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만의 바다'는 늘 내 안에 있을 것이기에.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나만의 바다」.
글 입력 2017.09.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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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큰 크기여서 놀랐던 「나만의 바다」. 동화책이기에 막연히 작은 크기를 상상했던 것일까. 실제로 만난 「나만의 바다」는 바다를 품은 탓인지 더 널찍했고, 부드러웠고, 따뜻했다. 표지를 넘겨보니 비닐에 쌓인 엽서 묶음이 툭 떨어졌다. 책의 그림들 중 몇 개가 작은 종이에 담겨 있었다. 다소 연하게 프린팅되어 더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는데, 왠지 이 엽서들 위에 편지를 쓰게 된다면 마음 한 구석에 있는 것까지 술술 적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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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주인공인 ‘나’는 어린아이이다. 몇 살인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생활계획표에 ‘먼지 구경’이나 ‘실밥 잡아당기기’ 따위를 쓸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일고여덟살 정도로 생각되었다. ‘나’는 바다를 싫어했다. 그냥 친구들하고 집에서 놀고 싶은데, 여름 휴가로 바다가 보이는 집에 간단다. 처음 본 바다는 따분하고 시시했다. 그저 넘실대기만 할 뿐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어보인다. 그런데 집에서 보이는 거라곤 온통 바다 뿐이다. 파란 바닷물은 분명 차가울 게 뻔한데, 오빠와 엄마가 계속 보채는 바람에 툴툴대면서 들어가보았다. 근데 웬걸, 바다는 이따금 따뜻한 물로 ‘나’를 감싸기도 하고, 나를 두둥실 떠올려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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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리에 있으면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할 뿐인 바다. ‘나’는 곧 바다를 좋아하게 된다. 아니, 너무 좋아한 나머지 ‘고유의 바다’라는 애칭까지 붙여준다. 사실, 바다라는 공간은 근처에서 살지 않는 이상 모래성을 쌓기 위한 곳, 수영을 할 수 있는 곳, 또는 그저 무서운 곳으로 여겨진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색하거나 모래사장을 거닐며 바닷소리에 취하는 것은 조금 커버린 사람들에게나 허락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바다를 만나게 된지 얼마 안 되어, 바다가 품고 있는 가장 커다란 보물을 찾아낸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세상과 달리, 바다는 온 길을 다시 되돌아갈 줄을 알았다. 욕심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았다. 바다가 계속해서 푸를 수 있는 까닭을 어린 아이인 ‘나’가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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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정의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말을 찾거나 만들어 붙이기를 좋아한다. 짝사랑하는 상대의 이름을 몰라도, 모자를 자주 쓴다거나 잘 웃는다거나 하는 특징을 찾아내어 이내 별명을 붙이곤 한다. ‘나’ 역시 좋아하게 된 바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고요의 바다’는 소리내어 말해도 되는 이름, 그리고 나만이 속으로 부르는 이름, ‘고유의 바다’. 이름 붙이는 행위를 통해, ‘나’는 바다를 좀 더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꼭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 멀거니 바라보기만 해도 속에 있는 근심과 걱정이 사라짐을 느낀다. 이토록 아름답고 영감을 주는 바다를 소유할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바닷물을 퍼 날라 내 방에 두어 계속계속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바다는 무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바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다. 바닷속 생물들도 사라지고, 달빛 비추던 물결도 사라지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릿해온다. 이내 바다는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다. 침대 옆 어항에 바닷물이 꼭 담겨있지 않더라도, ‘나만의 바다’는 그 자리에 늘 있을 거라는 걸 안다. 그리고 자기 안에 고스란히 바다가 담겨있을 것이란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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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의 내용은 어느 동화처럼 단순하다. 아이가 바다를 만나고,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 동화는 바다 그 자체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처음 만난 그 사람에게 서툰 모습도 보이고, 막상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생각보다 거대한 세계를 담고 있는 사람인 것을 깨닫기도 한다. 점점 그 사람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 사람의 장점은 무엇 무엇이 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나만의 이름을 그 사람에게 붙이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음을 알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어떤 단어로 구체화 된 당신은 이제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당신이 없는 세계를 상상하기 두려워진다. 그래서 당신을 너무도 소유하고 싶다. 그러나 당신의 세계는 너무 넓고도 거대해, 내가 평생을 가도 다 알 수가 없다. 비로소 당신을 소유한다는 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나만의 바다」. 푸른 바다를 담은 이 동화를 읽고 따뜻함을 느끼는 까닭은 이렇듯 ‘사랑’의 의미 또한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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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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