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lnerant] 나는 불편하다 02

글 입력 2018.07.29 19:3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는 불편하다' 시리즈가
계속 되는 이유는,
내가 불편했던 일이
하고싶은 말이 많았기 때문.


uncom02_1.jpg


말. 사람이 일평생 살면서 하게 되는 것. 어린 나이에 말 하는 법을 배우고 글을 배우고 쓰는 법을 배우고 쓰여진 글을 읽고 말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부분 하게 되는 실수나 오해는 이 말에서 나온다고 본다. 말을 안 해서 잘못되는 일은 많지 않아도, 말 하나 잘 못해서 인생 망치는 경우는 많으니까. 말 한 마디가 천냥 갚는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말 잘 못해서 사람과 싸우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꽤나 난처한 상황을 일으킨 전적이 적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말 잘 못 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가 들어서 기분이 아주 뭣 같았던 말들.


uncom02_2.jpg
 

엊그제 우리 아빠는 회사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날대로 나 집에 오셔서 그 사람을 육두문자를 사용해가면서 화를 내셨다. 이해도 가고, "아빠란 사람이 무슨 욕을 그렇게 하세요!" 라고 말 할 생각도, 권리도, 이유도 없다고 본다. 나는 욕, 나쁜 말, 할 수 있다고 본다. 단지 그걸 상대방의 면전에다 대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욕'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욕을 하는걸. 단지 어떠한 공적인 자리에서는, 어른들 사이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친한 사람들이거나 '같이' 욕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에만 욕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한다. 욕을 사용하지 않는 친구들을 만날 때에는 나 역시 욕을 입에 달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욕을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욕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지만, 서로가 신경쓰지 않는다면 사용하든 안 하든 문제 될 것은 없기에.


uncom02_3.jpg
 

이쯤에서 얘기하자면, 여자들은 다 들어보지 않았나 "여자라면 말을 예쁘게 해야지." 말을 예쁘게 해야만 하는 것은 여자의 소임인가? 일전에 부모님에게 관련된 일로 하여 너무 화가 나서 부모님을 욕보이게 한 상대방을 대상으로 하여 속된 말을 하였다. 속된 말이라고 해봤자 그 인간 완전 개쓰레기네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그걸 들은 엄마는 그러시더라, 여자애가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어른들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해서가 아니라, '여자'애가 나쁜 말을 왜 하냐고. 나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다. 어디 나가서 나보다 윗사람들에게 육두문자 섞어가며 이말 저말 하고 다니지 않는다. 내가 밖에 나가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일 잘하고 바르고 성실하단 이야기이다. 어디 나가서 성격 나쁘단 소린 안 듣는다. 그리고 부모님 앞에서도 어느정도 필터링을 하여 해도 될 말 안 해도 될 말 가려가며 이야기 한다. 더군다나 그때의 말은 부모님에게 한 말도 아니고 부모님을 힘들게 한 사람에게 한 말이었고.


uncom02_4.jpg
 

학교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참 여러가지를 볼 수 있다. 그 중 정말 웃긴건, 우리 학교 학생이 상대방에게 하지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돌아오는 대답들이 가관인 것이다, "왜그래 말좀 예쁘게 해~". 아니 너부터가 예쁜 말이 나오게끔 얘기하는게 힘든 것인가? 도저히 예쁜 말이 나오질 않아서 여과 없이 얘기해줬더니 제잘못은 모르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이 아주 장관이다. 언제까지 여자들은 조용하고 예쁘장한 말만 하고 살아야 하는가. 우리들도 말 할 수 있는데 그 동안 지적인 사람이기에 일부러 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나는 이제 여자들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 해야 되는 말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 여자라면 예쁜 말을 해야지- 와 같은 개소리에 넘어가지 말고.


[배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