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Emily Dickinson, 고독 속에서 대담함을 펼치다 [문학]

미국이 사랑한 그녀의 시 특징 및 작품관
글 입력 2017.07.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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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19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여류 시인으로, 영미 시를 즐겨 읽는 사람에게는 이미 친숙한 인물일 것이다. 그녀는 평생을 독신으로 사회와 독립된 삶을 살았으며, 가까운 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극히 경계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님을 맞이할 때 방문을 열어두고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었다거나, 죽을 때까지 흰옷만 고집했다는 일화는 그녀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그녀는 19세기 인물이지만 당시 주류 시풍이었던 낭만적 성향보다도 17세기 형이상학적(metaphysical) 시풍에 더 가까운 작품을 남기는 등 그녀만의 독특한 시도를 수없이 보여준다. 디킨슨은 다작 시인답게 대표작으로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My Life had stood- a Loaded Gun,' 'I’m nobody! Who are you?,' 'I'm "wife"-I've finished that'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이 있으며, 이 글에서는 그녀의 시에 담긴 특징과 작품관을 중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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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디킨슨 초상(좌)과 그녀의 생가(우)
 




1. 시의 형태적 특징


▷ 구체적 상황의 결여

  에밀리 디킨슨 시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이는 그녀가 ‘정수(精髓)’가 남을 때까지 자신의 경험과 처한 상황들을 걸러냈음을 말한다. 이때 그 당시 느꼈던 강렬한 감정도 함께 증류되어 나와 이로 인해 그녀의 시엔 담담한 서술, 때에 따라서는 한 개념 또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나타난다. 디킨슨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절대적인 시적 진실에 접근하였으며 한편으로는 시를 읽는 독자의 상상 속에서 그 서술에 맞는 감정과 상황이 재생되도록 만드는 효과를 준다. 이는 그녀의 지적 강렬함이 독자의 경험을 통해 증폭 및 재생될 수 있도록 돕는다.


제목의 부재, 비문법적 표현

  그녀의 시는 간혹 편지에서 지칭된 명칭도 있고, 생전 게재된 시의 제목이 몇 개 있는 예도 있지만 본디 거의 제목이 없다. 현재 일부 시에 제목이 붙어있는 경우는 그녀의 사후 초기(1890-1896)에 편집자들이 붙인 것이다. 따라서 시의 첫 줄로 제목을 대신하는 것이 관행인데, 그녀 시의 첫 줄은 흔히 강렬한 도입을 제시하고 있거나 극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디킨슨은 형용사와 동사를 명사로 쓰거나, 혹은 형용사를 부사로 쓰이게 하는 등 품사를 과감하게 전용시키곤 한다. 또한, is나 are대신 be 동사를 쓰기도 하고 (이는 should를 생략하여 당위성을 강조한 경우로도 볼 수 있음), 일반동사의 어미 -s와 -ed를 생략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요소는 그녀의 시가 문법을 파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들게 한다. 덧붙여 그녀는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운율(rhyme)에서 벗어나 더욱 다채로운 운율을 형성하는데,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디킨슨의 시 특징들은 그녀의 담대함과 실험정신을 비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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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킨슨의 'I'm nobody! Who are you?' 집필 원고 중 발췌


장음부호(-)와 대문자 사용

  디킨슨은 쉼표나 마침표 같은 구두점을 적게 사용하고 장음부호(-)의 사용을 늘렸는데, 이는 그녀만의 특이한 습관, 또는 여성적인 단순한 습관으로 간주하는 견해도 있지만, 한편으론 입체화 및 심층화를 획득하고자 사용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그녀의 장음부호가 쉼표, 마침표, 괄호 등의 대용, 긴 휴지, 여운의 지속, 단어나 구절 사이 긴장감 부여와 같은 일차적인 역할을 하는 데서 나아가 관련되지 않은 말들이 연속되는 느낌을 획득하고 감정이 부여된다고 말한다.

