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덕후들의 행복한 전시회

덕후의 행복은 우리에게 행복을
글 입력 2018.08.2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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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999 갤럭시 오디세이 展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덕후들의 행복한 전시회"



가는 길, 오래된 미래

용산 전자상가에서 열린 은하철도 999전을 다녀왔다. 용산역에서 3번 출구를 나가면 전자상가와 이어진 특별한 통로가 있다. 마치 컨테이너를 높이 띄워서 나란히 이어놓은 듯한, 뭔가 구식스러운 모양이었다. 그 통로를 걷다 보면 조금 높은 곳에서 용산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오래돼 보이는 낡은 전자상가 건물들, 반대쪽엔 커다란 용산역과 고급호텔. 전자상가의 낡은 건물 안에서는 수많은 전자기기가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됨 속에서 혁신기술을 보여주는 풍경, 나는 이 대비되는 풍경 속에서 전시회의 부제인 오래된 미래라는 말을 떠올랐다. 이런 곳에 전시공간을 구성한 기획자의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통로 끝을 나오자, 커다란 전시 포스터가 나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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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자상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전시회


은하철도 999에 탑승했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받았다. ‘지구에서 안드로메다 행 (타이탄, 플루토 행성 경유) ‘라고 쓰여 있는 기차 승차권 모양의 입장권이었다. 헐. 내가 받아봤던 입장권 중에 이렇게 참신하고 재밌었던 것이 있을까. 그리고 전시장을 입장하니 ‘달칵’ 하며 입장권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주었다. 그야말로 기차를 타는 느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매우 신났다. 이렇게 전시 주제를 온몸으로 느꼈던 적이 있는가. 용산역에서 내려 전시장에 입장하는 순간까지도 나는 전시회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전시는 이제 시작이라니. 이렇게 전시회를 회상하는 지금까지도 그때 느꼈던 그 설렘이 너무나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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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차권 모양의 티켓과 전시 팜플렛

전시는 용산 나진 상가의 공간을 활용해서 구성되었다. 한 가게가 입점할 수 있는 공간 한 개에, 한 섹션으로 사용되어, 매표소와 기념품 가게를 제외한 19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섹션인 아카이브 섹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또는 오마주 섹션이었다. 은하철도 999를 보던 구식 텔레비전, 그것이 있던 거실, 만화방 등의 재현과 만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방, 그리고 만화 주인공들의 의상체험, 포토존 그리고 후세 작가들의 오마주 작품들. 사실 나에게는 전시회명에 붙어 있는 ‘미디어아트 전’이라는 말이 생소했었는데, 아마 이렇게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은하철도 999를 여러 가지로 즐길 수 있는 것이 미디어아트 전이 아닐까 싶다.

덕후들의 행복한 전시
전시회의 21개 섹션 중, 8개 섹션은 은하철도 999를 보고 자란 작가들의 오마주 섹션이었다. 모두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은 일러스트, 사운드, 공간, 기계 등 다양한 매체로 전시되어있었다. 한 주제로 다양하게 오마주된 작품을 한 장소에서 보니, 은하철도 999에 대해서 다 같이 즐겁게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프리뷰에서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은하철도 999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으며 나는 그것들이 모여있는 전시회 안에서 작가들과 생각을 나누는 듯하며 자유롭게 관람하고 왔다.
전시회 곳곳엔 은하철도 999 관련 굿즈들이 전시되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은하철도 999의 전성기인 70~80년대에 제작되어 요즘엔 구하기가 힘들 것 같아 보이는 음반, 피규어, 엽서 등의 오래된 굿즈들. 그 당시 은하철도 999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전시품이었다. 우와, 하며 보고 있는데 그 한편에 ‘조사장 애장품’이라고 붙어있는 스티커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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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시 되어있는 피규어의 옆 빈자리에 붙어 있는 '조사장 애장품' 스티커


나는 그것을 보고는 전시회 내내 한참 동안 흐뭇할 수밖에 없었다. 보는 모두가 짐작하겠지만 ‘조사장’님은 은하철도 999의 열렬한 매니아, 소위 말하는 은하철도 999 덕후이셨을 것이다. 조사장님은 아마 어릴 때 보셨던 은하철도 999 만화에 푹 빠지셨고 그때부터 ‘사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금까지도 은하철도 999에 대한 추억을 모으는 행복한 덕후이지 않을까?. 그 스티커를 보니 세월이 무색하도록 정교하고 깨끗한 굿즈들은 모두 조사장님이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조사장님은 전시를 보는 우리에게 선뜻 애장품을 내주셨고 그 애장품은 우리에게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사실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조사장님의 애장품들이 전시회 감상 후 큰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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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조사장님 관련 내용의 인스타그램]
출처 @chaeji___님의 인스타그램


"감사합니다 조사장님!"


사실 ‘조사장 애장품’의 스티커를 보는 순간 느낀 거였지만, 이 전시회 안에서 보았던 작가들은 모두 ‘은하철도 999 덕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은하철도 999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그것들로 인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랬더니 문득 드는 생각. 덕후의 행복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모두에게 행복을 전해 줄 수 있는것 같다.
한참 동안 내가 전시회에서 신나게 놀고 왔다는 글만 써 놓았다. 거기서 내가 무엇을 즐기고 왔는지는 자세히 쓰지는 않았지만,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이라면 그 전시회에서 신나게 놀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회는 미디어아트 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엄숙한 분위기인 전통적인 전시회가 아닌, 우리의 참여와 웃음소리, 그리고 셔터 소리로 이뤄지는 전시이다. 모두가 함께 덕후의 행복을 경험하고 오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관 안에서 밥도 해결할 수 있으니, 한 번 기대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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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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