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본연의 모습으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글 입력 2014.02.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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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극인, 교수, 문화재단 이사장, 장관 등 여러 개의 직함을 지녔던 유인촌. 지난 2008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2년 11개월 간 재직해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되었던 그가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그 동안 적극적으로 문화, 관광, 체육 분야 등 여러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참신한 변화를 도모해온 그가 이번에는 열정 넘치며 힘 있는 연기자의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선 것이다.     
 



공직에서 물러나신지 8년 정도 되었는데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나라를 위해 3년 동안 일을 하고 나왔는데, 나온 직후 상업적인 일을 하거나 이를 진행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우리 사회 또는 국민들께 봉사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싶어서 소년원 아이들과 함께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거나 청소년 쉼터를 마련하는 등 어린친구들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신경 썼습니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손을 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해 왔던 연극을 해보고자 작품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포클레인이나 지게차 등 중장비 면허도 따셨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셨나요?

서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지방은 문화적으로 굉장히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런 곳에 문화시설을 건립하면 사람들이 와서 힐링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예술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벽돌 한 장이라도 제 손으로 쌓으면서 힘이 되고자 중장비 면허를 준비하게 된 겁니다. 또한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는, 최대한 환경을 이용한 공연장을 만들고 싶은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벌써 10년도 넘었습니다만, 강원도 봉평의 한 폐교에 공연장을 만들고 거기서 셰익스피어도 많이 무대에 올렸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직을 하는 동안 한 4-5년 동안을 거의 문 닫아놓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에게 참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부터라도 다시 서서히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공직 생활 후, 배우 복귀 작으로 연극을 선택하셨는데, TV 드라마나 영화보다 연극을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론 TV 드라마나 영화를 할 생각도 있지만, 정책을 만들고 현장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다가 막상 들어가면 배우들이나 스텝들이 부담스러워 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연극은 상업화의 민감한 범주에서 약간은 빗겨 있는 까닭이기도 하고, 좁고 한정된 공간이지만 순수 기초 예술로써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며 상상을 창조해 내는 연극 무대를 더 좋아해 먼저 선택하게 된 거죠.



연극<파우스트-괴테와 구노의 만남>이 전석 매진 사례도 기록하고 많은 인기를 얻으며 화제가 되었는데, 이 연극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독일의 문호 괴테의 희곡과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토대로 만든 작품으로, 연극, 현대 무용, 오페라가 만난 새로운 장르의 공연입니다. 전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역을 1인 2역으로 연기했고, 여러 배우들과 성악가들이 한 배역씩 맡아 연기했습니다. 대사와 오페라 아리아 이외에도 극 사이사이에 안무수의 아름다운 몸짓이나 팝핀, 피아노 라이브 연주 등도 감상할 수 있어서 관객들은 더욱더 풍성한 요소들을 마음껏 즐기실 수 있으셨을 겁니다. 특별히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동시 연기를 통해 ‘인간에겐 선과 악이 공존 한다’를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이 부분을 포인트로 나중에 감상하신다면 더욱 흥미롭고 관심 있게 극에 몰입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이 <파우스트-괴테와 구노의 만남>의 거창, 울진 공연 등 지방 문화예술 쪽에도 힘을 써 주셔서 좋은 반응과 환호를 이끌어 내셨는데 이를 기획하신 뜻이 있으셨다면?


일단 서울은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분야들이 있고, 심지어 과도하게 편향되어 있어서 제가 문화체육관광부에 몸담았을 시절, 지역 문화의 평준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많이 부족한 상태로 물러나게 되어 많이 아쉬웠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활동하면서 몸소 지방으로 내려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죠. 솔직히 이전까지는 오락성을 고려한 재미있고 대중성 있는 작품들만 내려갔는데, 감동과 교훈이 크게 느껴지는 고전 작품들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내려가 볼 생각입니다. 처음 대중들의 생각에는 낯설음이 크겠지만, 나중에 그 안에서 발견되는 큰 의미를 느끼게 되겠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셔서 잘 아시겠지만, 현재의 문화예술 분야가 지속적으로 융성되고 부흥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보완되어야 할까요?

보완보다는 선택과 결정의 문제가 더욱 중요할 듯 싶습니다. ‘문화 예술은 무조건 지원만 하면 다 된다’는 식의 관념과 경쟁을 부추기는 시장 논리만을 내세우면 안 됩니다. 뭐가 바뀌든 순수·기초예술의 문제를 먼저 풀어가야 합니다. 돈이 될 수 있는 컨텐츠 역시 그 연장선을 따라가 보면 그것의 기초는 순수예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깊어지려면 결국 순수 요소와 대중 요소가 함께 걸어가야 하는 거죠. 사람이 키워져야 창의적인 일들이 피어나지 않겠습니까? 일례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만든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 논리로 해결 안 되는 순수 영재를 키우기 위해 그러한 목적으로 지은 것이죠. 다시 말해 자립할 수 없는 요소들은 국가가 도움을 주고 육성해야 하며, 그에 대한 원칙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배우로서 남길 원하시는지요?


일반적인 바람일수도 있겠으나, 저는 존경받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기를 잘 해서가 아닌, 확실한 철학과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는 모습이 삶 속에 그대로 투영 되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연예인으로서 살면서 또한 나라 살림도 해 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는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끊임없이 사회에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특히 청소년 문화예술에 대한 계획 쪽에 눈이 많이 갑니다. 입시 위주의 사회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각박함을 느끼고 많이 힘들어 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 해소할만한 공간과 공연을 만들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될듯하여 이에 대해 특별한 책임감을 느끼는 바입니다.



“용기는 인간이 지닌 첫 번째 자질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 하나가 다른 모든 자질을 보증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용기 있게 나서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거나 타협하는 것이 아닌 늘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는 유인촌 전 장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글·이동훈






출처 - 음악저널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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