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월요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영화]

글 입력 2018.02.26 23: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난 23일 개봉한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특정관 단독 개봉에도 불구하고 박스 오피스 2위에 자리매김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토미 위르콜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2073년, 인구 증폭으로 인해 '1가구 1자녀'라는 산아제한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미래 사회를 그린다. 저출생과 고령화를 문제로 떠안고 있는 현대 사회의 시점에서는 조금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지금까지의 디스토피아 영화들이 주로 바이러스나 환경파괴를 소재로 다룬 것과 달리 색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기에 굉장히 참신했다.


movie_image.jpg
 

영화 속 세계는 현재와는 달리 인구 증폭으로 인한 식량난이 큰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식품이 생산됐다. 물론 유전자 조작 식품은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었지만, 다생아 출생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글렌(니콜렛 케이)'은 1가구당 1자녀를 제외한 다른 자녀들을 큐브에 냉동시켜 인류 증가와 식량난이 해결된 이후 이들을 해동할 것을 제안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다.

'셋맨 자매(누미 라파스)' 역시 부작용으로 인해 출생된 일곱 쌍둥이지만, 그들의 보호자인 할아버지 '테센스 셋맨(윌렘 대포)'는 이들을 큐브로 보내지 않고 지키려 한다. 그는 자매들에게 출생 순대로 '먼데이, 튜즈데이, 웬즈데이, 써스데이, 프라이데이, 새터데이, 선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이들이 발각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엄격한 규칙을 만든다.


첫째,
'카렌 셋맨'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살 것.

둘째,
자신의 이름과 같은 요일에만
외출할 것

셋째,
외출해서 한 일은
모두에게 공유할 것.


그러던 어느 월요일, 회사에 출근한 '먼데이'가 연락도 없이 사라지면서 이들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movie_image (2).jpg
 

일곱 쌍둥이인데다 한 인물을 연기하며 살아가지만, 집안에서 만큼은 자유롭게 살길 바랐던 테렌스의 바람대로 자매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다. 결국, 이들은 한 명의 개인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하나의 단체의 일원인 셈이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조직의 존속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고, 셋맨 자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성을 억압당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로 인해 충돌이 발생하지만, '카렌 셋맨'의 존속에 자매들의 생존 여부가 달려있기에 모두가 '카렌 셋맨'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만약 누군가 세상 밖에서 '카렌 셋맨'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면, 그 피해는 모두에게로 돌아간다. 인간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사회를 구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카렌 셋맨'을 연기한다. 그렇지만 조직이 존속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 즉 안전의 가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악하거나 선하다고 할 수 없기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분열이 일어난다. 또한 누군가는 조직 존속을 명분으로 허용 불가능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 진실은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고, 이때 그가 그 진실을 밝힐 것인지 덮을 것인지 역시 그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자신의 가치를 행하기 위해 조직을 존속시키려 하기도 하고, 해체하려 하기도 한다.

개인을 위해 조직이 존재하는가, 조직을 위해 개인이 존재하는가.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은 영화였다.


131.jpg
 

[정욱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