은 뭐였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생각하면, 수많은 사람을 보며 나를 바꿔와 예전의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혼란스럽고 괴로웠다. 그래서 날 끝없이 괴롭혔다. 내가 문제야. 나란 애는 더 나빠진 거야. 나를 자책했다.

억울했다. 난 정말 당신들이 말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아이가 되니까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이런 성격도 아닌 저런 성격도 아닌. 그렇지. 그건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내 것과 남의 것이 합쳐진, 여러 부직포를 갖다 붙인 사람이 되었던 거니까. 그렇게 난 또다시 날 원망했다. 내가 싫어졌다. 다시 돌아갈 수도, 이대로 살아갈 수도 없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러던 중 내 얘기를 들은 또 한 친구가 말했다.


그게 왜 이상한 성격인 거야.
난 너 성격 진짜 좋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에 따라 성격을 맞추는 건 당연하지.
얘가 발랄하면 너도 발랄해지고 얘가
차분한 애면 너도 차분해지는 거야.
누군가를 만나면서 관계를 맺으면 그게 당연한 거야.

그 사람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고.
넌 그냥 그걸 흡수 잘하는 아이고.
그런 성격이 다 너한테 있는 거는 좋은 거야.
넌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는 아이니까.
그리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잖아.


그 말이 내게 와닿았다. 내가 지금의 나를 그만 부정하게 만들고, 누군가가 되어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해주었다. 꼭 누군가가 되어야 할 필요 없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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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묻는다. 좋은 아이. 똑 부러지고 자기주장 잘하고 사교성 좋은 아이가 좋은 어른이 된다는 매뉴얼이 있는 걸까. 그렇지 못한 아이는, 그 범주에서 벗어나는 아이는 바뀌어야 하는 아이일까. 그 아이는 좋은 아이가 아닌 걸까.

그래 아마 처음이, 아주 까마득한 처음이 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때를 그리워하지 않으려 한다. 난 이미 지나쳐왔고 생각해보려 해도 생각나지 않는 때이니까.
그래서 지금의 나를 원망하지도 않으려 한다. 여러 부직포가 맞춰진 것이라도, 그렇게 바뀐 것도 나이니까. 누군가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변했기에 나도 세상에서 더 살기 쉬웠을 것이다.

그저 그때의 나조차도 외면해버린 나를, 그리고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것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것처럼 변한 나도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실은 모든 게 사랑받고 싶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까. 순간순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들이었을 테니.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더 나를 찾으려 한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내가 좋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나를. 아마 그런 척하려는 내 가면이 내 것이 되어버려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찾아보려 한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며. 이것도 나니까. 내가 고민하며 변해온 나니까 그런 나를 사랑하려 한다. 이게 나의 대답이다.

사람들의 말로, 나의 조바심으로 누군가가 되어야 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우리는 다 다른 사람들이고, 충분히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러니 어딘가에서 울지 말라고. 나 역시도 울지 않을 테니.



애써 누군가 되고 싶은 너에게
위로가 되줄 것들.


나지금이대로.jpg
 
외향적인 척하지 않아도 괜찮다.
외향적인 것과 사회성이 발달한 것은 서로 다르다.
내향적이라고 해서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단지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충전해야 할 타이밍이 빨리 오는 것일 뿐이다.
 에너지가 빨리 닳는 나의 특성이 내 잘못 때문은 아니다.
그게 잘못된 것도 아니다.
 이런 나를 싫어할 필요가 없다.
-
스스로 비난하지 않기 위해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을 내면화하지 않는 것이다.

박진영 책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中


코코카피탄.jpg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은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나요?
 당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제 눈에 비춰지는 당신의 모습이
진정한 당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 모든 것은 큰 도전이며, 저는 이러한 도전을 필요로 합니다.
-코코 카피탄-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전시회 中



드레인(Drain) - 오늘 같은 날엔
 

 




14기 김현지.jpg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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