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ingle Breath Transfer》 섬과 숨의 공간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4.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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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Breath Transfer


마이클 주의 개인전 《Single Breath Transfer》는 작가가 여러 지역에 머무르면서 연구하고 생각한 것을 설치작업,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하여 표현한 전시이다. 해당 전시의 핵심이 되는 개념은 전시 이름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전환’이다. 이것을 세분화하여 둘로 나누어본다면, 우선 첫 번째로는 ‘물질과 비물질’이 핵심적 요소가 된다. 물질로부터 비물질적 가치가 생성되고 그것이 다시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이 작품의 과정 내에서 계속적으로 반복된다.

작가의 감정과 생각이라는 비물질적인 요소가 고정적이고 가시적인 물질로 표출되고, 그것을 감상하는 관객은 다시 비물질적이고 유동적인 자세를 취하며 현대미술의 흐름에 편승한다. 다른 핵심적 요소는 ‘공간’이다. 전시에서 나타나는 공간적 특성은 작가가 체험한 공간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시관에 재현되거나, 관객이 전시관 내 작품을 보고 공간성을 체험하는 등의 두 가지 방식으로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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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과 죄악의 재현


작품은 두 전시관에 나누어 전시되는데, 첫 번째 전시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조각 연작 이다. 각기 다른 색의 12개의 유리조각들이 진열되어 있는 이 작품은 멀리서 보았을 땐 마치 버섯이나 해초, 석순 등의 자연물을 떠올리게 한다. 단단한 유리조각이지만 규격 없이 자유로운 물결과도 같은 형태를 띠는 이 작품은 종이와 비닐봉지에 사람의 날숨을 불어넣어 유리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각각 다른 모양을 갖는 조각들은 그 재질과 상반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형태를 보이는데 이러한 역설은 ‘숨’을 다루는 작가의 생각과도 관련된다.

‘숨’과 ‘공기’는 물질이지만 그것이 갖는 무형의 특질과 일시성 때문에 사실상 비물질처럼 생각되기도 한다(특히 시각적인 관점에서). 그것을 단단한 조각으로 발현시켜 눈에 보이게 하고 전시관 내에서 지속되게 한 것으로, 물질에서 비물질로의 이동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사람의 숨이 가득한 이 작품에서 ‘멈춰있음’을 경험한 주관적인 감상 역시 역설적이다. ‘숨’으로 대표되는 순간성과 생동감은 딱딱한 형태로 그 자리에 굳어있음으로써 오히려 정지된 상태의 죽음과 숨을 쉬기 조심스러운 적막의 분위기로 전이된다.

같은 전시관에 있는 회화 <7 Sins>는 실크스크린 연작이다. 각기 다른 숫자의 칼로리가 베이킹 트레이에 새겨진 것이 연달아 나열되어 있는데, 이것은 성경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인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음욕을 범할 때 소모되는 열량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역시 비물질에서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이 돋보인다. ‘죄악’이라는 비물질적 요소가 숫자와 열량이라는 물리적·물질적 요소로 전환되어 시각화된 것으로, ‘전환’이라는 전시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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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재현


두 번째 전시관은 공간 전체가 설치 작업물로 이루어져 있어 들어서자마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관의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마치 엄청 커다란 곳에 온 듯 한 장대함이 느껴졌다. 작품 개별을 보았을 때엔 미니멀리즘의 특성을 강하게 느꼈으나 공간 전체는 오히려 거대함과 장대함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공간의 천장을 가득 메운 모빌 조각은 비무장지대에서 채취한 돌을 재료로 하여 그 속에 담긴 공간을 재현한다. 전시관을 메우는 압도감은 작품의 물리적 크기에서 비롯된 것도 있겠지만 재료가 있던 장소가 전시관 안에 재현되는 과정에서 원본이 되는 장소의 장대함이 옮겨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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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해당 모빌 작품은 비무장 지대에 있던 돌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보면서 비무장지대라는 공간 자체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비무장지대가 담은 유구한 자연의 숨결과 한반도의 역사는 그것의 비물질성이 전시관 내 모빌로 옮겨지면서 물질로 드러나게 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비물질에서 물질로 전환되는 전시의 맥락을 수반하면서도, 그러한 가치와 요소가 비무장지대에서 서울의 한 갤러리로 이동하는 ‘공간의 전환’을 더불어 시도한다. 또한 모빌의 윗부분을 구성하는 쇠막대는 두루미 떼의 이동 대형을 상징하는데, 멸종위기동물이면서도 생명을 보호받으며 화합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두루미를 활용함으로써 ‘역설’의 맥락 또한 같이한다.

다른 모빌 작업인 < The us of story >는 비무장지대가 아닌 독도에서 수집한 돌들과 철근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비무장지대의 그것을 활용한 이전의 작품이 천장 전체를 메우며 한반도의 동서를 관통하는 장소 특유의 장대함을 표현했다면 이 작품은 마치 독도가 그러하듯 극단에 위치한 섬처럼 전시관의 구석에 위치하여 공간을 구성한다. 이 작품은 자그마한 공간에서도 나름의 웅장함을 만들어내는데, 독도의 화산석을 100배 이상으로 확대하여 제작한 인공물의 물리적 크기와 모빌의 구성에서 느껴지는 규칙성 및 정확함은 장대함과 단단함의 분위기를 구축한다. 작품이 미니멀리즘의 특성을 띠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처럼 재료를 가져온 장소는 전시관 안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재현되어 장소가 갖는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온다. 장소의 특성이 복사되고 재현되는 과정을 더욱 정확하게 일컫자면, 공간 자체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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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이처럼 해당 전시는 시종 ‘전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비물질이 물질로 전환되고, 공간이 저곳에서 가까운 이곳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대해서 말이다. 그 전환의 파급은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숨이나 죄악과 같은 비물질적 혹은 무형적 요소가 물질적 혹은 유형적 요소로 전환된 경우에는, 전환되기 이전의 상태에서 고정성과 특정성이 없던 무언가가 고정되고 특정된 상태로 전환되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규정되는 방향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비무장지대와 독도 등의 장소가 전시관으로 그 공간을 전환한 경우에는 작은 돌멩이와 철근 따위의 자잘한 재료가 모빌로 구성되고 모양을 이루는 과정에서 재료가 있던 장소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시관에 옮겨지는 방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전환의 메커니즘은 현대미술의 과정 중시 흐름을 수반한다. 작품의 배경과 의도는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데, 작품 설명서가 없으면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그것이 추상적으로 드러나는 작품들은 사실상 그 생성 과정이 하나의 예술이다. 이 전시는 ‘하나의 숨이 전환된다’는 의미의 제목이 설명하듯 하나의 단일 개념으로부터 시작되는 독창적인 전환의 과정을 통하여 원본의 개념을 뛰어넘는 장대한 예술적 가치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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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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