  그녀 시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대문자의 사용은 그 경우가 문장 중간에 불쑥 등장하는 등, 일반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있기에 독자로 하여금 순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그녀가 이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대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그 단어에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유법의 사용

디킨슨은 상당한 의미의 무언가를 금언적 형태로 아주 간결한 몇 개의 단어로써 표현하는 등 대유법을 즐겨 사용하였다. 이는 겉보기엔 그녀의 시를 난해하게 느끼게끔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나, 그 숨겨진 의미이자 그녀가 의도한 정수(精髓)가 시를 읽으며 드러날 때 독자가 더욱 강렬히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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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킨슨의 'My Life had stood- a Loaded Gun' 관련 이미지


설교적(synecdoche), 속담 같은(adage-like) 어조 사용

  디킨슨의 또 다른 기술적 특징은 그녀 자신의 감정의 세밀함을 설교적이고 속담 같은 어조 안에서 전달시킨 점이다. 예를 들어 “After great pain, a formal feeling comes”와 같은 표현을 쓰며 그녀는 자신 뿐만 아니라 독자의 마음까지 묘사하는 듯한 보편성을 부여, 공통성을 암시한다.





2. 시의 주요 Theme


“I can’t tell you what they have found,
but they think it is something precious. I wonder if it is?”


  디킨슨이 여성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디킨슨의 독특한 시 형태와 같이 그녀는 생애에 있어, 외부로부터 부여되는 기대에 순응하기를 거부하였다.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 친한 친구들과도 종교를 비롯한 주제에서 지속해서 “탈출의 순간”을 갈망하였다. 이와 같은 탈출의 욕구는 그녀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주제 아래 형상화된다. 그러나 그녀가 생전에 보낸 편지 및 작품 안에 담긴 어조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고,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음을 미루어 보아 그녀 시를 해석하는 데 있어 보다 다각적 분석이 요구되는 바이다.


▷ 결혼과 여성

  디킨슨이 겪은 19세기는 북미와 유럽 전반에 여권이 상당히 낮은 상태였다. 남성에겐 공적인 공간에서 사회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반면, 여성에겐 지극히 가정적인 이미지가 부여되어 자녀 양육을 비롯한 집안일이 매우 강요되었다. 그녀들에겐 여가를 보낼 때 역시 가정 안에서 도움이 되는 취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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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중반 가정에서 강요되었던 아내상
 

  디킨슨은 결혼한 여성(wife)의 역할에 대해 양면성을 보이지만, 부정적 시선으로 쓴 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한 결혼한 여성을 관찰했을 때, 건강의 악화, 충족되지 않는 욕구, 자아의 분실이 남편과의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혼한 여성을 아침엔 달콤한 이슬에 만족하다가 정오경엔 강력한 태양 앞에 괴로워 머리를 숙이는 꽃에 비유하기도 하면서, 결혼한 여성의 삶과 정체성이 계속해서 잊히고 지워지는 존재로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음을 이야기한다.


신에 대한 투쟁

  디킨슨은 신과 개인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다. 많은 시가 인간의 고통을 무시하고 비웃으며 지속적으로 인간 정체성의 예속과 헌신을 요구하는 신에 대항하는 반항자의 모습을 그린다. 그녀는 신의 뜻에 순종하는 것을 거부하며 신의 지배에 도전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녀는 때에 따라 신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신이 원인이 되어 개인의 자아에 상처를 주는 괴로움을 묘사함으로써 이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죽음과 시간

  죽음은 디킨슨 일생 그녀를 지배했던 주제이다. 그녀 시 안에서 죽음은 주로 좌절과 고통, 슬픔 및 외로움과 동반되어 나타난다. 그녀는 죽음사후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였는데, 이는 신, 영원, 불멸, 무한함, 시간에 대한 고뇌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녀는 죽음을 인간 경험의 또 다른 연속된 사건으로 인식하였고, 'I Die for Beauty'에서 일평생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화자가 그 과정에서 죽음을 묘사함으로써 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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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킨슨은 시간에 대해서 일반적인 견해와 그 태도를 달리했는데, 보통 시간의 흐름이 치유의 의미로 인식되는 반면,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긴 하였으나 시간의 빠른 속도와 그 변화를 거부하고 안정성을 소망하였다. 변함이 없는 영원과는 달리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의 존재는 전자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이는 그녀가 오랜 은둔적인 생활을 하게 한 배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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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디킨슨은 고독했던 삶 속에서 온전히 그녀 자신에게 집중하였고, 그 결과 다른 시인과 구별되는 그녀만의 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녀 특유의 특징에 풍부한 상상력이 뒷받침되어 탄생한 주옥같은 작품들은, 여류 시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줌과 동시에 영미 시의 역사에서도 뚜렷한 획을 그었으며, 현재까지 그녀를 미국의 자랑이자 세계가 사랑하는 시인으로 기억되도록 만들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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