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마추어, 연극인의 경계를 묻다 [공연예술]

대학 연극동아리의 혜화 나들이 [제6회 대학연극축제]
글 입력 2017.07.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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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활 중 '동아리'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느낄지 모른다. 대학 동아리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그들은 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예술가'들이다.

   필자는 광운대학교 연극 동아리, 광운극예술연구회의 2년차 회원이자 회장이며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연극인의 입장에서 대학에서 연극을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습 공간의 부족은 말 할 것도 없다. 교내에 방음 시설이나 거울은 고사하고 적당한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면적과 자유롭게 대관 할 수 있는 시간적, 절차적 간편함이 보장되는 곳도 손에 꼽는다. 공연할 공간 조차 마땅치 않다. 조명과 무대가 존재하는 곳, 그리고 공연 기간동안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학교는 동아리 따위가 끼어들 새도 없이 참 알차게 모든 공간을 사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연극하기가 이렇게 힘든 이유는 연극이라는 활동이 현시대의 '스펙'과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극 동아리에서 정기 공연을 올리는 횟수는 평균적으로 연 2회 정도로 여름, 겨울 방학 기간 동안 연습을 해 학기가 시작함과 동시에 공연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른 사람들이 각종 자격증과 대외활동으로 바쁠 2달의 방학을, 그들은 오로지 연극에 쏟는다. 광운극회의 경우에는 배우와 연출, 그리고 기획은 2달간 예외가 없는 이상 일주일에 5일을 아침 10시 부터 저녁 6시 까지 학교에 나와 연습을 한다. 공연이 임박했을 때는 텐투텐, 즉 아침 10시 부터 밤 10시 까지를 공연에 쏟게 된다. 아직 작품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도 나와 발성과 호흡, 발음 등을 연습하며 연기의 기초를 쌓고 코어 운동을 통해 체력을 만든다. 아무리 연극에 대한 열정이 넘쳐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스케쥴이다. 더군다나 연극 동아리에 속해있는 이들은 비전공자가 아닌가. 연기를 연습하고 무대를 만든다 해도 그것이 그들의 전공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힘들게 연극을 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연극 동아리들의 재미난 작당을 하나 들여다 보자. 수도권 대학 연극 동아리들의 연합인 대학극회연합에서 주최/주관하는 '대학연극축제'가 그것이다. 겉보기에는 H-star 페스티벌, 젊은 연극제 등의 학부생을 위한 연극 축제와 비슷해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 대학연극축제는 기획부터 공연까지, 전부 비전공자의 손에서 탄생한다는 점이다. 대학연극축제는 기획단, 그리고 공연팀으로 나뉘어져 운영된다. 연극 동아리 회원들로 이루어진 기획단이 매년 공연팀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올해 6회를 맞았고, 공연 장소는 한결같다. 바로 대학로다.

   이들이 대학로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곳이 한국 연극의 산실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로라는 장소는 다소 폐쇄적인 교내 공연과는 달리 많은 관객들을 맞을 수 있다는 큰 메리트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로는 아마추어 모임이 공연을 올리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다. 비싼 대관료, 그리고 이미 산재해있는 상업극이 대학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연극축제가 대학로를 고집하는 이유, 그리고 그 축제에 연극 동아리들이 매년 참여하는 이유는 '그들 또한 연극인'이라는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이다.

   제6회 대학연극축제의 슬로건은 '우리도 진지해, 너만큼'이다. '우리'는 축제에 참여하는 연극 동아리들이겠고, '너'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공자들, 프로 연극인들, 프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등등. 이 슬로건에서 내고 싶은 목소리는 하나다. 그들 또한 연극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연극은 단지 취미생활이 아니다. 내 생활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선택한, 어쩌면 삶의 전부이다. 연습과 공연에 필요한 공간조차 없어 매번 쩔쩔매는 그들이 연극에 대한 애정과 열정만으로 대학로까지 오다니. 이야말로 흔히 말하는 '헝그리 정신'이 아닐까? 혹은 '예술가 정신'이라 해야 할까?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경험? 공연의 질? 아니면 다른 무언가? 대학연극축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공연으로서 보여주려는 몸짓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없다. 그들은 그저 같은 '연극인'일 뿐이다.

   공연 정보는 대학연극축제/대학극회연합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udcf.fest/)와 선예매로 이용되는 텀블벅 사이트(www.tumblbug.com/udcf6)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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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회 대학연극축제] 포스터. (미정)


[정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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