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AI, 제4차 산업혁명... . 이러한 단어들은 어느샌가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이 워낙 빠르기 때문일까.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도 벌써 머언 옛이야기 같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는 속도, 가상의 세계가 진화하는 속도에 법과 윤리의식, 사회의 질서들이 잘 부응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어느 시절이건 사회의 급변은 명암을 함께 드리웠으니, 100%의 긍정의 미래도, 100%의 암울도 단언할 수는 없는 셈. 이러한 과도기 속에서 수많은 창작자들은 상상할 수 있는 것과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열심히 궁리하며 머리를 짜내고 또 짜내고 있다. <네 더> 역시 그러한 생각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묻고, 가상세계의 범죄를 어떤 윤리적 근거로 처단할지에 대해 묻는다. 대개의 경우 창작물이 현실의 상황을 앞서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쩌면 작품이 묻는 핵심은 이미 우리 앞에 깊이 고민해봐야 할 과제로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만, 당장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거니와 내게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을 뿐. 

너무 진지한가? 애써 진지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겠다. 어렵사리 연구하듯 현실을 돌아보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당신이 미처 생각하고 있지 못했던 현실의 문제를 '툭'하고 건드리는 차원이 되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네더>에는 '상상과 현실의 공간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범죄 수사극'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지루하지 않도록, 몰입할 수 있도록 애정과 심리에 대한 묘사가 극 전반에 극진하게 깔릴 것이라는 예상도 해봄직하다. 게다가 굳이 챙기려 하지 않았음에도, 화려한 수상 경력까지 부연 설명으로 뒤따라 오니, 일단 보지 않고도 '탄탄한 작품이겠다'하는 안도감이 들어오지 않는가? 

2012년 작가 제니퍼 헤일리는 '수잔 스미스 블랙번 상'을 수상했고, 2013년 초연을 올린 이후 미국 최고의 연극상 중 하나인 '오베이션 어워드(Ovation Awards)'에서 무려 7개의 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올리비에 어워드의 최우수 창작극으로 노미네이트되고, 무대디자인 상도 받은 바 있다.

실로 화려한 성과다.

'요란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는 말에 빗대어 '화려한 성과에 실제로 볼 것 없다'고 꼬아서 생각하고 있는 그대여. 일단 한 번 믿고 만나보면 어떨까? (물론 필자 역시 일단 한 번 믿고 만나보려 한다. 아직 보지 못했음을 밝히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