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발레의 중후한 매력, '백조의 호수' [공연]

개성있는 움직임들의 조화로움을 느끼다.
글 입력 2017.11.2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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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전공자나 관련 애호가가 아닌 이상 직접적 문화 경험으로써의 발레는 대부분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 또한 그 중 하나였고 클래식 공연과는 왠지 서먹함을 느끼던 사이였지만 이번 문화 초대를 응하며 클래식과의 만남이 한층 자연스러워졌음을 실감했다.

 어릴 적 아주 짧게 라도 발레를 경험한 적이 있기도 했고, ‘백조의 호수’ 멜로디는 다양한 형태로 자주 들려올 만큼 친숙한 것들이다. 익숙한 두 가지의 것들이 모였을 때 친밀감이 느껴져야 하는게 맞을 텐데, 되려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무지함에 자리해 있던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에는 그 두려움이 낯선 것에 대한 집중과 설렘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며, 마치 발레와 음악을 태어나서 처음 접해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감탄과 놀라움의 향연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 두려움의 벽을 상쇄시킬 만큼 강력하게 나를 이끌었던 발레의 매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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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번 공연이 한층 풍성해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서울콘서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마린스키 발레단의 인상 깊은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 아래 가냘프고도 장엄한 울림을 시작으로 공연이 막을 열자 모든 감각이 귀로 집중되면서 본격적으로 감상에 임했던 것 같다. 아직 무대의 막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또 하나의 개별적인 무대인 것처럼 느껴졌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발레단의 몸짓과 합일되는 오케스트라의 조화는 구태여 보지 않아도 귀로만 느껴보는 선율의 중후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음악을 녹음된 멜로디가 아닌 현장에서 듣고 느껴보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큰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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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었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캐릭터들의 개성이다. 공연 중 특히나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은 광대와 마법사 로트바르트였다. 공연의 중심부를 이끄는 무용수들 역시 많은 박수와 찬사를 받았지만 광대와 로트바르트를 연기한 무용수들은 개성 넘치고 힘있는 연기와 테크닉을 선보임으로써 짧은 등장에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이번 공연은 백조들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무대이기도 했다. 백조를 연기한 무용수들이 실제 새의 동작들을 표현한 움직임이 새로웠는데, 백조가 깃털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목을 둥글게 돌리는 움직임, 날갯짓하는 가슴의 동작, 날개 끝을 파르르 떠는 섬세한 움직임, 다리를 톡톡 터는 동작들은 섬세한 연기력과 표현력이 부족하다면 느낄 수 없는 포인트들이었다. 딱딱 맞춰서 끊기는 군무 느낌의 단체적 안무보다도 조금씩 다르고 개별적인 움직임들이 조화로움을 자아냈고 훨씬 더 자연스럽고 풍부한 무대를 꾸릴 수 있음을 느꼈다.


Swan Lake by G Shishkin Soloists -  세르게이 우마넥.jpg
 

 때로는 말보다 하나의 손짓, 몸짓이 꽤나 강력한 의미를 던지기도 한다. 가녀린 선율 위로 섬세하고 가냘픈 동작을 얹음으로써 느껴지는 우아함과 절제미를 느끼기도 했고, 때로는 장엄한 울림 위로 날아다니는 힘찬 도약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느 것 하나 빈틈이 없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발레단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합일된 노력들이 완벽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에 대한 감각을 한층 확장 시킬 수 있었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실제로 기획부터 공연 성사까지 2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 공연의 저변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컸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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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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