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귀여움의 이면, 사회의 어둠 [시각예술]

글 입력 2017.12.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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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캐릭터로 사회적인 메세지를 던지는 웹툰이 있다. 바로 <환생동물학교>이다. <환생동물학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월요일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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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
동물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세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받는 학교.

그 곳에는 주인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사랑스러운 동물들로 가득하다.

신입 선생님은
이제 이들을 가르쳐 주인을 잊고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환생동물학교>의 간단 줄거리이다. 동물들이 전생의 습성을 모두 버리지 못한 채 인간이 되면, 간혹 늑대들에게서 자라 늑대의 습성을 가진 아이들이 나타나는 것처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처음에는 독창적이고 신선한 설정, 그리고 귀여운 그림체에 끌려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를 거듭할수록 '어라, 이거 만만치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들과 이야기 안에 사회에 대한, 인간에 대한 메세지들이 숨어있던 것이다. 최근 들어 동물관련 학대 문제들이 더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모든 웹툰 정주행의 시작이 그렇듯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 했던 웹툰이지만, 이내 반성하게 되었다. 

 동물들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주인들을 생각하는 사랑스러운 생명체다. 주인들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그들은 그저 주인을 사랑할 뿐인데, 작가 엘렌 심은 이런 동물들의 시각에서 주인들을 바라보며 인간들이 동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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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모든 동물들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웹툰의 모든 동물이 불행한 삶은 산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다른 동물들 역시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하지만 대부분 동물들의 과거가 그렇게 풍족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중 과거 이야기가 많이 나온 동물이 하이에나인 비스콧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끼겠지만, 비스콧은 주인을 정말 사랑했고, 그를 믿었던 충실한 하이에나였다. 그와의 추억을 상징하는 물건도 언제나 몸에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비스콧의 친구 동물과 독자들은 주인이 어떻게 그를 대했는지를 알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친구들은 분노한다. 웹툰을 보는 독자들도 분노한다. '인간은 너무해'라는 댓글들이 달린다. 이런 동물들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하이에나뿐만이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며, 이 순간에도 인간에게 학대를 당하는 동물들도 있다. 이렇게 잔인한 게 인간인데, 지금 이 캐릭터들이 환생해서 되어야 하는 인간인데. 순간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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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쯔앙의 경우도 그렇다. 쯔앙의 생전 모습이 잠깐 나오는데, 귀여운 쯔앙이 아닌 뒷배경을 보면, 굉장히 더러운 것을 알 수 있다. 고양이는 깔끔한 동물이다. 더러운 환경에서 살면 좋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청소를 해 주어야 하는데, 쯔앙의 전 주인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고양이는 레이저로 오래 놀아주면 안 된다. 고양이는 실체가 있는 것을 갖고 놀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레이저로 놀아주게 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즉, 쯔앙의 전 주인은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었거나,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반려동물을 키울 여건이 되지 않거나, 제대로 지식을 습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키우는 사람들 역시 많다. 실제로 SNS을 보면, 동물에게 좋지 않은 음식을 먹인다거나, 동물이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을 단지'귀엽다'는 이유로 강제로 하게 만드는 것 등, 사례는 많다. 또한 동물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도 많다. 강형욱 훈련사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하는 이유가 "강아지를 훈련사라고 하면서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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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웹툰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웹툰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내 반려동물이 평소에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사랑스럽게 나만 바라봐주는 생명체를, 내가 온 세상인 생명체를 더 소중히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며,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동물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알게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동물에게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도 은연중에 표현되므로, 동물을 기른다는 것에 대한 책임 또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역시 문제이다. 단지 귀엽다는 생각으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동물 학대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곤 하며, 심지어 최근에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명백한 사회문제다. 여전히 반려동물이 생명체가 아니라 개인 사유물로 취급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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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동물들은, 학교에서의 수업이나 일상들을 통해서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서서히 인간이 되어 간다. 인간적이라는 건 무엇일까? 인간의 외형을 가지고, 손을 이용해서 도구를 사용하고, 생각하고, 언어로 소통하고. 그런 것만이 인간은 아닐 것이다. <환생동물학교>의 캐릭터들은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대화하고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웹툰 속에서 인간들이 행하는 일들이 대부분 나쁜 일인 것으로 비춰지는 반면, 인간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이 동물들, 캐릭터들은 오히려 인간들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 행동, 예쁜 말을 한다. 이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라고 말하는 캐릭터들은 보면, 인간보다 더 성숙한 생각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름'을 규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만의 고집을 내세우는 인간들도 많으니까 말이다.

 이래서 이 웹툰은 참 좋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만들어 나가는 소소한 에피소드도 사랑스럽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림이 있어 좋고, 사소한 행동이라 여겼던 행동들이 사실은 그들의 사랑 방식이었고 대화 방식이었다는 것에 감동을 받고. 그러면서도 나는 제대로 된 인간인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올 연말, 나의 한 해를 돌아보기에 정말 좋은 웹툰이지 않을까? 





사진출처
네이버 웹툰 <환생동물학교>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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