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장의 도전은 박수 받아야 한다 –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클래식의 위대한 도전’ [공연]

글 입력 2017.11.1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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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를 들어가기 전 내가 느끼는 감정은 늘 비슷하다. ‘귀를 호강시킬 수 있겠다’하는 기대감, ‘듣고 나서 리뷰 어떻게 쓰지’하는 걱정이 뒤섞인 감정이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연주를 실제로 들어봤기에 내한 공연을 기대하며 왔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듯 했다. ‘건반 위의 현자’ 안드레이 가브릴로프가 무대로 올라왔다. 막상 연주가 시작되고, 기대하던 소리, 듣고 싶었던 소리, 몰랐던 소리가 어우러진 공간에 나는 매료되버리고 만다.

음악회는 두 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곡을 분석할 능력은 없으니, 소개는 프로그램 북에서 발췌한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자서전을 인용한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차이콥스키의 우주이자, 그의 창세기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작곡가인 차이콥스키는 우리에게 창조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천지창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러한 장면을 바라보거나 듣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자신이 스스로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창조주의 후계자로서가 아닌, 신의 자격으로 말이다. (중략) 피아노협주곡 1번의 도입부가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작곡가가 그토록 강력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함으로써 대중들은 그 곡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그 곡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작곡가의 의지에 굴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창조를 경외하고 찬양한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세 번째 협주곡에서 라흐마니노프는 그의 영혼의 환생이라는 스토리 라인을 계속해 나간다. 그의 가장 유명하고 가장 사랑받는 두 번째 협주곡과 동일한 “주제”가 반복되지만 좀 더 힘있고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중략) 세 번째 협주곡에서는 예술가로서 성장하며, 괴롭고 불확실한 과거에 작별을 고한다. 그는 낙관과 벅찬 희망으로 가득 찬 미래를 향해 비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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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연주회의 관건은 부제에 드러난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위대한 도전’이었다.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식으로 공연이 이뤄질 지 궁금했다. 안드레이는 폭발적이고 기교가 넘치는 독주를 하다 손을 들어 지휘하는 방식을 공연 내내 이어갔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화를 주고 받는 느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함께 가는 느낌이 강했다. 지휘가 아주 정확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곡 자체도 난이도가 상당한 곡인 것 같았고, 일부분에서는 피아노가 오케스트라 전체를 잡고 끌고 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연주와 지휘를 함께 시도했다는 것 만으로 박수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분야에 오래 종사한 사람에게는 나름의 고집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개성이 중요시되는 예술 분야에서는 더 할 것이라 생각한다. ‘건반 위의 현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클래식에서 인정받는 거장이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클래식의 도전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뜻 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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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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