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끊임없는 사유의 중요성 [문학]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사유의 중요성을 깨닫다
글 입력 2017.10.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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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라는 부제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악이 평범하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고민을 해 보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죄를 뜻하는 말, 모두가 저지를 수 있는 위험한 악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악의 평범성 이라는 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히만을 가리키는 뜻으로 악이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깨우치게 하는 말 이였다. 이런 부제를 포함하는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고, 지금까지 생각했던 관념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또한 뭔가 심오하게 철학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르게 보면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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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를 부정하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모습 [출처: 구글]


이 책은 재판을 다루는 과정으로 전개가 된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지난 뒤 유대인 학살 소식이 알려졌고, 한나 아렌트와 모든 사람들이 이 소식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진실이라고 믿지 못했지만 결국 이 사건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에서 이 학살 사건의 중점이 되는 아돌프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는 소식을 접하고 그녀의 모든 일정을 미루고 재판에 참관하게 된다. 먼저 아돌프 아이히만에 관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나치스의 중령이었다. 유태인 600만 명을 죽어나가게 한 장 본인 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상황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죽여 나갔고, 가스실을 샤워실로 속여 대량살상을 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재판의 내용은 이렇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의사로부터 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성품을 가졌다고 진단을 받았지만 엄청난 수의 유대인을 죽이는 데 앞장선 죄로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의 재판의 이유 중 가장 크게 대두 된 사건은 이 일이다. 그 일은 바로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에 있는 유대인들을 체포, 강제이주를 시키는 것이었다. 아이히만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유대인 일부를 게토에서 수용소로 이송했고, 그는 수용소까지 가는 데의 교통편을 마련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여기서 바로 그의 업무가 범죄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거리가 생기게 된다.

한나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 이라는 사람을 분석하고 철학적인 생각으로 파헤치기 생각했다. 그녀는 그가 악마 같은 인물이 아닌 ‘평범한 인간’ 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아이히만은 보통 가정의 일반적인 남편이자 평범한 아버지였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엄청난 행동은 평범하지도, 일반적이지도 않은 행동이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는 이에 대한 답을 ‘순전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라고 하였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한 일을 악행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양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닌 양심을 느끼는 기준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고, 자신이 한 일을 악행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던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그가 이렇게 된 이유는 시대적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이렇게 만든 시대적 상황은 ‘전체주의’ 라는 이념 때문이다. 전체주의란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을 근거로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생활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사상을 말한다. 이러한 이념은 아이히만이 단순히 상부의 명령을 따르고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가 무죄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명백히 유대인을 학살하는데 관여한 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자신이 싣고 가는 유대인들이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며, 그는 그러한 일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언어 규칙’ 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언어 규칙은 너무도 비인간적이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현상을 일상용어로 대체해버리는 방법이다. 책의 내용 중에서 ‘기만과 은폐를 위해 교묘하게 고안된 다양한 ‘언어규칙’ 가운데 이처럼 히틀러가 첫 번째 전쟁을 벌이는 데 살인자들의 정신 상태에 작용한 것보다도 더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것은 없었다.’를 보아 그들에게 있어 학살은 의학적 진단을 내린 후 편안한 죽음을 제공하는 것으로 바꾸어 말해졌다. 이러한 체계로 아이히만은 언어에 가려 자신의 책임을 맡은 본질이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하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된 데에는 많은 환경적요인과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그러나 그는 절대 무죄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는 대량학살 정책에 관여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그는 교수형에 처해져야 한다.

아렌트는 마지막에 “우리 모두의 안에 아이히만이 존재한다.” 라고 말하며 그만큼 악의 존재가 누구나에게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강조하고 일깨워준다. 그리고 더불어 독자에게 사회체제에 의해 생각을 지배받으며, 자신만은 생각을 갖지 못하는 무사유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아돌프 아이히만의 예루살렘에서의 재판, 이 재판에서 그의 업무의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해 우리는 ‘악의 평범성’을 느낄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은 한나 아렌트가 강조한 것처럼 누구나에게 만들어 질 수 있다. 그의 범죄는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판단의 무능성'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악의 평범성을 만드는 세 가지 요소이다. 그는 원래 평범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그런데 전체체계라는 이데올로기와, 언어규칙 이라는 체계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악의 평범성을 띄게 된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분석을 통해 악의 평범성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 내 자신에게 녹아 들어가고, 흡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악의 평범성으로 인해 유태인 학살과 같은 엄청난 사건, 사고들이 일어 날 수 있다.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아돌프 아이히만이 나타 날 수 있다. 이런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해결책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해결책은 한나 아렌트의 분석 과정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먼저 그녀는 악의 평범성을 깨닫고 분석하게 되면서 그의 가장 큰 문제가 ‘무사유’ 임을 밝혔다. 옳든지 옳지 않든지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물론 언어규칙에 의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지배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돌프 아이히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유를 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에 대해 사유해 보아야 한다. 그는 전체주의적 체계와 언어규칙을 조금이라도 의심해보고 생각해 보며 언제든지 회의할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만약 그런 일을 눈 깜짝 거리지 않고 행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서 판단을 해야 한다. 비판적으로도 사유해 보고, 나에게 대입을 시켜서도 사유를 해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사유를 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판단을 내리는 것에 있어서 사유 없이 쉽게 결정하고,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결정하는 등의 수동적인 자세는 피해야만 한다. 판단에 앞서 끊임없는 사유가 중요함을 느꼈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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