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 우울한 연극의 천재에게 - [공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3번으로
글 입력 2017.10.18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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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연주를 설명하는 영상은 이 것이다.


"아름다운 괴기함, 괴기스러운 신비함"

피아노 연주자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를 설명하는 말이다. 나는 처음에 피아노 연주가 그런 방식으로 아름다울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를 구성하는 수식어들이 궁금해서 유튜브에 그의 연주 영상을 찾아 보았고, 내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었다. 아무래도 아는 음의 노래를 들어야 그 괴기스러운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gavrilov.jpg
연주하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듣고 나서, 내가 이런 사람의 실황을 보러 갈 수 있을 거라는 게 너무 기뻤다. 그리고 걱정도 됐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3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3번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이 사람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됐다. 그래서 혼자서 3번에 대해 해석해봤다.

먼저, 행복은 불안정한 주제에 어렵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순간을 인정한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표현하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따르면, 아무리 부정해도 인간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예술가들은 그것을 기록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곱씹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란 지방처럼 느끼하기만 한 행복이 아니라, 삶의 있는 그대로에서 어느 날 찾아온 좋은 것들을 사람들은 기록해야만 한다. 이런 이야기가 3번에 다다르면 그 내용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시를 첨부해 보겠다.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조병화, 의자·7


내가 들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 따르면, 내가 양보한 의자에 앉을 사랑스러운 다음 분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인간에게는 이런 아름다운 부분이 있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우울한 연극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인간 스스로가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아름다움은 본래 무서운 것이어서, 사람을 잡아먹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분에게 내가 힘 닿는 대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다. 나머지는 내가 언젠가 내려놓을 실뭉치를 그 분이 이어서 짤 뿐이다.


Gavrilov 3.jpg
연주하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그리고 라흐마니노프가 약 100년 전에 자신의 소명을 받들어 자신이 힘 닿는 대로 만들어 놓은 화음들은 미쳤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라흐마니노프가 만들고 내려놓은 실뭉치를 다시 집어서 짜고 있다. 나는 그 실황에 참가하게 되었다. 너무 기대된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도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미 내 글을 떠나 차이코프스키의 그 노래를 들어야만 아직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굳이 내 글로 표현해서 해치고 싶지 않다. 물론 언젠가는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있겠지, 하고 벼르고는 있다. 시간이 있는 분이라면 이 40분짜리 영상을 감상하면 좋겠다.


17007270-02.jpg
 


성채윤.jpg
 

[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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