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rt-Incite ⑮ 청 to the 소! [문화 공간]

드랍더빝 췍췍
글 입력 2018.01.3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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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월 1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의 1월이 끝났다. 얼마나 지켜졌을지 모를 새해계획들을 뒤로한 채, 청소를 하려한다. 자주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할 때 빠짐없이 하는 성격이라 디데이를 정하고 틈틈이 체크리스트를 적어둔다. 어린 시절 강제적으로 동생과 ‘니가 하니 내가 하니’ 서로에게 미루며 싸우기 바빴던 시절엔, 결국 매번 져서 입이 대빨 튀어나와 보이는 곳만 대충 해대기 바빴다. 그러다 동생이 기숙사에 가게 되고 부모님 일도 바빠졌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철이 들 듯 자발적으로 즐기면서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를 품고 있는 주변 공간에 대해서 인지한 첫걸음이 이 때였다.

 중학교 때부터 SBS ‘모닝와이드’, ‘좋은 아침’, KBS ‘여유만만’ 같은 아침방송을 챙겨보며 살림력을 키웠고 유지했다. 그러다 작년에 쉐어하우스 언니들의 영향으로 청소법에 대해 다시금 각성했다. 먼지제거 돌돌이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용하고, 내겐 보이지도 않는 먼지의 씨를 말려버리는 언니들을 보며 이론으로만 배운 것의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매일 하는 게 아니라 나는 한 번에 몰아서 하는 편이라 꾸준한 관리의 문턱에 부딪혔다. 애초에 안 어지르면 되지만 그럴 수 있다면 청소업체들은 왜 있겠는가. 나에겐 어지르는 게 가끔 심신안정에 도움 되어 굳이 바꾸려하지 않고 있다.

 청소는 매번 반복되는 부분들이라 아예 형식으로 만들어 놓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리스트를 천천히 세우며 집안 구석구석 보는 것은, 단순 청소 구역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생활 패턴과 숨겨져 있던 물건, 추억들을 발견하는 효과가 있다. 치킨 먹다 흘려 당시에는 못 찾았던 걸 찾았을 때 스치는 그 순간의 소리들과 이미지, 추울 때 떨던 곳에선 얼마나 떨었는지 더웠던 곳에선 얼마나 땀에 젖었는지. 아이폰의 라이브 포토 기능에 4D를 넘어서 한 24D를 추가한 것처럼 모든 감각으로 느껴지며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청소를 하면 먼지제거에서 더 나아가, 꾸겨진 채로 어딘가 본의 아니게 숨겨져 있던 생각들과 추억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정리할 건 하고 당시 놓쳤던 부분들을 발견하고 같이 있던 사람에게 안부도 전해본다.


휴지아껴쓰기프로젝트.jpg
- 가볍게 이번 청소는 요정도 해보려한다^,^
리스트는 버리고 싶지 않게 적당히 공들여 쓰기.
- 이름 때문에 학창시절 별명이 휴지였고
지금도 종종 불린다.


 얻는 것은 나만의 뿌듯함과 심신의 안정이고 알아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뿌듯함이 결여되었을 때 한없이 가라앉고 일어나지 못하겠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가지던 신성한 시간을 여러 사정으로 1년이 넘도록 못 가진 것이 원인이었다.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있고 당장은 아무렇지 않겠지만, 이 먼지들과 때들이 방 곳곳에 쌓여갔듯 내 무의식 구석 어딘가에 쌓여갔다. 내가 영향을 주고 나에게 영향을 주는 공간을 깨끗이 한다는 것은, 큰 의미 없어 보여 어릴 때부터 잔소리에 무뎌진 굳은살들로 무작정 미루고 본다. 게다가 위아래로 몸의 많은 부분을 달구는 무언가들이 힘을 합쳐 발휘하는 중력을 이겨내기가 제일 위험한 계절이다.

 한국에서 사그라들지 않는 여행 열풍에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소의 힘을 정식으로 인정하기 전까진 조금만 흔들려도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 자책하거나 외면하려 입과 마음의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미지의 지역에 대한 탐험과 함께 흥미로웠지만 몇 번하니 변하는 게 없이 되풀이되었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썼지만 본질은 깨닫지 못했고 겉만 핥고 있었다. 요즘 말로 ‘ㅅㅂ비용’ 을 참 다방면으로 공들여서 썼다. 얻은 건 여러 티켓들, 내가 잘못하고 있던 점과 얼마나 바뀌고 싶어 하는지를 알게 된 것 뿐. 이 정도도 매우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결국 집에 도착했을 때 방 상태는 깨끗하던 더럽던 떠나기 전과 똑같다는 진리도 깨달았지.

 그 변한 게 없는 방을 청소하는데 여행 때 보다 더 깊고 건설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 여행이 소모하는 것들이 부담되기 시작했고 막상 중요한 것은 회피하고 있다는 걸, 아이러니하게 일상으로 돌아와서 발견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 여행하는 건가. 여행 열풍이 약간은 주춤할 때 국내 최대 여행 커뮤니티에서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긴 했지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과 더불어 ‘뜨고 있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도록 적당히 시크하고) 예쁜 카페의 성황과 인테리어 열풍이 부는 이유가 다른 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예쁜 게 좋은 것도 있지만 공간이 주는 힘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사회생활에 지쳐 혼자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해지고, 이 시간동안 떼려야 뗄 수 없고 더욱 풍부하게 채워줄 공간 자체가 주는 힘 말이다. 더 나아가 그 공간을 사용하기 전이든 후든, 이슬람 종교에서 신도들이 기도드리기전 물로 온 몸을 구석구석 닦고 코 속과 입까지 헹구는 의식을 거행하듯, 그 공간을 깨끗이 하는 과정의 힘도 같이.

 그 힘에는 기초 체력과 다방면의 것도 포함된다. 배우 배두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를 한다. 몸매관리의 비법이라 소개할 정도로 운동의 효과도 있다. 뭐 모든 암들을 비롯한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콘센트 속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면 화재의 위기를 넘버원으로 탈출할 수도 있다. 혹여나 수분으로 청소하다 생길 수 있는 감전 위험은 알아서 탈출하시길.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선 일단, 위로는 적당한 높이로 받쳐주고 중간에는 60수로 이루어진 크고 폭신한 물체들, 밑으로는 다트 맞추듯 세밀한 컨트롤로 조절해야하는 간단한 숫자들로 개인의 취향을 뽐낼 수 있는 것, 그 아래에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지만 막상 그 물체 밑에 숨어있는 것들을 한 번에 줄여서 부르는 침대부터 탈출하자. SHOW ME YOUR 고무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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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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