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 [도서]

최도빈,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글 입력 2018.04.2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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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기 전 프리뷰에서, 나는 ‘근대인이 아니라 현대인이 되기 위해 현대 예술을 배워야 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대 예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특히나 요즘은 예술 관련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서, 이러한 갈증이 더해가는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최도빈 작가의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을 읽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마음에 와 닿는 문구를 만날 때마다, 이전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를 만날 때마다 표시를 해가며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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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을 전공한 최도빈 작가는 하나의 전시나 공연 예술을 소개할 때마다 철학적, 사회문화적 배경지식을 함께 소개한다. 퓰리처 예술재단에서 열린 <정적인 현현(顯現) 속에서 In the Still Epiphany> 전시를 다룬 장에서는 황색 신문(yellow paper)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현대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전시와 연결지어 설명하고, 맨해튼에서 열린 <리버 투 리버 페스티벌 RIVER to RIVER Festival>에 대한 감상을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등장한 ‘기게스의 반지’ 일화로 시작하여 권력에 대한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다룬 공연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식이다.

작가의 풍부한 배경지식은 얼핏 주제와 관련이 없는 듯 보이다가도, 하나의 챕터의 마지막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그만의 예술을 보는 시선을 완성한다. 또 1부는 동시대의 미술을 다룬 전시, 2부는 20세기의 근대 예술을 다룬 전시, 그리고 3부는 ‘가장 최신의’ 공연 예술을 다룬 구성도 다채로워 지루할 틈이 없다. 권력에 대한 저항, 자연에 대한 존중, 성적 주체성, 도시인의 정체성 등 주제의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주제들을 품고 있는 전시와 공연 예술에 대한 작가의 문장들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두 번 이상 읽고 음미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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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제미우스의 거인, 상파울루.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에 ‘살고’ 싶어졌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작가가 명실상부 현대 예술의 중심지인 미국에 체류하면서 찾아다닌 좋은 전시와 공연들을 보면, 나도 그곳에 살며 새로움에 대한 열정으로 꿈틀거리는 미국의 문화·예술을 마음껏 향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이 책에 소개된 전시와 공연들만 보아도, 이 나라의 예술적 생동감이 충분히 느껴진다.

전문 큐레이터가 아니라 전위적인 예술가에게 큐레이팅을 맡겨 파격적인 전시 구성을 선보인 <정적인 현현 속에서> 전시에서부터, 340톤이 넘는 바윗덩이를 미술관 앞마당에 설치한 <제임스 터렐: 회상 James Turrell: A Respective> 전시, 작은 마을 우드스탁의 숲속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과 실내악 축제, 기차역에서 헤드폰을 쓰고 감상하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 Invisible Cities> 오페라 공연, 고전의 권위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장르인 발레를, 끊임없는 실험 정신으로 선도하고 있는 뉴욕시티발레단까지. 도발적으로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발칙한 예술 프로그램들이 샘처럼 퐁퐁 솟아나는 이곳을 사진과 글로만 접했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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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하이저, 부양하는 덩어리 (2012)
    

“미국은 알기 어렵다.” 프로스트의 이 시구처럼, 타자로서 바깥에서 보든 내부인으로서 안에서 보든 미국은 파악하기 어렵다. … ‘미국 예술’도 마찬가지다. …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규정이 어렵다는 것뿐이다. 미국 예술은 ‘불규정성’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예술은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는 똑같은 원리에 입각한 현대 예술과 동치가 된다.

(116-117쪽; 뉴욕 휘트니 미술관, <미국은 알기 어렵다 America is Hard to See>전)
 

무어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정체성을 가진 인간들이 멜팅팟처럼, 혹은 샐러드볼처럼 어우러진 미국의 ‘불규정성’은 그 자체로 현대 예술이 발아하는 근간이 된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빈 분리파의 표어처럼 미국은 동시대의 예술이 자유롭게 꽃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부럽고, 이 나라의 예술 문화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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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의 오페라 "보이지 않는 도시들"


“갈수록 과거 예술가들이 남겨 놓은 유산에 대한 지식보다, 끈질긴 삶의 궤적을 그릴 수 있었던 원동력을 탐하고 싶어진다(195쪽)”던 작가의 말이 마음에 너무나 와 닿아 밑줄을 쳤다. ‘새로움을 위한 도전’의 최전방에 서있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접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도저히 깨부술 수 없을 것처럼 단단한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통념에 평생에 걸쳐 맞서고, 결국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예술가들은 그 자체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의 강력한 동기가 된다. 내가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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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빈,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
(아모르문디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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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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