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가 내리면, 너에게로 갈게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

소중한 사람의 부재에 대하여
글 입력 2018.03.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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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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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났을 때 다시 한 번만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그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면?

 수아(손예진)은 아들 지호에게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멀리 떠나버렸다. 1년 후, 장마철. 기적같이 우진(소지섭)과 지호에게 나타난 수아. 수아는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였고 우진과 지호는 그녀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수아는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이 자신의 남편과 아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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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우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진은 어렸을 적 수아를 짝사랑했지만 실수로 인해 다시는 가까워질 수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3년간 그녀를 짝사랑했다. 그는 대학을 가 그녀에게 연락을 하고 졸업식 때 빌렸던 펜을 돌려달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녀와 몇 번의 만남을 가지게 된다. 둘이 만나는 과정에서 설레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잠바 안에 손을 함께 잡는다던지, 우진이 수아가 탄 버스를 끝까지 쫓아가 버스를 탔는데 그런 우진을 정말 사랑하는 눈빛으로 비 맞은 얼굴을 닦아주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수아가 오자 집안은 환해지고, 활기차졌다. 터진 계란이 아닌 동글동글한 계란을 먹고, 단추를 잘못 끼운 셔츠가 아닌 잘 다려지고 깔끔한 셔츠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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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졌다. 반대로 그 사람의 부재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지도. 그녀가 다시 집으로 옴으로 인해, 집 안에서는 행복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지호가 되어, 제발 수아가 다시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장마철이 끝나면 돌아가야 했고, 이는 우리를 눈물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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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원작을 봤던 보지 않았던 꼭 보길 추천한다. 그 이유는 우선 배우들의 연기이다. 수아가 떠나기 전 지호의 어렸을 적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릴 때 나도 함께 울었다. 사실 원작을 봤던 터라, 절대 안 울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거기서 터져버렸다. 곧 지호와 우진을 떠나야 하는 감정과 지호를 사랑하는 감정이 수아의 빨갛게 부어버린 눈에서 그대로 전달되었던 것 같다. 또, 지호가 엄마가 아팠던 것은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할 때, 지호를 낳아서 행복했고 어쩌면 우진과 만난 것은 지호, 너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을지 모른다는 대사를 듣는 순간 극장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이외에도 우진이 마지막 수아를 만나러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장면도 정말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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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영상미이다. 우진과 수아는 자동차 극장 위 풀숲에서 몰래 영화를 보다 키스를 하게 된다. 이때 내리는 비와, 영화의 장면과, 포커스 아웃되면서 비치는 풀숲과 그들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또 이 영화의 배경은 도심과는 동떨어져있는 분위기를 줘야 된다.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설정해서, 정말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집, 또 영화의 분위기에 맞는 색채를 써서 영상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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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는 보기 드문 리메이크 성공작이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가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되는 경우는 정말 많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tvn <마더>도 일본에서 작품성 높고, 화제가 엄청났던 일본 드라마 <마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리메이크한다고 하면, 너도나도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리메이크를 하고자 하는 대상들은 이미 엄청나게 유명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원작 팬들도 많다. 하지만 원작의 설정을 한국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원작이 훌륭하면 그 이상은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생겨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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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수차례에 걸쳐 실패작을 많이 보았고, 이 영화도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우진의 직업을 바꾼다던지 등의 사소한 설정 이외에도 지호의 학예회 장면에서 슬픔을 더하거나 빵집 사장을 우진의 친구로 설정하여 자칫 우울하기만 할 수 있는 영화에 코믹함을 넣었다는 점은 한국의 정서를 영화에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원작이 없었다면 한국 멜로 영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고, 원작을 4번 이상 본 입장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분명 비가 오는 날 한번 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가 될 것이다.


[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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