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주한 나의 모든 불균형 [시각예술]

아르코 미술관 < 카운터 밸런스 > 전시를 다녀와서
글 입력 2018.05.2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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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nnale Arte 2017
Korean Pavilion
Counterbalance : The Stone and the Mountain
3/20~ 5/20 2018
아르코미술관 제 1, 2 전시실



기대했던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전시를 아르코 미술관에서 관람하고 왔다. 코디 최 작가와 이완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카운터 밸런스’라는 주제 하에 여러 부문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경제적인 불균형부터, 정치의 불균형 그리고 가치의 불균형 등 우리가 현존하는 사회의 비틀어진 점을 작가의 시선을 통해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 구성을 도록을 통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전시는 오늘날 세상을 관통하는 뒤틀린 가치와 갈등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의 근대사를 재방문한다. 이를 위해 전시장을 한국의 근현대화 과정과 세계화가 펼쳐지는 무대로 설정하고, 그 곳에 할아버지(Mr. K)-아버지(코디최)-아들(이완)로 이어지는 가상의 가족 계보를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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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netian Rhapsody >


처음 전시장을 들어서고 만나게 되는 작품은 < Venetian Rhapsody >이다. 이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위치한 곳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전시장으로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을 받은 한국관의 공간적 특징을 활용하여 한계를 극복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함께 여러 색을 품고 있는 이 작품은 화려함을 상징하는 듯하다. 라스베가스와 마카오의 상징적 이미지를 차용하여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를 받고 그 곳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예술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허황된 인식이 존재하는 곳이었으며, 예술과 상업이 만나기 시작하면서 본질을 헤치고 있다는 비난 또한 받고 있는 곳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가진 아이러니함 그리고 불균형을 드러내며 이번 전시의 주제 ‘카운터 밸런스’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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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K / Mr. K and the collection of Korean History >


미스터 K는 이완 작가가 발견한 사물함 속에 있던 실존 인물 김기문씨이다. 미스터 K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8.15 광복, 6.25 전쟁, 군사독재, 금융위기까지의 한국의 역사를 함께해 온 익명의 인물을 상징한다. 그의 삶을 담은 1342장의 사진을 통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한국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시대의 신문과 사진에 담겨 있는 역사는 지나온 역사를 현장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Mr.K가 살아온 역사와 더불어 현재의 역사까지 한 공간 내에서 쭉 살펴볼 수 있었다. 한국관에 전시되었던 실제의 한국 이야기와, 할아버지-아버지-아들로 이어지는 전시의 큰 맥락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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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 Treasure >


이 작품은 문화유산을 3D스캐닝 기술로 복제한 작품이다. 도굴되었거나, 자신의 국가로 돌아오지 못하는 유물들을 어떻게 반환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이를 실제로 실현했을 시, 세상에 보도될 뉴스까지 상상하며 가짜 CNN뉴스를 제작해 두었다.

3D스캐닝 기술의 발전으로 오차를 내지 않고 완벽히 원본을 구사하게 될 때, 진짜 보물과 대체 복제품의 가치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금까지 예술 작품을 판단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나의 판단 가치는 어떻게 변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을 곱씹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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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시: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한다고 해도 >
&
< 더욱 밝은 내일을 위해 >


<고유시: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한다고 해도>는 한 끼의 아침식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계산하고 각자의 ‘고유시’를 도출해냈다. 680명의 이야기와 680개의 시계가 전시되었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고유시는 ‘물체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면, 그 물체에선 고유한 시간이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시간 개념이다.

누군가에겐 전혀 이해하지 못할 시간, 부정확한 시간일 지라도 그 시간의 주인공에게는 가장 의미 있고 정확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시간을 담고 있는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거대한 시간의 개념과 함께 나의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만든다.

*

가운데 위치해 있는 이 조형물 < 더욱 밝은 내일을 위해 >는 가족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희망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이 조각에 대해, 미래는 점점 더 시스템화 되어 모두 같은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물음을 가지며 제작했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미래의 가족이 희망하는 삶은 어떤 삶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미래에 대한 우려와 함께 희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현재의 방식을 고찰해보고, 앞으로 벌어질 미래의 세상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임을 느꼈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기 바쁜, 어쩌면 불균형적인 삶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찬찬히 마주할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선사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카운터 밸런스’는 사회의 모든 불균형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불균형에 안주하지 않고, 무뎌지지 않고 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게 한다. 보지 않으려 하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알고 싶지 않았던, 단순히 회피하고 싶었던 사회와 나의 세계 속 불균형을 마주했다. 예술이 던지는 메시지에 반응하며 묻어놨던 불균형들을 깨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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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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