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름과 디자인이라 하였다, CA 2018 JUL/AUG

글 입력 2018.08.0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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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디자인이라 하였다, CA 2018 JUL/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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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롱런하는 매거진이 있다. 과도한 홍보도 없고,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아니지만 오랜 시간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어가는 매거진. CA는 그런 류의 매거진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이 매거진을 알게 된 시간만 헤아려도 어림잡아 10년 이상이다. 학창 시절 디자인 분야에서 실력 꽤나 있다는 친구들이 남들도 다 보는 통상적인 자료들을 뛰어넘어 좀 더 특색 있는 것을 찾을 때 보던 잡지가 CA였던 걸로 기억한다. 세월이 흘러 최근의 입지(?)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오랜만에 만나본 최신호로 짐작하건대, 여전히 '좋은 정보'의 한 축은 굳건히 지키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2018 JUL/AUG의 주제는 '여름과 디자인'이다. 어찌 보면 참으로 명료하고 또 달리 생각하면 너무나 광범위하거나, 끼어 맞추기 딱 좋아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이 주제를 정리하고 기획해서 전달할지가 매거진을 읽기 이전 첫 번째 관심사였고, 어떤 놀랍고 참신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가 두 번째 관심사였다.

'세계의 모든 트렌디한 디자인은 다 섭렵하겠다'는 자세로 맹렬히 새로운 정보들을 탐독하던 학창시절의 마음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CA를 읽어내려갔다. 사실상 읽어내려간다기 보다, 훑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으나... .

재미있다. 전공자이거나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어봄직한 내용들이 수두룩 하다. 그러나 예전처럼 설렘 가득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건 필자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욱 고급 정보가 쉽게 넘쳐나는 세상이 되어서인지... 쉽게 단정 짓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예전에는 수록 내용들이 '아주 신선한' 느낌이었다면, 가장 최신호를 접한 현재의 느낌은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의 정도라는 것. 아무래도 단정 짓기 어려웠던 예전 같은 설렘이 일지 않는 이유는 SNS 등을 통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참신한 세계의 디자인을 비롯한 각종 트렌디한 정보들을 살피고 있는 탓이 커 보인다. 안타깝지만 가장 참신한 정보를 전달하여 부각되었던 CA와 같은 종류의 매거진은 그보다 더 빠르게, 더 쉽게, 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쏟아내는 매체에 제일 먼저 치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부정적인 이야기가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보다 활자의 내용에 있지 않을까 싶다. 디자인 매거진답게 이목을 끄는 이미지들이 가득하고, 당연히 그래 마땅하겠으나, 이것만으로는 웹과 모바일, SNS 보다 나을 게 없다. 매거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정 아티스트, 특정 작품, 특정 디자인, 특정 상황에 대한 긴 호흡의 내용들과 진솔한 인터뷰 이야기들, 비교적 국내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새로운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새로운 작품의 발굴. 이러한 지극히 평범하지만 가장 어려운 '깊이를 내는 과정'이 온전히 반영될 때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CA의 가치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한 호, 한 호 만들 때마다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앞서가려면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더 많이 고뇌하고, 더 많이 발굴하고, 더 많이 뒤엎어서 독보적인 디자인 전문지의 길을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호에서 사이만 차우의 작업 방식을 소개한 '조직된 무질서' 코너가 제일 좋았다. ADHD를 앓고 있는 현직 아티스트의 생존법. 흥미롭게 보았고, 짦은 순간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디자인 매거진은 많고, 아트 매거진도 많지만, CA는 분명한 아이덴티티와 색깔이 있는 매거진이었다. 그 고유성이 지금까지도 굳건히 지속되고 있는지... 보다 냉철하게 보다 세세하게 한번쯤 되짚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중박은 쳐도 대박은 아니니까. 이 대단한 더위가 모두 지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즈음. 대박을 노리며 새로이 등장할 또 다른 호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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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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